2024년 6월 2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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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사회복지] 한국 천주교회 사회봉사 활동의 발전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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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204

한국 천주교회 사회 봉사 활동의 발전을 위한 제언

 

 

I. 머릿글

 

교회의 본질적 사명은 복음의 선포(Kerygma), 사랑의 친교(Koinonia), 이웃에 책임있는 봉사(Diakonia)로 볼 수 있으며, ‘교회의 사회 봉사’라는 말은 단지 교회가 사회 봉사 활동을 전개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는 ‘사회 봉사’ 활동의 주체면서 교회 공동체 성원 모두가 합의하고 실천하는 보편적 가치관과 이념을 규정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천주교회의 사회 봉사 활동의 기본 이념은 예수 그리스도의 총체적 삶안에 자리잡은 구세사업(救世事業)으로 이해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세사업(사회 봉사 활동)은 한마디로 결핍에 대한 응답(치유와 인권 회복)이며, 이를 통해 하늘나라의 표징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사회 봉사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보다 나은 삶’과 관련하여 이해된다. 사회봉사의 궁극적인 목표가 어떠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라면, 결국 복지를 위한 노력은 평틍과 공평의 확보를 목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 존엄성 안에서 인간의 평등은 선엄됨으로서 충족되는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공평한 구체적 조건들의 형성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사회 봉사 활동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司牧)의 한 형태로 규정된다(박성길, 1995, 2-3면)

 

이러한 사회 봉사 활동은 한국 천주교회 전래 이후 박해시대부터 꾸준히 수행되어 왔으며, 교회의 조직이 체계화하면서 더욱 활성화하기 시작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사회 봉사 활동에 대한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과 역할을 규명하고, 한국 천주교회의 사회 봉사 활동의 조직 체계와 활동 내용 그리고 사회 봉사 활동에 대한 태도와 문제점들을 정리해 보고, 사회 봉사 활동의 발전을 위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II.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과 사회 봉사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과 사회 봉사와 연계하여 사용되는 사회사목, 사회복지, 사회사업, 봉사, 선교의 개념과 관계들을 잠정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1.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사회교리 · 사회회칙 · 사회사목)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은 사회 현실에 대한 교회의 반성을 우리 시대를 위하여 표현하는 것이며, 사회 현실을 복음에 비추어 평가하고, 사회 안의 시제적인 행동 지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은 교회가 사회 건설자들에게 제공하는 봉사이며, 교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성적인 사색과 인간 학문들의 보조를 받아가면서 현세사회를 책임지고 건설하라는 자신의 소명에 호응하도록 인도하고자 노력한다.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은 하나의 이데올로기나 사회론이 결코 아니다. 특정 사회 체제 내지 경제 체제의 청사진도 아니고, 위장된 권력행사나 기득권의 정당화가 아니며, 이상화한 유토피아 또는 인간집단들을 위한 윤리 강령이 아니다. 사회적 가르침은 기본적으로 신학의 적용이며, 특히 인간사회가 제기하는 윤리 문제들에 대한 윤리신학의 적용이다(교황청정의평화위원회, 1992, 13-14면).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은 인간의 존엄과 인권, 자유와 평화, 진보와 개발, 정의와 사랑 등 대단히 포괄적이며 그 시대 상황에 따라 사회 환경을 반영하면서 이루어졌다. 많은 사회 회칙들의 일관된 맥락은 ‘인간에 대한 관심’이며, 인간이 모든 사회 현상의 핵심이고 주체임을 천명한다. 사회 회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사랑함으로써 진정한 인간의 발전을 이룩하자.”라는 것이다(최창무, 1995, 5면).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은 사회 봉사 활동보다 주로 ‘사회 개혁이나 사회 발전’에 많은 관심을 쏟으며, 사회적 가르침은 왜 사회 봉사 활동을 해야 하는지와 어떻게 그 활동을 펼쳐 나갈 것인지 논의하기보다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에 배치되는 기존 사회제도의 문제들이 무엇이고 그것을 제거하기 위해서 어떻게 사회를 개혁하고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하여 주로 가르치고 있다(오경환, 1996).

 

우리에게 친숙한 사회 문헌은 1800녀대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계급 분열과 갈등, 빈부 격차와 무산(無産) 노동자의 빈곤 등의 사회상을 시대의 징표로 읽고 발표한 교황 레오 13세의 회칙「새로운 사태(노동헌장)」(1891년). 군비로 인한 갈등이 고조된 냉전시대에 발표한 교황 요한 23세의 회칙「지상의 평화」(1963년). 개발 연대의 첫 번째 10년을 지내면서 자유 자본주의와 집단 사회주의, 독재 패권주의의 해악을 경고한 교황 바오로 6세의 회칙「민족들의 발전」(1967년) 들이 있다.

