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문헌ㅣ메시지

2004년 전교주일 교황 담화문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4 ㅣ No.122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의

2004년 전교 주일 담화


“성체성사와 선교”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교회의 선교 활동은 제삼천년기를 시작하는 지금도 여전히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제가 회칙 "교회의 선교 사명"(Redemptoris missio)에서 지적했듯이, 선교는 아직 시작 단계에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선교 사명에 전심으로 투신하여야 합니다(1항 참조). 역사를 따라 순례하는 하느님의 온 백성은 매 순간 구세주의 ‘목마름’(요한 19,28 참조)에 동참하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 성인들은 언제나 영혼의 구원에 대한 이러한 목마름을 강렬하게 느껴왔습니다. 예를 들어, 선교의 수호자 리지외의 데레사 성녀나 최근에 제가 시성하는 기쁨을 누렸던 아프리카의 위대한 사도 콤보니 주교를 생각해 보아도 그렇습니다.

 

오늘날 우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종교적 도전들은 믿는 이들에게 선교의 열정을 새롭게 하도록 촉구합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인간의 구세주이신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다시 용감하게 ‘만민 선교’에 나서야 합니다. 오는 10월, 전교의 달에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릴 세계성체대회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나누는 식탁에 둘러 앉아 선교 의식을 함께 키우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교회는 제대를 중심으로 모일 때 자신의 기원과 선교 사명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올해 전교 주일 담화의 주제에서 명백히 강조하듯이 ‘성체성사와 선교’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올해 전교 주일은 성체의 신비와 교회의 신비 사이의 유대를 성찰하는 한편,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 선언 150주년(1854-2004)을 맞아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찬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성모님의 눈으로 성체를 바라봅시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전구를 믿고 의지하는 교회는 구원의 양식이신 그리스도를 모든 민족에게 제시합니다. 그들이 그분을 알아보고 인류의 유일한 구세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2. 지난해 성목요일에, 저는 다락방을 다시 생각하면서 회칙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Ecclesia de Eucharistia)를 발표하였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올해 전교 주일을 성찬의 정신으로 지내기 위하여 이 회칙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몇 구절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저는 교회의 사명은 그리스도의 사명을 이어가는 것이며, 그리스도의 몸과 피와 이루는 친교에서 영적인 힘을 이끌어낸다는 것에 주목하고 이렇게 썼습니다. “성체성사는 교회를 이루고 교회는 성체성사를 이룹니다”(26항). 성체성사의 목적은 “그리스도와, 또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부와 성령과 친교를 이루게”(22항) 하는 것입니다. 성찬의 희생 제사에 참여할 때 우리는 구원의 보편성과 교회의 선교 사명의 절박성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회의 선교 계획은 “그 중심이 그리스도이시며, 우리는 그리스도를 알고 사랑하고 본받음으로써, 그분 안에서 삼위일체의 삶을 영위하며, 천상 예루살렘에서 역사가 완성되기까지 그분과 함께 역사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60항).

 

교회는 성체성사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하느님의 백성, 하느님의 성전, 하느님의 가족으로 커갑니다. 또한 교회는 구원의 보편 성사인 자신의 본질과 교계 구조로 가시화된 실재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됩니다. 분명히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성찬례 거행에 그 기초와 중심을 두지 않으면 결코 세워질 수 없습니다”(33항; 사제 생활 교령, 6항 참조). 미사를 마치면서 주례 사제가 회중들에게 “미사가 끝났습니다(Ite, Missa est).”라고 말할 때 모든 신자는 자신이 받은 크나 큰 은총을 각자의 주변에 전달하도록 ‘성찬의 선교사’로 파견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사실 성체성사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을 통하여 구세주의 자비로운 사랑을 선포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3. 또한 성체성사로 살아가려면 성체조배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저 또한 날마다 성체조배에서 힘과 위안과 도움을 얻습니다(25항 참조).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찬례가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교회 헌장, 11항)이고, “모든 복음화의 원천이며 정점”(사제 생활 교령, 5항)이라고 확언합니다.

