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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정보화] 정보 사회에서 국가의 역할과 인권 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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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3 ㅣ No.262

정보 사회에서 국가의 역할과 인권 현안

 

 

최근 교육행정정보 시스템(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 이하 NEIS)을 둘러싼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NEIS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가장 큰 입장 차이는 정보 인권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 같다.

 

NEIS를 비롯한 전자 정부를 추진하면서 정부는 정보화의 '효율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것은 정부가 펴낸 전자 정부에 대한 해설 자료를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여기서 전자 정부의 미래상은 "문서의 생산에서 보존까지 전자화를 통한 종이 없는 행정, 전자화된 행정 정보가 물 흐르듯 유통되는 신속한 행정, 행정 정보의 축적 활용을 통한 지식 행정 등에 의한 생산성 있는 행정"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은 정보화에서도 보장되어야 하며, 인권이 행정의 효율성에 뒷전일 수 없다. 인권은 정보화라는 명분 아래 희생되거나 양보될 수 없는, 이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한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NEIS 문제만 보더라도 똑같은 '개인 정보 보호'라는 화두에 대하여 정부는 효율성에 뒤따르는 개념으로 치부하거나, 사후에 기술적인 '보안' 조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개인 정보 보호는 개인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기술적 보안을 잘 해야 한다는 등의 소극적 의미가 아니다. 개인 정보 보호는 보안 이상의 문제이다. 1980년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개인 정보 보호 원칙(Guideline on the Protection of Privacy and Transborder Flows of Personal Data: Privacy Guideline)이나, 1990년 유엔의 '개인 정보 전산화 가이드라인'에서는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할 때 반드시 정보 주체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고 동의를 받을 때는 그 정확한 수집과 이용 목적을 명시해야 한다는 등의 '자기 정보 통제권'을 천명해 왔다. 

 

이런 원칙들은 개인 정보의 수집이나 이용에 대한 결정권이 국가나 기업 등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개인 정보의 주체, 곧 국민에게 있음을 천명한 것으로서 정보 사회의 중요한 정보 인권으로 인정받고 있다. 자기 정보 통제권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정보 인권이며, 정보 인권으로 주목받는 권리 개념에는 자기 정보 통제권 이외에도 여럿이 있다.

 

인권은 출생과 동시에 지니게 되는 인간 고유의 권리로서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한 '세계인권선언'과 1966년 이를 국제법으로 제정한 '국제인권규약'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런데 인권의 개념과 범주는 인권 운동과 더불어 계속해서 변화·발전해 왔다. 인간의 존엄성만 하더라도, 인간이 출생 신분에 관계없이 누구나 존엄성을 가진 존재로 인정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 이후이고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역사적·사회적 조건에 따라 많은 논쟁을 거쳐 왔다. 

 

이런 논쟁 과정을 거쳐 지금은 신체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 등의 '자유권'과,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 그리고 국민이 국가로부터 본인과 가족의 생계를 보장받고 교육·사회 보장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모성 보호, 환경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내용의 '사회권'이 보편적 인권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최근 십여 년 동안에는 아동, 동성애자, 이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특별한 보호가 강조되어 왔다.

 

 

정보 사회의 인권 문제

 

최근 정보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정보 사회에서의 정보 인권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보화 시대의 인권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표현의 자유, 권리, 정보 공유의 권리, 알 권리와 접근권 등이다. 이 권리들은 정보와 커뮤니케이션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국민이 정보화 시대에 자유와 평등을 누리는 데 필수적인 권리이기도 하지만 정보화로 위협받고 있는 권리이기도 하다.

 

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매체가 확산되면서 표현의 자유나 정보 공유의 권리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표현의 자유나 정보 공유의 권리는 정보화 이전에도 세계인권선언 등 인권 관련 국제 협약에서 인정되어 온 기본적 인권이고, 대부분의 나라는 이를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헌법적 수준에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확산되고 있는 국민의 표현을 통제하려는 국가 권력의 의지가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디지털 지적 재산권을 강화하려는 산업 논리가 정보의 비영리적이고 사적인 공정한 이용조차 위협하고 있다. 특히 국가의 기반 시설이나 다름없어진 운영 체제(OS) 소프트웨어가 특정 국가의 특정 업체에 독점되고 있는 현실은 단순히 시장 논리로는 정당화되기 힘든, 국민의 권리에 대한 위협이다. 또한 공공적인 정보가 인터넷 사이트로 구축되면서 특정한 독점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만 볼 수 있다거나 상업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는 국민의 알 권리와 접근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

 

프라이버시 권리와 알 권리, 그리고 접근권은 기존의 권리 개념을 정보화 시대에 더욱 발전시킬 것을 요구받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자기 정보 통제권은 기존에 '사생활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라는 소극적 의미의 프라이버시 권리가 더욱 확장된 것이다. 곧 개인 정보의 수집과 이용, 보관에 대해 정보 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으로 발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정보 접근권은 과거에 통신 시설 등 국가의 기반 시설에 대해 국민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보편적 서비스의 개념이었다. 그러던 것이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해진 미디어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국민의 공적 접근을 보장하는 개념으로 변화·발전하고 있다. 특히 공공 정보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 인권에 대한 보장은 정보화가 확산될수록 시급한 사회적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곧 정보 사회에서의 인권 개념과 범주를 밝히고 이를 보장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국민은 정보화 시대에도 정보 인권을 명확한 기본권으로서 보장받아야 한다.