 

 

2. 사회교리 · 사회사목, 사회 복지 · 사회사업, 봉사, 선교의 관계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교회의 헌신을 우리는 ‘복음화’라고 하며, 복음화를 위한 구체적 기획을 사목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일을 ‘사회사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일은 사회사업, 사회 복지, 사회 봉사라고 한다면, 교회의 사회 봉사 활동(교회에서 이루어지는 사회 봉사 활동 및 사업)은 그리스도의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 봉사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교회의 사회 봉사 활동은 사회사목의 일환으로 교회의 사명인 하느님 나라를 이루는 데 헌신하는 복음화의 필용한 영역이며, 이는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사랑함으로써 구체화한다(최창무, 1995, 4-5면).

 

‘사회 봉사’는 영어의 ‘Social Service'에 해당하는 용어로 사회적 서비스, 사회 복지, 사회사업이란 용어와 거의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다. 사회적 서비스는 국민의 요구와 문제에 구체적으로 호응하기 위하여 다양한 공사기관들에 의해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나 서비스, 기타 제반 활동들을 말한다. 이러한 사회적 서비스들은 개인이나 가족에 대한 서비스, 집단에 대한 서비스, 일반 지역사회 서비스는 물론 사회적 장애(신체장애, 정신지체 등)를 지닌 사람들에 대한 서비스의 형태를 취한다. 결국 교회의 사회 봉사란 사회적 서비스가 수행하는 역할과 과업들이 교회라는 종교 단체를 미개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교회의 사회 봉사는 교회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며, 그 원동력이 되어온 봉사라는 말속에 집약되어 있다. ‘봉사’는 생명과 복음에 본질적인 것이며,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도 범세계적인 초월성을 지닌다. 또한 예방적 특성을 강조하며, 구조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있고, 인도주의에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봉사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동기에 의해 인간 상호간에 주고받는 관계를 맺는 것이며, 인간을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봉사라는 말의 의미를 통해 볼 때 교회의 사회 봉사란 교회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서서 이루어지는 이웃 사랑의 한 실천 방법이자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방희덕, 1986, 367-372면).  

 

봉사는 하느님 - 그리스도 - 복음 - 교회 - 성화 - 구원을 꿰뚫는 꼬챙이로 그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김보록, 1996).  

 

‘선교활동’은 성서의 근본원리인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한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즉 선교는 고통속에 사는 사람들을 하느님 품으로 인도함으로써 그들에게 평안과 용기를 주려는 사랑의 한 실천 방법이다. 사랑의 실천 방법에는 이외에도 여려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 한가지 방법으로 사회 봉사 사업을 들 수 있다. 가난한 자, 고통받는 자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사랑은 그들로 하여금 평안을 누리게 할 수 있으며, 하느님의 이름으로 실천하는 사랑에 대한 그들의 감사는 궁극적으로 그들을 하느님의 품안으로 인도하는 데 커다란 힘을 발휘할 것이다. 

 

가톨릭의 사랑 정신과 사회사업의 전문 기술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교회는 전문 사회사업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일반 사회사업 역시 종교의 실천적인 사랑을 필요로 한다. 가톨릭이 하느님을 사랑하듯 인간을 사랑하고 정의와 사랑의 사회를 구하고자 하는 의도는 사회가 이 땅에 복지를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과 서로 공통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III. 사회 봉사와 교회의 역할

 

교회는 사회적 서비스에 있어 사회사업보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 체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교회의 대 사회 봉사 사업에 대한 관시과 이에 대한 촉구가 교회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다. 

 

주님께서 교회를 세우실 때에는 하늘나라의 정의가 이땅에서 실천되도록 하는 복음의 선포(말씀과 실천적 행동)를 위한 것이었다. 또한 이런 특별한 사명 이외에도 사회와 정부, 민간 단체, 가족을 통해서 인간의 생명이 어떻게 사랑으로 보호받고, 섬김을 주고받는가에 대하여도 계시하고 있다. 

 

사회 봉사에 대한 교회의 역할은 사회 개혁?사회 발전적인 측면(사회적 가르침 등)의 예언자적 역할과 직접적인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 복지 활동의 역할로 크게 대별할 수 있다. 즉 교회는 직접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사업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사회운동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사회 분위기를 창출하거나 대 정부적으로 사회 복지 예산 증액이나 사회 복지 프로그램 확대를 요구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사회 복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정무성, 1996, 48면).

 

본 연구에서는 사회 복지 활동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사회에서 국민의 사회 복지 문제(생존권, 행복권, 노동권, 보호권 등)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도록 장치(법적, 민간적, 개인적 등)되어 있는지 알아보고 그 과정에서 교회의 역할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박종삼, 1992, 11-13면).

 

첫째, 복지의 일차적인 책임은 개인과 가족, 친족 그리고 가까운 인간관계를 통하여 완수되도록 되어있다. 하는님이 인간을 창조할 때 자기 문제를 스스로 가꾸어 나가도록 하셨고, 이것을 가능케 하는 장치로 가족을 주셨다. 이것은 하느님의 특별한 축복이다. 그러므로 사회 복지에 대한 교회의 역할은 복음을 통해 개인과 가족, 친척들이 자신들의 복지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도록 치료적, 예방적, 개발적 차원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둘째, 복지 문제의 2차적 책임은 근대사회에서는 정부나 지방 단체에 있게 된다. 산업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로 야기되는 개인들의 복지 문제는 수적이로나 양적으로 심각하여 정부라는 기구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사회 복지 정책, 사회 복지 행정과 프로그램, 사회 복지 기관 설립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회의 여러 차원에서 실천하게 된다. 교회가 있는 지역사회에서 교회와 정부의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의 생활을 통하여 만나게 된다. 