 

인간 노동의 결실이지만 성령의 힘으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 빵과 포도주는 교회가 날마다 선교에서 선포하는 “새 하늘과 새 땅”(묵시 21,1)에 대한 약속이 됩니다. 성부께서는 성체성사의 신비 안에 현존하시며 흠숭 받으시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류와 인간 역사에 관한 결정적인 약속을 하셨습니다.

 

교회가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려면 성찬례와 꾸준히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거룩하게 하는 이 양식으로 힘을 얻으며, 선교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이러한 도움에 기대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세상을 복음화하려면 성찬 거행과 성체 조배, 성체 관상의 ‘전문가들’인 사도들이 있어야 합니다.

 

4.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 이것은 내 피로 맺는 새로운 계약의 잔이다.”라고 축성문에서 강조하듯이 성찬례를 통하여 우리는 주님의 희생 제사에서 정점에 이르는 구원의 신비를 재현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므로 성찬례가 역사 안에서 성사적으로 현존케 하는 구원의 선물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가 22,19)고 하신 명령은 성품성사를 통하여 성직자들에게 위임된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이 잔치와 희생 제사에 와서 그리스도의 생명을 나누어 받도록 초대를 받습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요한 6,56-57). 그리스도에게서 힘을 얻은 신자들은, 점점 더 “한마음 한뜻이 되어”(사도 4,32) 그리스도의 사랑을 세상 끝까지 증언할 수 있기 위해서는 “성령으로 거룩하게 된, 기쁘게 받아주실 제물”(로마 15,16)이 되는 것이 곧 선교 임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수세기 동안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는 날마다 제대의 희생 제사를 재현하면서 그리스도의 영광스런 재림을 기다립니다. 성찬례에서 제대를 중심으로 모인 회중은 축성 후에 이를 선포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교회는 언제나 새로운 신앙으로, 당신의 보편적 구원 계획을 완성하러 오시는 분을 궁극적으로 만나 뵙기를 소망하며 이를 되풀이하여 말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어쩔 수 없이 어려움에 부딪히며 십자가의 신비를 체험하는 이 일상의 영적 여정에서, 성령은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활동으로 그리스도인을 이끄십니다. 성찬례는 죄와 악에 맞서 싸우는 이들을 위한 궁극적 승리의 약속이며 위안입니다. 그것은 사람들을 지탱시키는 ‘생명의 빵’이며, 이 빵을 받아먹은 사람들은 다시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쪼개진 빵”이 되어, 때로는 순교에 이르기까지 복음에 충실하게 됩니다.

 

5.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올해 우리는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 선언 150주년을 맞습니다. 성모님께서는 “당신 아드님의 공로로 보아 뛰어난 방법으로 구원을 받으셨습니다”(교회 헌장, 53항). 저는 회칙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에서, “성모님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성체성사 안에 있는 변화시키는 힘을 인식하게 되며, 성모님 안에서 우리는 사랑으로 새로워진 세상을 본다.”(62항)고 말씀 드렸습니다.

 

역사상 최초의 ‘감실’("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55항)이신 성모님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를(요한 14,6 참조) 우리에게 보여 주시고 내어 주십니다. “교회와 성찬례가 서로 분리될 수 없이 결합되어 있다면, 성모님과 성찬례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57항)

 

세계성체대회와 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 선언 150주년이 겹치는 경사스러운 올해, 신자들과 본당과 선교회들이 선교 열정을 더욱 키워 모든 공동체에 언제나 “성찬례에 대한 참된 갈망”("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33항)이 넘쳐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또한 이번 기회에, 교회의 사도직 활동에 기여해 온 교황청 전교 기구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그들을 매우 소중히 생각하며, 새 복음화와 만민 선교를 위한 그들의 소중한 봉사에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감사 드립니다. 그들의 기여를 통하여 복음이 지상의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될 수 있도록 여러분이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러한 마음을 안고, ‘성체의 여인’이신 성모님의 자애로운 전구를 간청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여러분에게 사도로서 축복을 보내 드립니다.

 

바티칸에서,

2004년 4월 19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32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