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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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02년 성서주간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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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4 ㅣ No.87

2002년 성서주간(11월 24-30일) 담화문


"당신께서는 저에게 생명의 길을 알려주셨나이다"(사도 2,28; 시편 16[15],11)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성서주간을 맞이하여 여러분 모두 안에 하느님의 말씀이 풍부한 생명력으로 살아 있기를 빌며 인사드립니다(골로 3,16 참조). 금년 성서주간의 표어인 “당신께서는 저에게 생명의 길을 알려주셨나이다”라는 말씀은 사도 베드로께서 오순절 설교 때에 인용하신 시편 말씀입니다(사도 2,28; 시편 16[15],11). 이 말씀은 우리 신자들 모두가 ‘생명의 길’은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에 계시되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성서 말씀을 더욱 열심히 경청하고 묵상하고 전하자는 취지에서 선택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계시된 ‘생명의 길’은 어떤 길입니까? 신약성서에 의하면 ‘생명에 이르는 길’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요한 14,6) 예수님을 믿고 그분이 가신 길을 뒤따라가는 삶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가신 길은 한 마디로 ‘사랑으로 섬기는 길’이었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남기신 핵심 가르침도 바로 ‘사랑으로 서로 섬기라’는 말씀이었습니다(요한 13,1-17; 마르 10,42-45 참조). 예수님은 이를 제자들에게 가르치셨을 뿐 아니라, 당신 목숨까지 내놓으시면서 그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당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희생제물로 만들지 않으시고, 오히려 사랑 때문에 당신 자신을 희생제물로 내어놓는 길을 걸으셨습니다. 그분은 다른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무서운 사자처럼 살지 않으시고, 오히려 어린양처럼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따라 당신의 생명을 ‘속죄의 제물’로 내놓는 삶을 사셨습니다(이사 53,10; 요한 1,29.35 “하느님의 어린양”; 마르 10,45 참조).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우리부터 먼저 불신과 폭력이 아니라, 믿음과 사랑이 기초가 되어 있는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삶을 살 때, 비로소 우리들은 주님의 말씀대로 ‘세상의 빛’의 역할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죄에 뒤엉켜 ‘불신과 폭력의 악순환’ 속에 빠져 있는 세상에 희망의 빛을 비출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덧 2002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가을의 그윽한 정취를 채 느껴 보기도 전에, 때 이른 겨울 날씨가 찾아왔습니다. 교회력으로는 이제 곧 새 해가 시작됩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서, 우리가 얼마만큼 주님께서 알려주신 ‘생명의 길’을 걸어왔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 욕심에 현혹되어 주님이 보여주신 ‘생명의 길’을 벗어나 다른 길로 접어들지는 않았는지 우리 자신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화합과 평화로 ‘생명’을 살리는 길은 가지 않고,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며 ‘생명’을 억압하거나 없애는 길을 걷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이러한 반성과 다짐을 새롭게 하면서 성서 말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도록 합시다. 성령의 영감으로 쓰인 성서 말씀은 우리에게 하느님을 살아 계신 분으로 느끼게 해주고 그분과 대화하도록 초대합니다. 성서를 자주 읽고 묵상하며 성서와 함께 기도를 하면, 성서는 우리의 삶 안에 서서히 영향을 주어 우리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도록 변화시켜 줍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기”(히브 4,12) 때문입니다. 새 싹이 어둠 속에만 머물러 있으면 죽게 되고 햇볕을 받아야 자라나듯이, 우리의 생명도 하느님의 빛을 받아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바로 성서가 우리의 생명이 하느님의 빛을 받으며 자라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 모두 사랑의 하느님께서 우리의 마음속에 심어 놓으신 ‘생명의 싹’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정성을 들입시다. 개인으로뿐 아니라, 공동체로도(가족, 소공동체, 또는 본당 단위로) 하느님의 말씀이 담긴 성서 말씀을 더욱 열심히 읽고 묵상하며 실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도록 노력합시다. 이런 노력이야말로 ‘생명의 싹’을 키우는 가장 좋은 길 중의 하나입니다.

 

교우 여러분 모두와 여러분의 가정에 주님께서 내려주시는 은총과 평화가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02년 11월 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권혁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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