 

교회는 정부의 정책 수립과 행정 시행 그리고서비스의 전달 체계가 복음이 선포하는대로 가장 소외되고 가장 어려움을 겪는 지역 주민(국민)을 돕는 장치가 되었는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 잘하는 경우에는 칭찬과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잘못하는 경우에는 날카로운 비판과 시정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차원에서 사회사목 내지 ‘사회 복음’(Social Gospel)의 명제는 성립한다. 지역 주민 대부분의 복지 문제가 정부의 사회 복지 정책과 행정에 영향을 받게 된다면 교회가 사회사목에 등한시한다는 것은 교회 본래의 책임을 망각하는 것이 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선교의 당위성과 책임을 갖고 있는 한국교회는 정부의 사회 복지 사업의 협력자, 보완자, 비판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셋째, 개인이나 정부가 제아무리 철저한 복지 대책을 세운다 해도 산업사회에서 야기되는 사회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복지 문제의 3차적 책임은 민간 사회 단체에 있다고 본다. 사실 우리 나라 사회사업의 대부분은 민간 단체가 책임지고 있다. 정부는 최소한의 사회 복지 기관을 운영하는 방침을 세우고 대부분은 민간 단체들에 위탁하여 복지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민간 단체들이 교회와 관련된 교인들(성직자, 수도자, 평신도)에 의하여 직접 운영될 때, 이러한 기관은 곧 교회의 사회 사업 기관이라고 간주함이 마땅하다. 교회가 지역사회에 있는 이러한 민간 사회 사업 기관들을 돕는 역할을 교회의 사회 봉사 사업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넷째, 가족 · 정부 · 민간 단체가 국민의 사회 복지 문제에 제아무리 철저히 대비하여 대책을 세운다고 해도 역시 이러한 1차, 2차, 3차 책임의 보호망에서 소외되어 사회 밑바닥으로 떨어져 나가는 대상이 생기게 된다. 이들을 위한 4차적 책임을 교회가 맡아서 교회의 사회 봉사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구체적인 예로서 출소자 문제, 행려자 · 부랑인 문제, 미혼모 문제, 외국인 근로자 문제 등 사회의 복지 프로그램이 빈약하거나, 처음부터 없거나, 어떤 이유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우한 계층에 대한 프로그램이 없을 때 교회는 이를 사회 봉사 사업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의 사회 봉사 사업은 가장 어려운 대상, 비용과 시설이 많이 드는 대상을 주 대상으로 해야 한다. 

 

교회의 사회 봉사 사업은 이상의 복지 대상의 맥락에서 볼 때, 1차, 2차, 3차의 책임 수행이 빈약할 경우에 도와주는 ‘보조적 역할’(Supportive Role), 복지 프로그램에서 필요한 부분이 없을 경우에 돕는 ‘보충적 역할’(Supplementary Role)이 있으며, 1차, 2차, 3차 책임 기능이 전혀 없을 때 대안을 제시하는 ‘대치적 역할(Substitutive Role)로 구분하여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보조, 보충, 대치적 차원의 서비스를 조직해야 하는 보조, 보충 기능을 강화하고, 특수한 경우 그만한 능력이 있을 때 대치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회의 사회 봉사 사업은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사업 프로그램 진행뿐만 아니라, 교회 밖에서 진행되는 모든 사회사업 프로그램이 인간의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며, 섬기는 삶의 표현이 되도록 영적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평신도들이 그들의 세속적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지침의 제공도 교회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중요한 봉사적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곧 세상을 향한 복음선포다. 

 

 

IV. 한국 천주교회 사회 봉사 활동의 분석과 발전을 위한 제언

 

초대 교회부터 현대까지 내려오면서 교회의 사회 봉사 사업들은 새로운 이웃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어 복음 전파 사업을 간접적으로 촉진함으로써 교회의 성장에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0여년동안 한국교회는 사회의 전반적인 성장 논리에 편승하여 교회의 가시적인 양적성장을 위한 활동에 주력함으로써 이웃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사회 봉사 활동에는 미온적인 자세를 취해 왔으며, 이웃을 등한시하고 교회의 자체 성장에만 주력해 온 이기적인 모습이 사람들에게 실망과 우려를 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금세기 들어 처음으로 성장이 둔화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교회의 성장 둔화와 침체 현상의 주요 요인들을 살펴보면 ①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되는 정체성의 약화, ② 영성의 부족, ③ 민중을 외면한 이기주의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교회로 변모, ④ 교회의 세속화와 세속주위 물결(교회가 세상을 복음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대신, 교회가 오히려 세속에 물들고 있다.), ⑤ 내실적 성장에 대한 신학적 정립 부재(양적 성장을 내실적 성장으로 연결시키지 않고 양적 팽장에 머물러 성장 자체가 교회의 궁극적 목적이 됨), ⑥ 기업식 교회 운영(교회의 각종 프로그램을 건물의 대형화, 고급화, 사치화 등으로 짜이고, ‘크면 클수록, 많은면 많을수록 좋다.’는 자본주의 논리가 지배), ⑦ 세상 문화에 뒤쳐지는 비전없는 교회, ⑧ 사회 봉사와 예언자적 역할 부족, ⑨교인들의 윤리성 결여로 사회적 신뢰 실추 등을 지적할 수 있다(김영한, 1996, 8-27면).

