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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한국교회의 21세기형 가정사목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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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7 ㅣ No.294

한국교회의 21세기형 가정사목 비전

 

 

1. 한국교회의 가정사목 현실 

 

2000년에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가 펴낸 『서울대교구 신자들의 가정 및 가정사목 실태 파악을 위한 분석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종교가 가정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와 “약간 그렇다”고 응답한 신자들의 비율이 93.7%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교회의 산하 한국사목연구소가 2004년에 발표한 『생명과 가정에 관한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본당에서 가정문제 해결을 위하여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24.9%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고, 74.6%는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 이것은 위의 두 자료가 동일 응답자의 답이 아닌 점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신자들이 종교가 가정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는 해도, 본당에서 실제로 가정 문제에 도움을 받은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다(24.9%)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이 결과는 종교에 대한 신자들의 기대치는 높아도 충족도는 낮은 현실을 말해 준다. 그런데 이 같은 현실은 가정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누구와 상의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과 상관성을 갖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서울대교구 조사는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가정 문제 의논 상대>

 

 의논대상

부모

형제자매

친척 

친구 

본당신부 

본당수녀 

기타 

의논상대없음 

자녀 

본당교우 

배우자 

 %

 16.4

11.0 

0.7 

10.3 

1.1 

0.5 

3.0 

4.6 

6.7 

3.1 

42.7 

 

 

 

가정 문제 발생 시 의논 상대(성인 신자의 경우)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신자들의 경우 가정 문제를 본당 사목을 담당하는 성직자와 수도자와 상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할 만큼 낮게 나타났다(두 경우 합해서 1.6%). 한국사목연구소의 『생명과 가정에 관한 설문조사 보고서』에서도 신자들은 가정 문제가 발생할 때 성직자 수도자들과 의논하겠다는 의지를 일정하게 갖고 있으면서도(20.6%), 개인 기도나 가정 안에서 해결을 모색하겠다고 응답하였다(72.6%). 더군다나 동료 신자들과 상의하겠다고 응답한 경우는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것은 무엇보다도 신자들의 가정 문제와 관련하여, 현재 상황에서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그리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에 놓여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지금까지의 가정사목이 신자들의 현실생활과 일정하게 괴리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교회가 소공동체 운동을 10여 년 추구해 왔음에도, 이것이 가정사목과 통합되지 못한 상태에 머물면서, 신앙공동체가 신자들의 신앙생활 속에서 무기력한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태들은 가정사목에서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역할 쇄신과 소공동체를 통한 가정사목 변화를 요청하는데, 이를 위하여 필요한 비전들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2. 가정사목에 관한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의식 전환 - 관리형에서 동반형으로

 

지금까지의 가정사목이 일정하게 성직자 중심으로, 그리고 성직자가 전달하고 해석해 주는 가톨릭 교회의 규범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고 할 수 있다. 교회의 성직자들이 신자들의 가정 문제들을 교회법에 따라서 관리하고, 특히 세례를 전제 조건으로 한 상태에서 혼인의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에 근거하여 죄의 여부를 판단해 왔다. 또한 이에 따라 조언하거나 제재하고 또는 용서를 매개하여 하느님과 당사자들 사이의 화해를 도모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어왔다. 

 

