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4일 (목)
(녹)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군중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권한을 주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4년 환경의 날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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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4 ㅣ No.120

2004년 환경의 날 메시지


하느님을 위한 소박한 삶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창조 세계인 우주는 참으로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곳에는 온갖 다양한 생물 종이 존재하고 또 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알맞은 고유한 생태계가 곳곳에 펼쳐져 있기에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값진 선물입니다.

 

그러나 눈이 부시도록 맑고 깨끗한 이 지구가 아주 짧은 기간에 참혹할 정도로 훼손되고 오염되면서 우리 인류에게 온갖 재앙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회칙 "백주년"(1991년)에서 “인간은 존재와 성장보다 소유와 향락을 더 누리려고 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그리고 무절제하게 땅의 자원과 자신의 생활을 남용한다.”(37항)고 지적하셨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스스로 절제하지 않으면 한도 끝도 없는 탓에 재앙을 당하기 전까지는 계속 커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가진 부를 나누기보다 더 많이 독점하여 향유하려는 탓에 지구상의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고, 재화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오염 물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생태계가 훼손되고 있고, 동식물이 병들어 죽어가고 있으며, 인간의 생명도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환경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 들어 지구 온난화와 기상 이변으로 곳곳에서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온실 가스 과다 배출로 나타났는데, 석유와 석탄 등을 연료로 사용함으로써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완화하기 위해서 1992년에 브라질 리우에서 있었던 국제연합(UN) 환경개발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기로 결의하고, 그 시행 세칙으로 1997년에 교토 의정서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의정서는 일부 선진국의 기피로 현재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는 1990년대 중후반과 작년에 연이어 닥친 게릴라성 폭우와 태풍으로 수년에 걸쳐 수해를 입었고 또 많은 인명 피해를 보았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한반도의 생태계에도 구조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입니다. 최근 기상청 기상연구소는 근대적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후 100년 간의 분석 자료를 내놓았는데, 이에 따르면 현재 평균 기온이 13.5도로서 100년 사이에 1.5도가 올랐고, 이것은 지구 평균 상승폭인 0.6도의 2배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추세대로 진행된다면 2100년에는 무려 6.5도까지 오를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현재의 온대 기후가 점차 아열대성을 띠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서 홍수와 태풍 피해는 물론 해수면의 상승에 따른 육상 침수, 고온에 따른 병충해 발생의 심화, 해충 구제를 위한 농약의 대량 살포에 따른 피해의 악순환, 그리고 여러 유형의 인간 피해라는 일련의 사태들이 닥쳐올 것입니다.

 

한반도 기온 상승이 지구 평균을 상회하는 주된 이유는 지구 차원의 온난화와 한반도 도시화의 비약적 확산이 결합한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에 따른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일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여야 합니다.

 

첫째,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 화석 연료 사용을 최대로 절제하는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나 홀로’ 자동차 운행을 줄이면서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 하고, 다소 춥거나 덥더라도 난방 시설이나 에어컨 사용을 줄여야 합니다.

 

둘째, 화석 연료를 대체하기 위해서 재생 가능한 자원을 조성하거나 사용하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예컨대 태양 에너지와 풍력, 조력의 이용과 빗물 재활용, 나무 심기에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셋째, 성당과 부속 건물, 주택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때 에너지 효율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여 난방을 하거나 조명으로 사용하고, 빗물을 가두어 사용하며, 흙을 이용하여 초록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21세기는 환경의 시대라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멀리 내다보면, 결코 틀린 말이 아님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려고 하지만, 좀더 근본적인 변화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미 교황님께서는 1990년 세계 평화의 날에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는 평화”라는 담화를 통하여 “현대 사회가 그 생활양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지 않는 한 결코 생태학적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다.”(13항)는 점을 일깨워 주고 계십니다. 따라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바라면서 더 많이 누리려고 하기보다는 적게 바람으로써 더 참된 행복에 이르려는 절제된 생활양식을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비록 이 길로 들어서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고 해도, 우리를 지켜보실 하느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2004년 6월 5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영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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