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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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02년 제19회 자선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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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4 ㅣ No.89

2002년 제19회 자선주일 담화문

(12월 15일)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을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1. 한국 천주교회는 해마다 대림 3주일을 자선 주일로 정하여 가난한 이웃에게 눈길을 돌려 자선을 베풀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초라한 구유에 가난하게 태어나시고 사셨을 뿐 아니라, 특별히 가난한 이웃을 자신과 동일시하셨습니다(마태 25,40 참조).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탄생을 새롭게 준비하는 이 대림 시기에 가난으로 고통을 받는 이웃들을 기억하고 필요한 도움을 베푸는 것은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2.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모든 것을 다 내어놓고, 우리와 똑같은 인간”(필립 2,6-7 참조)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분은 세상을 창조하신 만물의 주인(골로 1,15-17 참조)이셨으나 스스로 종의 신분을 취하셨고, 그분은 부요하셨지만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습니다(2고린 8,9 참조). 이렇게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신 강생(降生)의 신비는 ‘모든 것을 내어 주는’ 가난의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연약한 모습(루가 2,7 참조)으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다가가셨을 뿐 아니라(루가 4,16이하 참조), 몸소 머리를 둘 곳조차 없이 사셨습니다(루가 9,58 참조). 또한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느님 나라가 너희의 것”(루가 6,20)이라는 놀라운 선언을 하셨습니다. 마침내는 죽기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주시어(마태 26,26-28)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의 길을 열어 주심으로써 가난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혀 주셨습니다.

 

3. 현대 사회의 밑바탕에는 소유와 소비의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이 소유하며, 얼마나 풍족히 소비할 수 있느냐가 현대인의 정신과 마음을 온통 사로잡고 있습니다. 끝없는 소유욕과 지나친 소비가 전 세계에 걸쳐 많은 사람들을 절대적 가난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빈부의 차이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그리스도인은 ‘가난하게 사는 것’이 ‘부유하게 사는 것’이라는 복음의 진리를 새롭게 살고 선포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물신숭배(物神崇拜)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루가 16,13 참조). 자신을 기꺼이 내어 주며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줌으로써 마침내 자신을 찾고 생명을 얻게 되는(마르 8,34 참조) 복음적 자유와 가난을 삶으로 증거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가난하게 인간이 되셨다면, 인간은 그 가난을 통해 하느님께로 나아갑니다.

 

4. 강생의 신비를 통해 드러난 복음적 가난은 사랑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구세주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에 연유하고 있으며(요한 3,16),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 주심으로써 이 세상에 당신의 사랑을 분명히 나타내 주셨기 때문입니다(1요한 4,9-10 참조). “이것으로 우리가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형제들을 위해서 우리의 목숨을 내놓아야 합니다. 누구든지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의 형제가 궁핍한 것을 보고도 마음의 문을 닫고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1요한 3,16-17) 그렇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은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사랑의 눈길을 돌리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자선활동이 메시아적 사명의 표지이자 교회의 회피할 수 없는 의무요 양보할 수 없는 권리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평신도교령 8항).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러 오신(마태 11,2-6; 루가 4,18)예수님의 사명을 따라, 불우한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자선은 교회가 지닌 본질적인 사명 중의 하나입니다.

 

5. 구세주의 오심을 새롭게 준비하고 기다리는 대림 시기에 우리는 가난한 이웃에게 복음을 ‘먼저 그리고 특별하게’ 선포해야 합니다. 금년에는 한반도를 휩쓸고 간 태풍으로 인하여 수많은 형제 자매들이 추위 속에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에는 사랑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면서, 고통 중에 있는 이들에게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구세주를 맞이합시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여러 곳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데 성심껏 헌신해 오신 모든 분에게 하느님께서 풍성한 축복을 내려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2002년 12월 15일

자선주일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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