하지만 오늘의 세계에서는 ‘심판’하거나 이른바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은 신앙의 주체들이 단순히 ‘관리’당하고 ‘심판’당하는 데서 머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 교회와 교회 지도자들이 공동 책임과 상호 돌봄의 정신에 부합하는 사목과, 복음화 단계에 대한 자각과, 이 자각을 구현할 비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살리고, 위로하고, 일어나게 하고, 증언하며, 고취하는 사목과 복음화를 위하여 누구보다도 평신도 자신이, 그리고 수도자와 성직자들이 스스로 깨어서 이 과제를 수행할 체계의 활성화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할 틀을 갖추어가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의식의 전환은 가정사목의 핵심 주체로서 부부가 가정사목에서 갖는 의의와 역할에 대한 더욱 투철한 자각을 요청하고, 또 이런 자각 위에서만이 비로소 가정사목의 결실이 더 효과적으로 성취될 수 있다. 이제는 혼인한 부부와 가족의 감각이 교회의 식별에서 좀 더 중요한 요소로 수용되어야 한다. 가정사목에서 “신도들의 감각(sensus fidelium)”에 대한 새로운 자각을 통하여 가정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교회, 그들이 주체로 설 수 있게 하는 교회, 그들과 함께 사목과 복음화를 구현하는 동반자로서의 교회상을 이룰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신자들을 사목의 대상으로 보는 데서 머물지 않고, 신자들이 스스로 가정의 문제들을 말하게 하고, 그들이 문제를 풀어갈 길을 연대하여 찾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령 신앙과 사회 현실에서 제한된 역량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교회의 협력 안에서 그들이 함께 신앙의 진리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충만과 축복을 체험하고, 또 이를 이웃과 나누며 삼위의 하느님께 영광을 노래할 수 있게 되어야 하는 것이다. 혼인한 부부와 가족 자체가 하느님께서 친밀하게 현존하실 인격들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여기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교회의 가정사목에서 이른바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고 또 그들을 돌보고자 하는 데서 머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대의 사회구조 속에서 고난을 당하는 많은 이들 중에는 교회의 구성원으로서 신앙생활의 주체들이자, 그들 자신이 가정 복음화와 가정사목의 주체들인 이들이 있기도 하다. 단적으로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일컬어져 온 사람들 역시 신자일 수 있고, 이들은 한편으로는 보살핌을 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은 물론 가정과 사회 문제로 고통을 겪는 이들을 돌보는 주체들로 서야 한다는 부름을 받았기도 하다. 이들도 가정사목의 주체로서 성직자들과 협력하고 성직자들에게 복음화와 사목의 비전을 자각시킬 책임까지 갖고 있다는 점을 바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의식 전환과 관련하여 극복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가 가정사목을 일정하게 ‘초혼-해로형’, 곧 이혼 경력이 없이 해로하는 가정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향이다. 이런 사고 구조 속에서는 가정사목에서 위선적인 양태가 발생할 수 있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를 신앙 안에서 해소할 기회를 자발적으로 찾아가지 못한 채 문제 없는 가정인 것처럼 처신하면서, 문제를 속으로 키워가는 가정이 생겨날 수 있다. 아니면 문제를 안고 있다고 여겨지는 가정일 경우 신앙 공동체의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채 음지로 숨어들게 만들 수조차 있다. 

 

그러므로 문제를 안고 사는 가정이 정직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인정하면서도 가정사목에서 한 주체로 설 수 있는 전망을 형성하는 것은 교회의 건강과 사회의 건강 모두를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그런 가운데 가정사목이 오히려 신자들에게 교회와 사회를 잇는 건강한 다리 구실을 하게 하고, 이를 위하여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하느님의 생명의 다스림을 향하도록 돕는 동반자로 들어서는 새로운 교회 주체화 운동이 요청된다.

 

