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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새만금 갯벌에 관한 주교회의 환경 성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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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4 ㅣ No.97

새만금 갯벌에 관한 환경 성명서

 

 

새만금 갯벌과 온 세상에 생명과 평화가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평화로운 사회는 결코 생명에 대한 존중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생명 존중이 바로 모든 피조물의 보전이라는 사실을 경시할 수 없습니다."고 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가르침(1990년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 7항)을 우리는 오늘날 더욱 절실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왜냐하면 자연 위에 군림하고 자연을 파괴한 결과 환경 재앙이 극심해지면서 인간의 생존 조건 자체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하느님의 창조 사업이 지닌 신비와 생명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그 창조 사업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분명한 증거입니다. 하느님의 창조물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영성 없이 우리 사회의 평화는 보장될 수 없습니다.

 

일상의 크고 작은 폭력과 전쟁, 인간의 이기심이 빚은 환경 파괴는 우리 마음과 생활 속에 하느님의 신비와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경외가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랜 기간 동안 계속되어 온 새만금 갯벌을 살리자는 간절한 호소는 단순한 자연보호운동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사회에 생명 존중과 평화의 가치관을 정착시키기 위한 커다란 울림입니다. 새만금 갯벌을 보존하는 것은 공존과 조화, 배려와 화해의 21세기를 살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에 우리는 정부가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하루 속히 중단하여 갯벌도 살리고 전라북도 도민도 살리는 대안을 찾는 데 지혜를 모아주길 간곡히 요청합니다. 이미 우리는 경기도 시화호에서 엄청난 생태계 파괴와 환경 재앙을 경험했습니다.

 

갯벌을 막아 용지 확보와 담수화 사업을 하겠다는 시화호가 실패로 돌아갔듯이 새만금 방조제 공사 역시 성공적 결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시화호로부터 교훈을 얻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한편 우리는 전라북도 도민들이 지닌 개발에 대한 오랜 소외감과 발전에 대한 욕구도 이해하며 정부가 이 점 또한 충분히 고려하길 요청합니다.

 

우리는 특별히 지난 3월 28일부터 오늘까지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전북 부안 해창 갯벌에서 서울까지 305km 800리의 길을 '삼보일배'의 고난으로 채워온 천주교 · 불교 · 원불교 · 개신교의 성직자들, 또 이분들과 함께 해 온 모든 이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분들은 이 시대의 생명과 평화의 사도로서 우리 모두가 걸어야 할 참회와 기도의 길을 대신해 걸어 주었습니다. 4대 종단의 성직자들이 이 순례의 길에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음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주님이시며 생명을 주시는 분께서는 우리 아시아의 제자들을 시한폭탄 같은 생태계 문제로 부르십니다’(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제6차 정기 총회 최종 성명서 ‘생명에 대한 봉사, 현대 아시아의 그리스도 제자 직분’, 15.4항). 이처럼 누구보다 종교인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를 거부하고 자신을 삶을 돌아보며 생명을 선택하는 일에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활이요 생명”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고 그분의 길을 따르는 참 제자로서의 삶을 가는 것만이 생명을 주신 분 안에 영원히 사는 길입니다.

 

2003년 5월 25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영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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