 

현재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은 선교, 사회 봉사 활동 등과 깊은 연계성을 갖고 있으며, 본 연구에서는 사회 봉사 활동 측면에서 그 상황과 문제들을 분석 · 정리해 보고 발전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1. 한국 천주교회의 사회 봉사에 대한 상황과 태도

 

1) 사회 봉사에 대한 교회의 상황을 살펴보면 첫째, 지역사회의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둘째, 문제를 인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지라고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그 접근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셋째,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지역사회 주민의 욕구와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실행되는 경우가 많고, 넷째, 사회 봉사 사업의 실천에 부딪치는 많은 문제에서도 교회 지도자의 경험에 따라 수행됨으로써 교회에서 실시하는 사회 봉사 사업이 전문화?체계화하지 못하고 있다. 

 

2) 그리고 이제까지 취해 왔던 사회 복지에 대한 교회의 태도를 살펴보면 첫째, 복음과 문화, 교회와 사회를 이원적으로 파악하여 교회는 전교사업에만 전력해야 한다는 태도, 따라서 신자들에게 전례적인 면과 영성적인 면만을 강조한 반면, 사회적인 면에 대해서는 소홀히 해왔기 때문에 흔히 열심한 신앙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사회생활에 무관심한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둘째, 교회가 성장하고 자리 잡은 후, 사회 봉사 활동에 개입해도 좋다는 태도로 하나의 본당이 설정되면 오직 성전을 짓는 일에만 전념하고 사회의 문제는 등한시하고 있다(정부의 선경제 후복지정책과 비슷).

 

셋째, 한국교회는 사회 복지와 전교를 별도로 보고 사회 복지를 전교의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과 봉사와 전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주장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박종삼, 1988, 145-146면).

 

* 서정운 교수는 “선교신학에서 본 사회 복지”(1992년)에서 ‘통전적 선교’는 전도와 사회적 책임의 실천이라는 두 요소를 불가분리적으로 포함하며, 이 둘은 하나가 다른 쪽에 종속되거나 의존하지 않고, 각각 독립적이며 동역적인 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마치 바지의 가랑이나 가위의 양날처럼 작용함으로서 온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개념을 M = P.S + S.S라는 등식으로 표현하면 선교(Mission)는 인간 구원(Personal Salvation)과 사회 복지(Social Service, Social Action)로 된다. 

 

 

2. 한국 천주교회 사회 봉사 활동의 분석과 발전을 위한 제언 

 

1) 사회 봉사를 선교의 본질로 인식하는 의식의 전환과 신앙적 결단이 필요하다. 

 

교회의 사회 봉사 활동은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복음화에 기초한 하느님 나라에 봉사한다는 본질적 신원에 대한 자각과 의식 전환이 있어야 하며, 현대사회를 위협하는 제반 사회적 문제들의 해결에 교회가 공헌하기 위해서 사회봉사를 교회의 본질적 사명 곧 사목으로 수용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에 대한 성서적?신학적 정립을 분명히 하며 ‘신앙과 삶’의 일치를 위한 교육을 폭넓게 전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과 지역사회의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내용들을 강론, 성서 공부, 기도, 구역 모임 등을 통해 전달하며, 특별한 교육이나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신자들로 하여금 알고, 느끼고, 결단하고, 행동하게 해야 한다.

 

 

 

2) 사회 봉사 활동은 사목과 통합된 전교회적 참여로 전개해야 한다. 

 

사회 복지 활동의 주체는 하느님 백성 전체가 되어야 한다. 즉 현재의 사회 복지 활동은 사회 복지 활동을 하는 기관이나 시설, 단체 또는 종사자들이 주체가 되고, 다른 신자들은 간접적 참여나 지원을 하는 후원자로만 이해되고 있다. 이제 모든 신자들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회 복지 활동의 주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교회의 사회 복지 활동은 해도 좋고 안해도 좋은 선택적 차원이 아니라, 교회가 수행할 사목의 내용을 이루는 필수적인 것으로 수용하고 전교회적인 참여 속에서 전개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 봉사 활동을 하는 이들이나 기관, 시설, 단체는 교회의 위임을 받아서 하는 것으로 신원을 정립해야 한다. 그러기에 사목을 시행하는 본당?교구와 밀접한 연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3) 현실적으로 가장 우선되어야 할 일은 지도력의 개발이다.