이와 동시에 진정으로 주체적인 가정사목의 전망을 위하여 매우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이 평신도의 신앙 성숙과 자각이다. 이혼한 신자들에 관한 사목적 문제를 다루어온 교회법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것이 있다. 이혼한 사람들을 위하여 좀 더 충만하게 사목적 도움을 제공하여 더욱 주체적으로 가정의 신앙생활을 복음정신에 부합한 형태로 형성해 가도록 매개하지 못하는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신자들이 혼인에 관한 교회의 규범에 무지하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혼인을 준비하는 예비 부부들의 경우에도 신앙인으로서 혼인을 통하여 새롭게 주어지는 신앙의 성숙 기회를 거의 자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교회의 교육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구현할 방법과도 관련된다. 이런 면에서 교회는 더욱 통합적인 혼인 신앙교육의 체계를 마련하는 동시에, 신자들 자신이 신앙생활에 요청되는 가르침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익히고, 이를 토대로 주체적으로 신앙을 실천할 수 있는 기풍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혼인 무효 소송을 담당해 온 여러 교회법 학자들이나 가정사목 담당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예비 부부들이 혼인 전에 혼인과 신앙생활에 대한 한층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이혼과 같은 불행한 결과를 방지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교회가 전개해 온 낙태와 피임 반대 중심의 협의의 ‘생명운동’에 익숙한 사람들의 경우 현대 교회의 포용적이고 통합적인 가정사목 비전을 오히려 수용하지 못하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것은 교회가 그만큼 신앙을 총체적으로 접근하지 못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여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더욱 체계적으로 가정사목을 이끌어갈 주체적 사목 기구가 교구별로 마련되어, 가정에서부터 소공동체와 본당, 지구, 교구, 전국 차원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가정사목의 주체화와 연대를 위한 계기들을 효과적으로 모색할 수 있어야 하겠다.

 

 

3. 가정 중심의 사목 구조 확립 - “교회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가정사목의 주체화는 ‘가정’을 교회의 신앙생활의 중심으로 삼는 이른바 ‘사목 구조’의 개혁을 요청하고 또 이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요청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의 「가정사목」 의안에서도 “주일학교 어린이만의 미사를 재고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20항). 이것은 가정 중심 사목관으로의 전환을 시사하는 것으로 특히 주목된다. 물론 이때까지는 아직 가정 중심의 사목관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었다. 

 

이런 전환의 필요성을 사목신학적 관점에서 최초로 언어화한 사람은 현재 수원교구인 최덕기 주교이다. 1994년 당시 수원교구 사목국장으로서 그는 현재의 성인 중심 미사와 청년 미사, 주일학교 미사 등으로 구분되는 미사들이 오히려 가족을 흩어지게 하는 ‘반가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지금까지의 사목은 많은 경우에 신자들을 가정으로부터 성당으로 불러모으는 데 주력했으며, 교회 봉사자들에게는 중복 봉사를 시켜서 가정에 불충케 하였고, 열심하다는 신자들에게는 여러 단체에 가입케 함으로써 가정에 등한케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 인식에 근거하여 1993년 12월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가족이 본당을 중심으로 전례와 신앙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목활동을 전환할 과제를 적시하였다(「가정사목을 위한 교구와 본당 사목 조직의 필요성」, 24, 30항).

 

 

4. 연대 구조의 확립 - 가족 이기주의와 혈연 중심 부패 구조를 넘어서

 

가정 중심으로 사목을 펼친다는 것은 교회가 가정을 단위로 해서 단순히 파편화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또한 가정의 이기주의를 용인하거나 거기에 편승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가정 중심 사목은 ‘하느님의 집안’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생활을 더욱 공고하게 해서, 신앙의 연대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이 ‘소공동체 중심의 사목’ 기획이다.

 

이제는 가정사목을 각 가정과 이들의 연대로 맺어지는 소공동체, 구역, 지역, 본당, 지구, 교구, 전국, (동)아시아, 세계를 하느님의 한 가족의 전망 안에서 통합할 수 있는 신앙 공동체의 투신과 협력, 국제적 가정사목 비전의 공유가 요청된다. 세계화 시대의 다원성과 지역성의 존중과 더불어 이 같은 통합적 네트워크 형성은 아직까지도 일정하게 가부장적 사회 틀 속에서 가족과 가문의 연대를 혈연 중심의 연고주의로 여기는 현실 속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신앙에 입각한 위와 같은 참여와 연대 구조의 확립은 교회가 가정 공동체 단위부터 시작하여 폐쇄적인 가족 이기주의와 혈연 중심의 부패 구조를 넘어서 하느님의 집안 안에서의 연대를 통한 생명의 질서 보존과 형성과 발전을 도모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 각 그리스도교 가정은 우리 시대의 생명의 문화에 맞선 다양한 형태의 죽음의 문화 현실 속에서 복음적 가치들을 증언해야 할 것이다. 

