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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01년 제1회 가정성화주간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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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4 ㅣ No.83

2001년 제1회 가정성화주간 담화문


"가정의 기본을 바로 세우십시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1. 2001년 마지막 주일인 오늘은 성가정 축일이며, '가정성화주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가정이 날로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해체되고 있는 이 때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 춘계 정기총회에서 해마다 성가정 축일 주간을 '가정성화주간'으로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가정을 통하여 세상에 오신 이 뜻깊은 때에 인류의 미래가 달린 가정의 소중한 가치를 재확인하며 가정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 다 함께 정진하여야 하겠습니다.

 

2. 오늘날 한국의 가정은 매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1960년대 이후 오랜 기간의 경제 제일 정책으로 경제적 성장을 이루긴 하였으나, 윤리적 사막화와 물질주의 만연으로 가정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기주의와 핵가족화로 과거의 좋은 전통이 사라지고, 부모를 외면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이혼 건수는 지난 1970년 이후 열 배나 올라 하루 세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이 이혼하는 상태이고, 우리 나라 이혼율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970년 이후 한 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아기의 숫자를 뜻하는 출산율은 1999년 1.42명이라는 최저치를 기록하여 저출산율 국가에 속하게 되었고, 매일 5,000여 건의 낙태로 생명의 성역인 가정과 생명의 산실인 병원이 오히려 '죽음의 문화'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가정의 미래는 곧 사회의 미래입니다. 가정의 기본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사회 번영의 길도 제대로 열릴 수 없지 않겠습니까?

 

3. 먼저 가정에 '부모 공경'의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하겠습니다. 효(孝)는 예로부터 모든 행동의 근본이라 하였습니다. 성서에도 "아비를 공경하는 것은 자기 죄를 벗는 것이며 어미를 공경하는 것은 보화를 쌓아 올리는 것이다."(집회 3,3-4) 하고 가르치며, "자녀된 사람들은 무슨 일에나 부모에게 순종하십시오."(골로 3,20-21) 하고 권고합니다. "부모를 공경하여라."(출애 20,12) 하는 계명은 성서의 기본 가르침이며 축복의 조건이고, 자연의 원리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 기초한 초자연적 덕성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생명을 낳아 주신 부모님은 하느님 다음으로 첫째 은인들이시기에, '부모 공경'은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와 관련이 있습니다([가정교서], 15항 참조). 그러니 이 땅에 오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어머니 마리아와 요셉에게 "순종"(루가 2, 51)하시며 동시에 하느님 아버지께 "죽기까지"(필립 2,8) 순종하셨습니다. 주님의 모범을 따라 우리도 정성을 다하여 하느님을 경외하고, 힘써 부모를 공경하여 진정한 효도 문화를 바로 일으켜 세워야 하겠습니다.

 

4. 부모 공경은 일방적이기보다는 상호적인 것입니다.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계명은 부모들도 마땅히 자녀들의 공경과 사랑을 받을 만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과 '자녀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자녀들은 잉태되는 최초의 순간부터 존중을 받아야 합니다([가정교서], 15항 참조). 하느님의 선물인 생명에 봉사하는 것은 가정의 기본 임무이고, 생명의 전수로써 부모들은 영예롭게도 하느님의 창조 활동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또한 부모는 자녀 양육으로써 하느님의 부성적이고도 동시에 모성적인 교육 방법에 참여합니다. 특히 가정이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지니고 있는 영역은 분명히 종교 교육의 영역입니다. 부모는 자녀들의 신앙 교육을 통하여 가정이 "가정 교회"로서 성장할 수 있게 하고, 가정이 '가정 사도직'의 주체가 되도록 만들어 줍니다.

 

5. 가정은 사랑의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가정은 하나의 "계약"에 그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가정교서], 7항 참조). 곧 남자와 여자가 자기 자신을 서로 주고 서로 받아들이는 부부의 "친교"가 가정 공동체를 생겨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부 관계는 상호 존경과 사랑을 반영하여야 합니다. 사랑이 없이 가정은 화목한 공동체일 수 없고, 또한 사랑이 없이는 가정이 살아남고 성장하여 인간 공동체로서 완성될 수도 없습니다([가정공동체], 18항 참조).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가정이 대화를 잃어버리고, 가족간의 무관심은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설문에 의하면 거의 매일 가족간에 대화를 나누고 있는 가정은 절반 정도이고, 사회 여건 또한 가족이 함께 모일 시간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우리는 다시 친교의 기본인 대화와 사랑을 되찾아야 하겠고, 이를 위해서는 귀가를 서두르고 텔레비전과 컴퓨터도 잠시 끄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6. 가정의 기본을 바로 세우려면 그리스도인 가정이 가정 제도의 제정자이신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듣고 실천함에서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모여 공동으로 바치는 가정 기도는 매우 중요합니다([가정공동체], 59항 참조). 그리스도인 가정이 '가정 교회'의 사명에 실제로 참여하는 정도는 기도로써 주 예수 그리스도이신 열매 많은 포도나무와 일치하는 정도에 정비례하는 것입니다([가정공동체], 62항 참조). 그럼에도 많은 가정에서 가정 기도가 매우 소홀히 여겨지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가정 기도를 한다고 볼 수 있는 가정은 소수이고, 일년에 한두 번 또는 전혀 하지 않는 가정이 대다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제 각 가정은 하느님을 가정에 모시기 위해 매일 촛불을 밝히고 가정 기도를 충실히 바쳐야 하겠습니다. 그 기도 안에서 가족은 자신들은 물론이고 살아있는 사람과 이미 죽은 사람 그리고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까지 모두 함께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7.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가정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라고 지적하고, 혼인과 가정의 온전한 가치를 증진시키는 것만이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을 치유하는 길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가정은 가장 중요한 길이고,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된 길이며, 인간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길입니다([가정교서], 2항 참조). 모든 선의의 사람들과 함께 정부와 교회는 이 가정을 바로 세우는 데 최우선적인 '정책적', '사목적'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히 실직자 가정, 무주택 가정, 결손 가정, 독거노인 가정 등 어려운 상황의 가정에 우선적인 관심과 배려가 요구됩니다. 또한 대중매체의 강력한 영향력을 생각할 때, 그 종사자들이 외설과 폭력의 영화나 텔레비전 등의 프로그램을 벗어나 가정을 건전하게 지키고 돕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정 자신이 가정을 바로 세우는 주체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부족합니다([가정공동체], 72항 참조).

 

이제 다가오는 2002년 새해는 가정을 일으켜 세우고, 생명과 사랑의 문화를 더욱 이루는 새해가 되길 소망하며, 사랑과 생명의 문화 건설을 위하여 애쓰는 각 가정과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이 깃들이기를 기원합니다.

 

2001년 12월 30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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