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문헌ㅣ메시지

2005년 제5회 가정성화주간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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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3-14 ㅣ No.189

가정사목위원회 제5회 가정성화주간 담화문


성가정으로 나아가는 길

 

 

+ 마리아, 요셉, 아기예수의 성가정!

 

성가정 축일을 맞이하여 여러분 모든 가정에 아기 예수님의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한 가정에 새로운 생명이 축복으로 피어나듯이 온세상을 향한 아기 예수님의 탄생으로 세상은 구원을 향한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되었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의 가정을 통하여 우리의 가정을 구원을 향한 거룩한 가정으로 축복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누구나 성가정을 이루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성가정이란 어떤 가정을 말하는 것인지 한마디로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식구들 모두가 신자인 가정", "화목한 가정", "건강하고 웃음이 피어나는 가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성가정은 식구들이 전부 신자가 되었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화목하고 건강한 가정은 그리스도인이 아닌 일반 사람들도 소망하는 가정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성가정이란 마리아와 요셉, 아기 예수의 가정을 일컫지만 마리아와 요셉의 가정은 세상 사람들이 원하고 바라는 화목하고 건강한 가정이라고 표현될 수 없고 오히려 고통과 시련이 가득했던 가정입니다.

 

마리아와 요셉이 겪어야 했던 시련과 갈등은 참으로 엄청난 것들이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아이를 잉태한 마리아를 아내로 맞이해야 하는 것은 남자로서는 참으로 이겨내기 힘든 수치심과 모욕이었고 결국 요셉에게 파혼을 생각하게 만들었으며, 한 여인으로서 생명을 잉태한 기쁨의 시간들이 마리아에게는 인간적으로 너무나 큰 고통의 나날들이었습니다. 결혼생활도 시작하기 전 아기 예수의 잉태는 온 인류를 위해서는 더없는 기쁨과 행복이었지만 요셉과 마리아 개인에게는 너무나도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와 요셉은 이러한 갈등과 시련을 신앙으로 이겨낸,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참부부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하느님께 대한 마리아의 순명을 남편 요셉은 사랑으로 감싸주고, 자신을 아내로 맞아들인 요셉의 믿음을 마리아는 존경하고 의지하였습니다. 이러한 요셉과 마리아의 존경과 사랑은 인류를 구원하실 메시아 구세주께서 인간으로 오시는 가정의 바탕이 되었고 결국 하느님의 섭리가 이루어지는 은총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와 요셉 부부의 순명과 믿음으로 엮어진 가정 안에 당신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맡기십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마리아와 요셉의 가정에 맡기시는 놀라우신 섭리는 부부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가정을 천상가정으로 승화시켜 주신 위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담과 하와를 정겨운 인연으로 엮어 주신 부부의 사랑을 더 이상 인간의 가정으로 머물지 않게 하시고 하느님께서 역사(役事)하시는 가정으로, 구원을 향한 작은 교회를 세우신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성가정은 인간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가정이 아니라 우리에게 다가오는 시련과 고통을 순명과 사랑으로 승화시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은총의 가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세속적으로 행복하고 부유하지는 못했으나 부부가 서로 이해하고 사랑했던 신앙의 마리아와 요셉의 가정은 바로 우리가 바라고 희망해야 하는 성가정이요, 그리스도 가정의 모델로서 가정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성 요셉과 같은 남편을 찾기란 매우 힘이 들며 마리아와 같은 아내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쉽게 만나서 쉽게 헤어지는 오늘의 정서는 결혼제도 자체를 흔들고 있으며 하느님께서 맺으신 인연을 사람의 힘으로 풀어내는 어리석음으로 우리의 가정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부부의 존경과 신뢰는 사라지고 부모와 자식은 속박과 부담 속에 사랑과 믿음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사고 방식은 가정을 무너지게 만들었고 경제구조의 변화는 가정의 존재가치를 부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과거 부모들은 삶 자체를 통해 자녀들을 가르쳐 왔지만, 요즘 부모들은 가정의 삶과 자녀들의 교육을 별개의 것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요즘 가정은 부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자녀 중심으로 변화되었고, 생활과 운명의 공동체가 아닌 욕구충족의 수단이나 필요조건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인간 성숙의 시작이며 근원지인 가정은 급격한 사회구조 변화에 휩쓸려 심신의 안식을 누리고 재충전하는 스위트 홈(Sweet Home)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고 가족해체, 가정부재라는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가족간에 만연된 이기주의는 가정환경을 파괴시켰고, 입시위주의 교육은 부모와 자녀를 격리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제 기초공동체인 가정이 붕괴되어 가는 현실에서 우리는 가정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가정은 우리가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작은 교회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의 가정은 인간이 안식을 얻는 보금자리로서 그 안에서 사랑과 관심으로 자녀들이 문화와 관습을 배우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해 가는 둥지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아제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어머니는 어머니로서, 자녀들은 자녀들로서 각각 자기의 위치로 복귀할 시기입니다. 지금까지 가정에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과 위치를 잃어 버렸다면, 다시 배우고 찾아서 우리의 가정부터 새롭게 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교회 헌장 11항에서 "그리스도인 부부는 부부 생활은 물론 자녀 출산과 교육을 통하여 성덕에 나아가도록 서로 도와주며, 또한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서 자기 생활 신분과 영역에 고유한 은총을 받는다. 실제로 이 혼인에서 가정이 생겨나고, 가정에서 인간 사회의 새로운 시민들이 태어나며, 성령의 은총을 통하여 그들은 하느님 백성을 역사의 흐름 속에 영속시키도록 세례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다. 바로 이 가정 교회에서 부모는 말과 모범으로 자기 자녀들을 위하여 최초의 신앙 선포자가 되어야 하며, 각자의 고유한 소명을 특별한 배려로 육성하여야 한다."고 기초 공동체인 가정의 중요성을 역설하였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가정을 '작은 교회' 또는 '가정 교회'라 불렀습니다.

 

주교회의에서는 성가정 축일부터 새해가 시작되는 한 주간을 가정성화주간으로 정하였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축복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각 가정에 머물러 반성과 사랑 속에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성실한 부부의 삶을 살았는지 반성하고 또한 부모와 자녀로서 의무와 역할에 충실하였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새해를 맞이하시는 여러분 모든 가정에 아기 예수님이 사랑과 은총이 가득하고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는 성가정의 모범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생명의 성역'으로 '사랑의 문화의 중심이요 핵심'으로, '더욱 풍요한 인간성을 길러 내는 학교'로, 그리고 '사회적 덕행을 가르치는 최초의 학교'로서 거듭나야 할 것이다."(가정을 위한 교서 6항)

 

2005년 12월 30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지석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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