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
(녹) 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예수님께서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셨다. 그러자 아주 고요해졌다.

교회문헌ㅣ메시지

2003년 제20회 자선주일 주교회의 담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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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4 ㅣ No.106

2003년 제20회 자선 주일 담화문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마태 5,7)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1. 하느님은 한없이 자비로우신 분입니다(에페 2,4). 하느님과 본질이 같으셨지만 오히려 모든 것을 다 내어놓고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필립 2,6-7) 한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우리에게 완전히 계시하여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과 행적, 생활 양식을 통해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이 세상에 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여 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최초의 메시아 선언(루가 4,18-21)은 가난한 이들, 묶인 이들, 눈 먼 사람들, 억눌린 사람들에게 하느님 은총의 해를 선포한 것으로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놀라운 자비를 드러낸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메시아로서 당신의 생애 전체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충실히 증언하고 증거하셨습니다.

 

2.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드러내 보이셨으며 사람들에게 사랑과 자비의 실천을 요구하셨습니다. 이 요구는 예수님 가르침의 본질이며 복음 정신의 핵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요구를 두 가지로 표현하셨는데 하나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한 13,35)는 새 계명을 통해서였고, 또 하나는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마태 5,7)라는 참된 행복선언을 통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한 생애동안 철저히 인간을 위하여 사신 삶을 통하여 말씀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하느님의 자비를 몸소 호소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자비를 보여 준 대상이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이 사실은 나자렛 회당에서 최초로 하신 말씀으로 선포되었고(루가 4,18-19),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루가 7,22)과 당신 제자들 앞에서(루가 14,12-14) 다시 확인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가난하고 연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고(루가 2,7),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다가 가셨을 뿐만 아니라, 몸소 머리 둘 곳조차 없이 사시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든 것”이 되어 주셨습니다.

 

3.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나선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한없는 자비를 세상에 보여주는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그리스도의 모범에 따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실제적으로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자선은 그리스도인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길입니다. 사랑에서 우러나온 자선은 그리스도인의 생활양식이자 그리스도인 소명의 본질입니다. 하느님 자녀들의 모임이자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의 공동체인 교회는 이웃과 인류 가족이 겪고 있는 고통에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증거해야 할 필요성을 각별히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에게서 계시되었고 메시아로서 그분이 수행하신 사명 전체 속에 계시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교회는 하느님의 자비를 고백하고 선포하는 것이며, 또한 교회가 그 본래의 사명과 모습을 사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자선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육화(肉化)시키며, 나아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새롭게 되돌려 받는 참된 행복에 이르게 됩니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마태 5,7).

 

4. 그러므로 교회는 전통적으로 그리스도인들에게 자선을 끊임없이 독려하여 왔으며, 그리스도인들은 역사를 통하여 시대와 장소, 상황에 따라 가난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자선사업을 구체적으로 수행해 왔습니다. 한국 교회 역시 선교의 자유를 얻은 이후 줄곧 이 땅에 고통 받는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수많은 자선사업을 해 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 교회는 본당의 복지활동을 통하여 고통 받는 이들을 돕고 있으며 교회가 운영하는 620여 사회복지 시설과 단체에서는 가정과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아동, 청소년, 노인을 비롯하여 장애우, 나환우, 결핵환우, 불우여성, 무의탁자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복지 분야에 9,000여명의 종사자들이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에는 매년 막대한 재원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인은 고통 받는 이들을 사랑으로 돌보는 여러 가지 자선 활동에 적극적이며 정성어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이 시대는 금전과 물질로 돕는 단순한 자선뿐만 아니라 실제로 복지시설을 찾아가 몸으로 봉사하는 더 큰 자선을 필요로 하며, 나아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사는 가장 큰 자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5. 우리 주위에는 가난과 병고, 무관심과 소외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들을 위하여 그리스도인에게 자비와 사랑의 손길을 촉구하시며, 이러한 자비와 사랑을 통하여 당신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호소하고 계십니다. 자선주일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따라 고통 받는 이들에게 자선을 실천하도록 일깨우기 위해 제정된 날입니다. 대림 시기는 가장 힘없고 가난한 아기로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시기이며, 이러한 주님을 맞이하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는 어려움과 고통 중에 있는 이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자선입니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처지에서 정성껏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여러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가난한 이웃을 사랑하고 자비를 베푸는데 헌신하시는 모든 분에게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기원합니다.

 

2003년 12월 14일

자선주일에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장봉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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