 

① 성직자의 영향력과 사회 봉사 교육

 

교구와 본당 사회 봉사 사업에서 성직자(교구 사회복지국 담당 신부와 본당 신부 등)의 비전이 사회 봉사에 관한 분위기 형성이나 정책 수립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교회의 사회 봉사 사업의 가장 중요한 추진력을 성직자의 지도력이라고 할 때, 이들이 사회 봉사에 대한 신념과 지식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성직자들이 현대사회의 제반문제들을 가슴으로 맞부딪치고 이해하는 개방적, 진취적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성직자를 양성하는 신학교의 교육 과정에 사회복지학의 내용을 포함해야 할 것이며, 기성 성직자를 위한 재교육과 자문의 기획도 확대해야 한다. 성직자들을 위한 사회 복지 교육 프로그램은 주교회의의 사회복지위원회나 교구가 가톨릭대학과 공동으로 확대해 나가는 노력이 요청된다. 

 

② 수도자 · 평신도 지도자들의 영향력과 사회 봉사 교육

 

성직자의 지도력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실정이지만 수도자와 본당의 사회사목위원, 각 단체장 등 평신도 지도자들도 교회 내에서 점점 더 큰 영향력을 획득하고 있는 집단이다. 이들이 직접 교회의 사회 봉사 사업을 앞장서서 이끌어 나가기를 원한다면, 본당을 중심으로 한 교회의 사회 봉사 사업을 이해하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일이 절실히 요청된다. 평신도 지도자들은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적 지도자일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 봉사에 대한 이들의 신념은 교회가 사회 봉사 사업을 추진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의 「사회 복지 의식 조사」(1996년)에 의하면 “본당 사회 복지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발전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결정적인 영향력 행사자)이 누구냐?”는 질문에 사제들은 신부(58.7%), 사회복지분과(31.7%) 순으로 응답하였고, 수도자들은 신부(46.3%), 사회복지분과(28.1%) 순으로 응답하였다. 수녀나 사회 복지 전문가들은 그 영향력이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정적 역할 수행 정도와 연계하여 “사회 복지에 관련된 교육을 받은 경험”을 살펴보면 사제들은 전체의 44.5%가 경험이 있고, 55.6%는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교육은 교구에서 하는 교육을 받은 경우가 72.9%로 가장 많고, 전문 기관에서 22.9% 그리고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교육받은 경우는 4.2%에 불과했다. 수녀들은 전체의 37.5%가 경험이 있고 62.5%는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육은 교구에서 하는 교육을 받은 경우가 47.0%로 가장 많고, 전문 기관에서 39.8% 그리고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교육받은 경우는 13.3%를 차지했다. 

 

평신도들 중에서는 교육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9.1%밖에 되지 않으며, 그 교육의 대부분이 교구와 전문 기관에서 실시하는 자원 봉사자 교육에 불과했다. 

 

4) 이용자 중심의 사회 통합적 방법으로 전개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사회 봉사 활동의 대부분은 사회 통합에 장애가 있는 이들(장애인, 노인, 고아, 부랑인 등)을 선별하여 사회 복지 시설에서 수용 보호하는 접근 방법을 택하여 왔다. 물론 사회 복귀나 통합이 전연 불가능한 이들은 수용 보호가 필요하겠지만, 사회 복귀가 가능한 이들까지 수용 보호하는 것은 사회사업적 이념이나 교회의 복음 정신에 맞지 않는 일이다.

 

따라서 정상화, 탈시설화의 이념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바람직한 역할을 수행하며 독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그 기능을 보강하는 복지정책과 활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서비스 제공자(교회자 시설?단체 등)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말고 철저하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서비스를 계획?제공하여야 한다. 

 

5) 접근 방법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의 문제와 교육가 다양하듯이 접근 방법도 다양화해야 한다. 굶주리는 이들에게는 긴급 구호적 방법이, 전문적인 보살핌과 치유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사회사업적 접근이, 스스로 설 수 있는 이들에게는 개발적 접근이 필요하고, 가난한 이들이 스스로 자신들 문제의 근본 원인이 사회제도나 구조?정책에 기인한다는 자각이 있을 때는 사회운동적 방법의 적용이 필요하다. 

 

한국 천주교회의 사회 봉사 활동을 보면 지나치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 복지 프로그램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으며, 교회가 사회 복지에 가장 크게 공헌할 수 있는 복지정책적 문제들에 대하여 교회의 예언자적 기능을 소홀히 하고 있는 듯하다. 

 

6) 본당의 사회 봉사 활동은 구체적인 이웃의 문제에서 출발하고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확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통하여 교회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의 요구를 발견하고 이에 대응해 나아갈 때, 교회가 가진 인적 · 물적 자원들을 효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거시적인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의 축적도 가능할 것이다. 

 

교회에서 사회 봉사 활동을 수행하면서 범하기 쉬운 몇 가지 오류를 살펴보면 첫째, 교회에서 실시하는 여러 가지 사회 봉사 프로그램(어린이집, 탁아소, 노인대학, 독서실 등)이 법의 저촉을 받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교회도 세속적인 사회사업을 실시할 때는 세속적인 법의 제재를 받는다. 건축물에 대한 안전도, 시설물, 주위 환경의 안전도 그리고 제공하는 음식물의 위생 안전도 등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둘째, 교회에서 실시하는 사회 봉사 프로그램 중, 지역사회에서 상업적으로 실시하는 프로그램과 중복되어 지역사회의 비난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교회의 어떤 사회사업 프로그램이든지 성서적 차원에서 그것을 교회가 꼭 해야하는지 그리고 가난하고 어려운 지역 주민과 지역 사회 사업의 체계망 속에서 복합적으로 실시해야 하는지 고려해야 한다. 

