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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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02년 제2회 가정성화주간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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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4 ㅣ No.93

2002년 제2회 가정 성화 주간 담화문


"나자렛 성가정을 본받으십시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2002년 한해를 돌아보며 마지막 주일을 지내는 오늘은 성가정 축일이며 가정 성화 주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이 가정 성화 주간에 우리 모두는 일찍이 나자렛에서 예수님과 마리아와 요셉께서 보여 주신 성가정의 모범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성가정이 온갖 시련과 고통 중에서도 하느님과 일치하여 얼마나 서로 사랑하고 이웃을 위하여 봉사하였는지를 깊이 묵상하여야 하겠습니다.

 

2. 이 세상에 가정보다 더 소중하고 근본적인 공동체는 없습니다. 가정 제도는 하느님께서 만드셨고, 구세주 예수님도 이 가정에서 30년 동안 구원 사업을 준비하셨습니다. 가정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 자라고 사랑이 전수됩니다. 가정은 더욱 풍요로운 인간성을 길러내는 최초의 학교이며 사회를 인간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고 원초적인 장소입니다([가정 공동체], 21항, 43항 참조). 인류의 미래가 이 가정에 달려 있습니다.

 

3.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참으로 많은 가정이 해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먼저 하느님의 선물인 귀한 생명이 기피되거나 아예 거부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우리 나라의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출산율의 급감과 이혼율의 증가 그리고 수많은 낙태는 바로 생명의 성역인 가정의 붕괴로 이어집니다. 편의와 안락만을 쫓는 그러한 세태는 노동 인구 급감과 노령화사회를 초래하고 국가 경제도 위기에 빠지게 합니다. 이렇게 가정이 생명을 거부하면 바로 그 가정이 무너지고, 가정이 흔들리면 사회와 국가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4. 가정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그리고 가정을 바로 세우는 주체는 바로 가정입니다. 우리는 이기적 물질주의와 퇴폐적 향락주의의 거센 물결을 극복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야 합니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면 나자렛 성가정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자주 하느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온 가족이 함께 주일 미사에 참여하고,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를 바칠 때에 나자렛에 계셨던 주님께서 그 가정에도 현존하십니다(마태 18,20 참조). 가정 기도는 가족의 성화를 위한 첫 계단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묵주기도의 해'를 선포하시며, 가정의 위기 극복을 위하여 온 가족이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라고 권고하셨습니다([묵주기도], 6항 참조). 묵주기도는 언제나 가정의 기도이고 가정을 위한 기도입니다. 이 기도는 분명 가족들을 서로 가까이 묶어 줍니다. 가족들이 모이기가 어렵더라도,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어 묵주기도를 함께 바치는 가정은 나자렛의 성가정이 될 것입니다([묵주기도], 41항 참조).

 

5. 교회와 사회는 마땅히 가정을 도와야 합니다. 가정의 위기는 곧 교회와 나라의 위기입니다. 가정의 두 기둥은 생명과 사랑이고, 생명과 사랑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사랑이 없으면 생명을 경시하게 되고, 생명과 사랑을 소홀히 하면 가정은 해체되기 쉽습니다. 가정이 해체되면, 교회는 약해지고, 사회는 황폐해집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가정 사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입니다. 그리고 새로 출범하게 될 정부는 미래 한국 사회의 공동선을 위하여 진지하게 인간 중심의 가정 정책을 수립하기 바랍니다. 과거 정부는 인간을 수단으로 삼는 경제 중심의 가족계획사업을 추진하였고, 1973년 2월 8일에는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모자보건법까지 제정하였습니다. 그 뒤 30년 동안 이 법률의 비호 아래 무려 수천만의 태아들이 소리 없이 사라져갔습니다. 교회는 이 법률의 폐지를 지속적으로 촉구하여 왔고, 새 정부에도 거듭 촉구합니다. 또한 산부인과 의료인들에게 생명 존중을 호소하며, 동시에 의료인들을 낙태로 몰고 가는 의료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촉구합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6. 가정의 성화를 위하여 우리 모두가 노력하여야 합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이 기도에 열중하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였듯이, 온 가족이 함께 기도하고, 부부가 서로 사랑하고 신의를 지켜야 합니다. 부모와 자녀도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여야 합니다. 교육열과는 전혀 다른 '교육 부재'의 현실 속에서 부모는 첫 스승으로서 모범을 보이며 자녀들에게 삶의 참된 진리를 가르쳐야 합니다. 부모의 모범과 산 증거야말로 자녀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교훈이 될 것입니다. 또한 가정은 사랑을 배우고 실천하는 첫 학교이니 만큼 이웃을 사랑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정 안에서부터 배우고 실천하여야 하겠습니다. 특히 사회복지기관 방문과 봉사는 물론이고, 주변의 결손 가정, 이혼한 편부모 가정, 혼자 사는 노인 등 어려운 가정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온 가족이 함께 베푼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입니까?

 

다가오는 2003년 희망찬 새해에 모든 가정이 나자렛 성가정의 보호 아래 화목하게 함께 기도하고 봉사의 삶을 실천하기를 바라며 주님의 풍성한 은총을 기원합니다.

 

2002년 12월 29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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