 

이런 가치 가운데는 수태부터 자연적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생명의 신성함, 인격체들의 존엄, 남자와 여자 사이의 혼인의 거룩함, 신적으로 제정된 가족과 혼인 제도, 자녀들을 받아들여 사랑함, 각자의 소명과 직분에 따른 정결, 가난한 이들과 앓는 사람들, 곤경에 처한 사람들과의 연대 등이 포함된다. 공통된 가치들에 대한 상호 존중은 그런 가치들을 보호하고 촉진시키려는 상호 협력으로 귀결될 것인데, 이것은 종교 대화의 맥락에서 그리스도교 가정들이 자신의 하느님 체험을 다른 신앙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나눌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5. 가정사목의 영역 문제 - 제한적 관계형에서 실질적 관계형으로

 

지금까지는 21세기 가정사목 비전과 관련하여 성직자와 수도자들의 가정사목에 대한 의식 전환에서 시작하여 가정사목의 ‘주체들’과 관련한 여러 가지 쇄신 전망들을 검토하였다. 그런데 사목의 주체들이 ‘하느님의 대가족’의 ‘소가정’으로서 하느님 생명의 질서를 질문하고, 이를 구현해 가는 것은 그들이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다. 그러므로 가정사목의 주체에 대한 물음은 자연스럽게 ‘가정사목의 장’에 관한 물음으로 이어지고, 또 그런 물음을 통해서 더 역동적으로 의미를 발생시키게 될 것이다. 

 

실제로 가정사목은 사회 현실과의 분리가 불가능하다. 이런 견지에서 한 연구자는 우리 교회의 가정사목관에서 사회적 인자들이 통합되어 있지 못한 현실을 주목한다. “직장과 노동, 주거문제, 가정의 경제활동, 입시문제, 지역환경, 가정 내 의사소통, 대중매체와 통신매체 이용, 건강, 가정의 성문제 등 가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삶의 문제들이 가정사목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그 주된 내용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문제 인식 아래서 오히려 이 같은 생활 전체를 사목의 전망 안에 통합시켜서 “청소년 사목, 노인사목, 직장인 사목, 생명운동, 노동사목, 소공동체 운동, 환경 운동, 사회복지 등 교회의 모든 사목활동을 가정사목 안에서 하나로 합류”시킬 것을 요청한다(엄재중, “가정사목의 반성과 전망,” 『사목』 300호(2004. 1.), 82면).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세계화에 따른 가정의 파괴와 이민과 가정의 상관성, 가정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현실, 가정의 해체 문제 등에 대해서도 당연히 주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제는 이런 문제를 교회의 지도층이 인식하는 것을 신자들에게 일반화하여 전달하는 데서 머물지 않고, 이런 문제로 고통을 겪는 당사자 교우들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구조를 사목적으로 갖출 과제 역시 더욱 적극적으로 성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가정사목의 주체화를 사회현실에까지 확장시키는 매우 중요한 과업이 될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이 지금까지의 ‘가정사목’이 주로 도시 중심의 가족을 대상으로 언급되어 왔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농촌과 어촌, 시골 지역의 가정사목에 대해서도 더욱 충실하게 관심이 기울여져야 할 것이고, 이 지역의 가정들이 가정사목의 주체로 설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데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6. 자녀 교육에 기여하는 사목 모델

 