 

셋째, 교회의 사회 봉사 사업이 교회 건물 안에서 그 교회의 교인들만으로 이루어질 때, 그 프로그램이 교회를 위한 것인지 또는 지역사회를 위한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 

 

7) 교회의 사회 봉사 활동 종사자의 전문성 향상이 필요하다. 

 

인간을 다루는 사회 봉사 활동은 그 본성상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 단순히 이론적 지식과 체험(경험)적 기술뿐만 아니라 영성적인 전문성을 요구한다. 교회의 사회 봉사 활동은 사목이며, 이 영성은 종사자의 생명이다. 사회가 기능주의 중심, 물질주의 우월 사상, 비윤리성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사회로 변화할 21세기에서 영성적 전문성은 교회의 사회 복지 종사자들이 받드시 갖추어야 할 필요 불가결한 영적 무장이다. 

 

8) 교회의 사회 봉사 활동을 위한 조직과 전달 체계 확립이 필요하다.

 

교회의 사회 봉사 사업을 전담하는 독립적 기구(본당-사회복지분과, 교구-사회복지회 · 국, 전국-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등)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며, 그 기능?역할의 정립과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신학과 사회사업이라는 두 개의 전문 영역이 만나는 영역이므로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가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9) 정부, 지역사회, 교구 그리고 타본당들과의 협동적 노력이 필요하다.

 

‘교회와 사회’의 관계에서 본당과 지역사회의 관계는 물론 교구와 지방 자치 단체,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와 정부 간의 관계에서 교회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 잘 모르고 있다. 그리고 교회는 지역 사회 복지 기관들(가톨릭 시설 · 단체, 타종교, 공공 단체 등)과 사회사목적 차원에서 어떤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활동할 것인지 잘 모르며, 지역사회의 사회 복지 기관들과 협력하여 활동하는 사회 통합적 기능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지역사회 내 교회나 사회 복지 기관들의 협력과 연합 프로그램은 정보, 자료의 교환을 가틍케 함으로써 서비스의 중복이나 단절을 피할 수 있으며, 사업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다. 

 

본당이 당면한 인적?물적 자원의 한계 및 지도력의 결핌을 보완하기 위해서 교구 차원의 전문 기구(교구 사회복지회 등)를 통한 지도와 지원 그리고 교구 산하에 조직되어 있는 지구별로 각 지구 내에 ‘사회복지사무소’의 역할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본당별 프로그램의 특화(特化)나 전문 인력, 인적 · 물적 자원들의 흐름이 원활하게 되도록 전달 체계의 보강도 필요하다. 또한 교회 내 무한한 인적 자원들이 자원 봉사자로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즉 잠재되어 있는 자원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10) 교회의 사회 봉사 활동의 전문화를 위하여 전문 기구의 설립과 사회사업 전문가의 활용이 요구된다. 

 

교회의 사회 봉사 활동을 위한 전문 기구(사회복지연구소 등)를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교구 사회복지회 산하에 설치하여 과학적인 조사 연구와 사례 연구를 통한 교회의 사회 봉사 사업의 실천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가톨릭 관계 대학 사회사업학과 등과 연계). 그리고 이를 위해 사회사업 전문가의 활용이 절실히 필요하다.

 

 

11) 사회 봉사 활동을 위한 예산 투입에 매우 인색한데, 이의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 천주교회는 교회 재정의 최소한 10번의 1을 사회 복지비로 지출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나 실제 상황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12) 국제화한 봉사활동의 전개가 요구된다. 

 

오늘날 세계는 전인류가 한 가족이 된 국제화한 세계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보편적이어야 한다. 때문에 국경과 인종과 민족을 넘어선 교회상의 구현을 필요로 한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한국교회의 사회 봉사 활동은 당연히 국제화의 추세로 발맞추어 세계 모든 나라의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의 참다운 인간 복지에 기여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교회가 사회 봉사 사업을 실질적으로 수행함에 있어서 부딪치는 문제는 많이 있을 것이다. 교회의 사회 봉사 사업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실시하면서 나타난 제 문제들을 올바로 포착하여 분석하고 그것부터 토착적인 교훈을 받아 개선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V. 교회의 사회 봉사 활동 프로그램 

 

1. 교회의 지역 사회 복지 활동의 실천 원칙  

 

강혜영(1989, 34-35면)은 교회의 지역 사회 복지 활동의 실천 원칙은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교회는 영적인 욕구만이 아닌 인간의 모든 육체적, 경제적, 사회 심리적 욕구를 가능한 한 만족하도록 도와야 한다. 

둘째, 교회는 지역사회 조사를 기반으로 모든 사람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욕구를 해결해야 한다. 

