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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문헌ㅣ메시지

2004년 성서주간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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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4 ㅣ No.128

2004년 성서주간 담화문


"죽음의 그늘 밑 어둠 속에 사는 우리에게 빛을 비추어 주시고 우리의 발걸음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시리라"(루가 1,79)


살아있는 희망과 지속적인 평화의 근거인 하느님 말씀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어느덧 무르익어 가는 결실의 계절인 가을의 길목에서 우리는 성서주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금년 성서주간의 표어를 즈가리야의 노래 가운데 한 구절인 "죽음의 그늘 밑 어둠 속에 사는 우리에게 빛을 비추어 주시고 우리의 발걸음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시리라"(루가 1,79)는 말씀으로 정하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우리의 사회가 그 무엇보다도 평화를 간절히 목말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끔찍한 전쟁과 폭력의 참상으로 위협받고 있는 평화의 비참한 현실, 우리 사회 지도자들 사이에 깊이 새겨진 불신과 반목의 상처, 경제적 어려움으로 점차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가정의 위기, 지금 교회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신흥 영성운동의 부정적 영향 때문에 생겨난 신앙의 위기 등은 말씀의 빛을 따라 살지 못하고 어둠 속을 헤매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고발이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복음화의 메시지가 "평화"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오늘 이 시대의 상황은 주님께서 예루살렘을 향해 눈물을 흘리시며 한탄하셨던 말씀을 상기시켜 줍니다. "오늘 네가 평화의 길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너는 그 길을 보지 못하는구나."(루가 19,42)

 

주님께서는 우리를 평화의 길로 인도하십니다. 평화란 단순히 전쟁과 폭력이 없는 상태를 넘어 생명의 충만, 곧 주님의 현존을 뜻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에서 우리는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아무리 짓눌려도 찌부러지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실망하지 않으며 궁지에 몰려도 빠져 나갈 길이 있으며 맞아 넘어져도 죽지 않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언제나 예수의 죽음을 몸으로 경험하고 있지만 결국 드러나는 것은 예수의 생명이 우리 몸 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2고린 4,8-10) "그리스도야말로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희생하여 유다인과 이방인을 하나의 새 민족으로 만들어 평화를 이룩하시고 또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써 둘을 한 몸으로 만드셔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고 원수되었던 모든 요소를 없이하셨습니다."(에페 2,14-16)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가 '죽음의 그늘 밑 어둠 속에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고 빛의 인도를 받아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우리 안에 주님의 생명이 살아 있기 때문이며, 평화가 바로 우리의 주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평화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는 주님의 현존에 대한 확신에서 나옵니다. 이것은 불확실해 보이는 미래를 향해 두려움에 떨던 사도들을 위로하시던 주님의 말씀에서도 드러납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주는 것이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요한 14,27) 주님이 주시는 평화가 참 평화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어두운 현실에서 돌아서서 좀더 나은 세상과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주님의 현존의 표지인 평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나라 안팎에서 일고 있는 두렵고 걱정스러운 상황 속에서, 우리의 삶에 평화와 희망을 던져 주는 빛은 분명 주님의 현존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주님의 현존에 대한 확신은 하느님 말씀의 빛을 받아, 특히 복음의 빛으로 우리 안에서 점점 더 분명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주님이 바로 말씀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현존에 대한 확신은 거짓 자아와 가치 체계의 혼란에서 벗어나 내면의 평화를 가져다 주며 새로운 희망의 여정을 살도록 이끕니다. 이 희망은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마련해 주시는 주님의 선물입니다. 이러한 희망으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 평화를 전하고자 합니다. 평화를 통한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열고자 합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말씀의 봉사자들로 소명을 받은 우리 신앙인들은 우리가 당면한 실존적 고민을 변화시키기 위해 일상 생활 속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까? 복음의 메시지는 평화로운 세상의 건설과 이웃들의 행복을 위해 희망을 잃지 않고 전념하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사명의 근원에는 주님께서 계십니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이 당신과 더불어 평화와 친교를 다지게 하시고 또 죄인들인 인간들 사이에서 형제 사회를 이룩하게 하시려고, 우리 육신을 가지신 당신 성자를 보내시어 새롭고 결정적인 방법으로 인간 역사에 개입하시기로 결정하셨습니다."(『선교교령』3항)

 

새로이 시작되는 매일 아침에 주님께 희망을 두고 평화의 기도를 드려봅시다. "죽음의 그늘 밑 어둠 속에 사는 우리에게 빛을 비추어 주시고 우리의 발걸음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시리라"(루가 1,79). 교우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려 주시는 평화와 희망이 항상 함께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2004년 11월 21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권혁주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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