교육 영역은 가정사목의 범위와 관련하여, 오늘날 한국의 실정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청소년 신앙생활이 주로 주일학교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공교육 체계에서 단순히 본당 신앙생활을 강조한다고 해서, 주일학교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이제는 더욱 적극적으로 가정사목의 연대와 맞물려서 단순히 자녀의 신앙교육만이 아니라 공교육에 역시 기여할 수 있는 신앙 공동체상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견해를 피력한다는 것이 곧 주일학교 교육체계를 소홀히 여긴다거나 그 중요성을 간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당연히 주일학교 교육의 쇄신을 도모해야 할 것이고, 이를 오히려 신앙교육의 새로운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데 가장 근본적인 대안으로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공교육과 관련해서 소공동체 중심의 지역 화폐제도 등을 수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공교육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가톨릭적 대안으로서, 무엇보다 본당별 소공동체 차원에서 이른바 자녀교육을 위한 “학부모 달란트 나눔 운동(SSPT: Sharing System of the Parents' Talents)”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김민수, “문화 사목<3>:문화에 ‘대한’ 사목적 접근 (하)”, 『사목』 295호(2003. 8.) 참조). 이것은 고대의 물물교환 정신이나 우리나라에 이미 존재했던 두레라든지 품앗이와 같은 공동체 부조체계의 정신을 교육 영역에 적용하면서 그리스도의 정신에 따라 영성화한, 일종의 ‘정신적 재능과 가치의 신앙적 나눔 체계’라 할 수 있다. 단적으로 이 제도는 단순한 ‘교환’이 아니라 영성적 ‘나눔’이라는 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 운동은 소공동체나 본당, 또는 지구를 단위로 하여 구역 내의 청소년 가운데 청년과 부모들의 지적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이를 제공하는 체계를 갖추어서, 공동-학부모-교사가 되어줄 나눔과 섬김의 자리를 열어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것은 그리스도교적 나눔의 영역을 현대의 교육적 요청을 포용하는 형태로 확장하면서, 여기에 가톨릭 영성을 혼으로 심고자 하는 것이다.

 

 

7. 통합적 연구의 필요성

 

끝으로 가정사목 연구의 통합적 전망과 그 질에 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가정사목의 통합적 연구와 실천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교구별로 가정사목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일선 사목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대안을 수집하며 교구 차원에서 마련한 사목 방안을 배분하는 중심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 대전교구가 2004년 1월에 결성한 것과 같은 교구별 ‘가정사목위원회’가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가정사목 전담기구를 둔다고 하더라도 모든 교구 기구와 활동체가 가정과 연계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가질 수밖에 없는 상관성과 또 이로 말미암아 당연히 서로 도모해야 할 연대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데 이 같은 기구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예컨대 기존의 가정 사목이 일정하게 낙태와 피임에 맞선 이른바 협의의 ‘생명운동’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면, 다른 사목 영역과 일정하게 단절되어 있었던 가정사목의 틀을 더 균형잡힌 형태로 쇄신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생명 31’과 같은 운동이 갖는 역동성을 외면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가정의 전 부문을 유기적으로 통합시킨 형태로 ‘부부’와 ‘전 가정 구성원’ 중심의 사목을 기획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은 ‘가정사목’을 매개로 삼아서 생명에 대한 교회의 비전을 전사회적 차원으로까지 확장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자연스럽게 앞에서 살펴본 현대 세계와의 실질적 관계에 토대를 둔 사목 비전을 형성해 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세계를 참으로 ‘하느님의 집안’으로 볼 수 있다면, 가정은 이 집안의 기초로서 교회와 사회를 잇는 교량이자 교회와 세계의 미래요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 교회가 가정을 위한 역동적 사목 비전을 마련함은 이 위기의 시대에 교회 안팎의 참 복음화를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라 할 것이다. 

 

* 이 글은 2004년 6월 26일, 서강대학교 이냐시오관 소강당에서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가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의안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제21차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현대 한국 가톨릭 교회의 가정사목 비전”을 요약하면서 부분적으로 수정한 것이다.

 

[사목, 2004년 8월호, 황종렬(평신도 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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