셋째, 교회는 단순한 교세 확장의 목적이 아닌 대상자를 위한 순수한 봉사를 행해야 한다.

넷째, 교회는 전문적이고 계획적인 사회 봉사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다섯째, 교회는 지역사회의 질서와 욕구를 만족시키는 공공 기관 또는 민간 단체, 사회 복지 기관 등과 협력해야 한다. 

여섯째, 교회는 인간의 모든 존엄성을 상실케 하는 모든 제도와 권력의 단점을 인식시켜 미래사회 문제를 예방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교회의 사회 봉사 사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을 이웃과 맺는 관계 형성이라고 볼 때, 지역사회 속의 교회(Church in the Community)는 깊이 연구해야 할 과제다. 교회는 지역사회 속의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지역사회는 교회의 이웃이며 교회는 그 지역사회를 이웃으로 사랑하게 된다. 이웃과 관련해서 교회를 생각한다면 현대사회에서 교회가 지니게 될 새로운 의미와 사명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김성철, 1992, 47면)

 

 

2. 프로그램의 운영 시 고려 사항 

 

첫째, 욕구와자원 조사를 통해 공동체(본당, 교구, 지역 등)가 처한 상황과 여건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둘째, 한 본당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웃 본당이나 같은 지구에 있는 본당들이 연합하여 운영할 수 있고, 지역 내의 기존 사회사업 기관들과 연계하여 운영하는 방안도 있다. 그리고 대상 및 문제에 따라 본당별로 특성화할 수도 있다(예 : 청소년, 직장인, 장애인 등).

셋째, 더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개인 복지 기록 카드를 작성하여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넷째, 더 효과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문 사회사업가 등의 활용이 필요하다. 

 

 

3. 교회의 사회 봉사 프로그램 유형

 

교회의 사회 봉사 프로그램 운영의 기본 원리인 복음적 사명에 근거를 둔 정확한 욕구 파악과 지역적 특성을 기초로 한 활동 및 프로그램의 실시, 국가 정책 · 제도의 보조적 · 보충적 · 대치적 역할을 하고, 특히 교구 프로그램의 연계성을 모색해야 하는 교회 프로그램의 한계인 보충성의 원리를 인식하고 교회의 사회 봉사 프로그램의 유형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서비스 형태별(한상호, 1994, 14-16면)

 

① 사회 행동적 프로그램

본당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회악을 퇴치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건전한 사회 조성을 위한 캠페인(예 : 과소비, 퇴폐 풍조, 공해 추방 등)과 소비자운동, 새생활 공동체 운동, 사고 및 재해 방지를 위한 운동, 도 · 농 간 직거래, 우리밀 심기 운동, 교육 프로그램인 노인학교, 주부 교실, 근로자 모임 등의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② 대인 사회적(상호관계적) 프로그램

 

본당 사회 복지 분과에서 하고 있는 서비스로 긴급 구호와 노인, 장애인, 결손 가정, 미혼모, 재소자와 출감자, 도시 빈민, 윤락 여성, 알콜 및 마약 중독자, 비행 청소년, 도박자 등을 위한 각종 상담과 교육, 무료 급식소 등의 서비스를 의미한다. 

 

③ 사회 보호적 프로그램 

 

놀이방, 공부방, 양로 시설, 장애아나 무의탁자들을 위한 소규모 시설, 미혼모의 집, 출감자의 집, 청소년 선도의 집 등을 운영 · 지원한다.

 

④ 지역사회 조직 및 개발 프로그램

 

특정 지역의 개발이나 문제점들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교회가 주축되어 주민들의 참여와 함께 특별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실시한다. 주택, 교통, 상하수도 문제, 건강, 위생 문제, 각종 문화 시설 설립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한 번에 이룩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므로 이 중에서 공동체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개발하도록 판단 · 검토해야 한다. 

 

2) 서비스 대상별(정무성, 1996, 40-47면; 김성철, 1992, 49-50면 등)

 

① 가족 기능 회복을 위한 가족 상담 서비스

 

과거의 대가족사회에서는 가족관계의 문제를 중재하고 화해할 수 있는 체계가 가족 안에 있었으나, 오늘날 부부 중심의 핵가족사회에서는 가족 문제를 상의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체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새롭게 가정을 시작하는 젊은 부부들은 남편과 아내의 역할 갈등, 성격이나 태도의 상호 이해 부족 등으로 자주 마찰을 겪을 수 있다.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교회내에 ‘가족 상담 전담 부서’를 설치하여 수시로 가족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부부 세미나, 가족 세미나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신자 가정들이 화목하게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② 부녀 복지 서비스

 

우선 늘어나는 근로 여성들의 복지를 위하여 영?유아 보육(탁아)사업이 필요하며, 또한 미혼모와 윤락 여성을 위한 상담과 직업 안내, 결손 가정을 위한 결연사업, 여성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사회운동에 단체로 참여하여 여성문제의 예방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③ 아동 복지 서비스

 

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아동 시설 운영(영아원 등), 탁아사업, 유아원 · 유치원 운영, 아동 시설 방문과 지원, 아동 양육을 위한 강좌 개설, 놀이터 제공, 입양과 위탁 부모 결연사업 그리고 방과 후 학습?생활 지도 등이 있다.  

