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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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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4 ㅣ No.125

2004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문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 남과 북 모두에서는 정치·경제·사회 여러 분야에서 극심한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우에는 경제·사회의 변화가 공식·비공식적 방식을 통해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남한의 경우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에 상생(相生)에의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우리는 북한 룡천군에서 있었던 엄청난 사고를 접해야 했습니다. 이 사고는 남북으로 갈린 우리 민족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남쪽의 보수, 진보, 남녀노소 등 모든 계층의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룡천군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마음이 되었습니다. 우리도 어렵지만 고통받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가만히 있을 수 없기에, 무엇인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였고, 기꺼이 그 사랑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룡천군은 전 세계 곳곳과 특히 남한의 도움으로 하루하루 자리가 잡혀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룡천군의 빠른 복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의 형제자매들을 위해 계속 되어야 할 것입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기원하며 기도를 드리는 오늘, 남북한의 화해와 일치에 앞서 자신과의 화해, 이웃과의 화해, 지역간의 화해, 다양한 사회계층간의 화해 그리고 교회 안에서의 일치를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당연히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고 합니다. 또 사람들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이웃을,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도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마태 19,19)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용납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자신의 단점과 싸우려고 하거나 미워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먼저 내안에 계시는 하느님과 화해하고 ‘그리스도의 평화’를 받아드리도록 합시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현재 남북관계는 커다란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남북의 3대 경협사업인 동해/경의선 도로 철도연결, 금강산 관광사업, 개성공단사업이 질적 양적으로 확대되기에 이르렀으며, 남북 군사회담을 통해 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중지 및 선전수단을 제거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북한사회는 대규모 시장이 개설되어 일반인과 국영기업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물건을 판매하는가 하면, 개인들이 건물을 임대하여 식당 등을 운영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업자본가가 등장한 반면에 다른 쪽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도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남한사회는 대화와 타협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려는 현상도 점점 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울러 서민들이 느끼는 서민경제는 더욱더 사회안에서 격차를 드러내고, 그 격차는 날로 고착되어가고 있습니다.

 

남북간에 놓여졌던 분단의 가시적인 흔적들은 이제 역사의 한 부분으로 그 자리를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흔적들이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다고 우리 민족이 화해와 일치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진정한 화해와 일치는 서로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눈앞에 놓여졌던 분단의 그 흔적들은 사라져가고 있지만, 남과 북 내적 분단의 흔적을 지우기 위하여 우리는 더 힘껏 노력해야 합니다. 우선 남과 북은 진지하게 서로의 있는 그대로를 바로 알아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분단 59년 동안 쌓여진 남과 북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 “정의와 평화와 기쁨”(로마 14,17)의 씨앗을 심어가야 합니다.

 

우리 교회는 이러한 남북한의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사회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소명이 있습니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사실은 우리 사회의 갈등이 교회 내에서조차 재연(再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교회내의 일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의 고통을 앞에 두고 믿는 이들의 일치를 위해 바치신 기도가 있습니다. “아버지,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이 사람들도 우리들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요한17,21) 우리 교회는 이제 예수님의 간절한 이 기도에 화해와 일치의 구체적인 삶으로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남북한 형제·자매 모두에게 함께 하시길 간구합니다.

 

2004년 6월 27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김운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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