 

④ 청소년 복지 서비스

 

청소년들은 개인적인 문제 특히 진로 문제, 교우 문제, 이성 문제, 장래 문제 등에 관해 조언해 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교회 학생회나 주일학교 등에서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청소년에 관한 전문 지식과 상담 기술을 갖춘 청소년 전담사제나 수녀 또는 교사가 배치되어야 한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여가생활을 통해 학교나 가정에서 쌓일 수 있는 긴장, 부담감, 권태감을 해소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의 청소년 담당 부서들은 세속문화에 대항하는 건전한 기독교문화를 창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해야 한다. 그리하여 공간으로서의 교회는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에는 청소년과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부모와 자녀의 대화, 자녀교육을 위한 부모교육,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의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그리고 장학사업, 독서실 운영, 소년소녀 가장 지원, 취업 알선, 야학운동, 캠프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⑤ 노인 복지 서비스 

 

노인 문제를 위해서는 노인 복지 센터를 생각할 수 있다. 이 시설은 전문 직원의 지도하에 노인들에게 오락, 성인교육, 건강 진단과 건강의 상담 서비스, 노인 클럽과 사회 복지 단체 결성, 노인 스포츠 보급 등의 사업을 할 수 있다. 

 

노인 단독 세대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여 교회 내 자원 봉사자를 동원 · 파견하여 가사 보조, 말벗, 외출 지원, 음식 배달 등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결실 노인을 위한 무료 급식 프로그램, 양로원 · 경로당 운영, 노인 대학, 노인 취업과 부업 알선, 임종 노인 호스피스, 시설 방문과 지원 서비스 등을 생각할 수 있다. 

 

⑥ 장애인 복지 서비스

 

장애인 복지의 증진을 위한 교회의 중요한 역할과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첫째,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편의 시설, 수화미사 또는 통역, 주보 등 유인물의 점자화, 정신 지체인을 위한 주일학교 개설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참여 확대 그리고 장애 예방 등에 대한 계몽과 교육이 필요하다. 

 

셋째, 장애인의 권리 회복을 위한 사회운동의 전개다.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태어난 소중하고 평등한 존재라는 하느님의 가르침과 유엔의 권리 선언 그리고 우리 나라 헌법 등에 “모든 인간은 한 개인으로서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라는 선언을 교회가 먼저 솔선수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장애인 복지활동의 기본 장(場)인 지역 본당을 중심으로 다양한 복지 서비스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천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조기교육실 운영, 수용 보호 시설 운영과 방문 · 지원, 취업 알선과 보호 작업장 운영, 보조 장구 · 수술비 등 경제적 지원, 사회 적응 훈련, 재가 중증 장애인을 위한 재가 복지 서비스 등을 생각할 수 있다. 

 

⑦ 지역사회 복지 서비스

 

지역사회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교회 시설 개방, 노동 상담, 농산물 공동 수매, 신용협동조합운동, 법률 상담, 수재민 · 이재민 긴급 구호, 무료진료 활동, 동네 청소, 환경 미화원과 신문 배달원 초청 잔치, 지역인 체육대회와 문화행사, 자치 방범회 조직, 등하교길 교통 정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VI. 맺는 글

 

Aloisio Pearis 신부는 그리스도교의 3대 요소를 ① 묵상과 기도 - 영적인 차원, ② 성사를 중심으로 하는 전례적 차원, ③ 세속활동과 사회적 투신의 사회적 차원으로 나누어 제시하며, 이 세 가지는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국제 카리타스(Caritas)가 제시한 교회의 사회사목적 모델을 보면 교회는 기도와 성사라는 기초 위에서 하느님과의 만남과 일치를 통해, 또한 세상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시대의 징표를 읽어야 하며, 시대의 문제에 대응하지 않는 교회는 바람직한 복음적인 교회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한상호, 1994, 13-14면).   

라인홀드 니버는 그의 저서「사회사업에 관한 기독교의 공헌」(1945년)에서 “교회는 사회 복지를 낳고 키운 어머니”였는데 어머니로서 책임을 유기하였기 때문에 세속화를 초래하였다고 하였다. 

 

성전이 아무리 크고 신자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지역사회와 유리된 자기 중심적인 교회는 참된 의미의 교회라고 할 수 없다. 교회가 교회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요청에 부응하는 마음으로 응답하는 자세를 취하도록 기도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김성철, 1992, 38면 재인용).  

 

이상적인 교회(본당) 공동체는 그 지역사회에 사는 모든 이들이 사랑 안에서 하나되어 기쁜 소식을 전하고, 함께 성찬을 나누며,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는 의미 깊은 만남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과제의 적절하고 균형있는 실천은 이상적인 교회(본당) 공동체의 필수 조건이다. 특히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랑은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과 사랑의 표현이다. 

 

한국 천주교회는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할 의지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역할을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을 전개한다면 바람직한 교회 공동체 건설의 전망은 참으로 밝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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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 1996년 12월호, 정진모(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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