 

올해 12월 유엔은 처음으로 '정보 사회 세계정상회의'(WSIS)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세계 정상들의 정보 사회에 대한 선언문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보 사회 세계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나온 여러 문서에서, 정보 사회가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선언문 초안에서는 제1항에 "정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유엔 헌장과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된 원칙을 전제"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또한 '정보 사회 세계정상회의'가 민주주의를 증진시키고 표현의 자유와 정보 획득과 전달의 권리 등 국제적으로 인정된 인권과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확인하고 있다.

 

 

정보 인권을 무시하는 한국의 정보화

 

이제 정보 사회에서 인권의 문제는 국제적 추세이다. 그것은 진정 우리 국민이 바라는 정보 사회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이를 크게 거스르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걱정스럽다. 정부의 정보화 정책 대부분이 인권과 헌법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고려 아래서만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가 이를 합리적으로 수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토론과 사회적 합의보다 국민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가중시키는 방법으로 규제 권한만 확대해 온 것이다.

 

이를테면 정보통신부는 인터넷에 불건전하고 반사회적인 내용이 많다고 강조하면서 몇 년 전부터 인터넷 등급제를 실시하려고 시도해 왔다. 그러나 지난 해 헌법재판소에서는 불건전하고 반사회적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인터넷을 규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신문이나 방송도 더 이상 불건전하거나 반사회적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지도 감독을 받지 않는 시대에, 신문이나 방송보다 개방적이라는 인터넷에 대해서 여전히 정부가 시시콜콜한 규제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의 규제는 정부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 명백히 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왜곡하고 올해 들어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혀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사회 단체들은 인터넷에서 위법 행위가 있더라도 그것은 사후에 규제할 문제이지, '나쁜 글을 올릴 소지가 있으므로' 사전에 실명을 밝히라고 국가가 강제하는 것은 '검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 실명제의 노골적인 목적이 인터넷의 표현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라 할 때 위헌의 소지도 있다. 어떤 독재 정권도 '나쁜 말을 할 소지가 있으므로' 공중전화를 사용할 때마다 실명을 밝히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 자유롭게 표현하고 통신하는 권리는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정보통신부는 관련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명분으로 국민 일만 명의 지문과 얼굴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업계에 '테스트용'으로 구축해 주는가 하면, 휴대 전화의 모든 단말기에 '위치 추적용' 칩을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정보 은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향후 여권에 지문과 홍채 같은 생체 정보를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거꾸로 말하자면 여권 발급을 위해 국민의 홍채와 지문을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국가가 정보화의 혜택을, 국민을 감시하고 추적하는 데 쓰려 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의 프라이버시 학자 개리 막스에 따르면, 전자 감시란 모든 사람이 완전히 무죄인 것이 밝혀질 때까지 혐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은행 강도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길은 일단 혐의자로 CCTV에 찍히는 것이고, 나쁜 글을 올리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일단 인터넷 실명제에 협조해야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전자 감시 사회는 데이터베이스로 평가되는 사회이다. 데이터베이스에 내가 어떤 내용으로 포함되어 있는지 아니면 포함되어 있지 않은지에 따라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믿을 수 있는지, 더 나아가 받아들일지가 결정된다. 데이터베이스 검색의 결과로 고용이 거절되는 등 차별과 배제도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이것은 데이터베이스가 근대 국가 이후 시민과 비(非)시민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학 소설이나 영화에 등장했던 전자 감시 사회가 과연 우리의 현실과 먼 것일까?

 

가장 큰 문제는 현재 전자 정부의 기초가 되고 있는 주민 등록 제도에 있다. 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도입한 주민 등록 제도는 명확한 수집과 이용 목적도 밝히지 않고 뚜렷한 법률적 근거도 없이 140여 개에 달하는 방대한 국민의 개인 정보를 임의로 수집하고 이용하며 전산화하고 있다. 특히 사회 단체들은 국민이 미성년자일 때 국가가 지문을 강제로 날인 받아 임의로 경찰에 넘겨 평생토록 관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지난 1999년에 위헌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한 성찰 없이 전자 정부가 추진되면서 인권 침해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를테면 주민 등록 번호 등 국민마다 고유하게 주어지는 국민 식별 번호(identification number)는 매우 민감한 개인 정보이자 한 번 침해되면 회복할 수 없는 권리 영역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아예 공개하지 않거나 국가의 복지 수혜나 통계 목적 등 제한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나 타인의 주민 등록 번호를 수집할 수 있게 방치되어 국민의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개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명확한 수집과 이용 목적도 밝히지 않은 채 아무렇게나 주민 등록 번호를 마구 수집·이용하고, 이용자가 이를 제공하지 않으면 기본적인 인터넷 이용을 제한하는 상황이다.

 

 

법과 제도에 따른 정보 인권의 보장

 

1997년에는 전자 주민 카드로, 그리고 2000년에는 전자 건강 카드로 논쟁을 거쳤으면서도 우리 사회가 비슷한 논란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정보 인권을 보장하려는 구체적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보 사회의 인권 침해를 방지하려면 이를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최근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프라이버시 권리 침해에 대해서는 한시바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과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와 달리 여러 나라가 이미 1980년대부터 프라이버시 보호법과 기구를 도입해 왔고 전자 정부 또한 이런 원칙 아래서 추진되고 있다. 이를테면 프랑스에서는 정부가 구축하는 모든 국민의 개인 정보 데이터베이스가 프라이버시 위원회의 심사를 받는다. 우리처럼 전자 주민 카드의 도입을 두고 정부와 시민 사회가 맞섰던 호주는 논쟁의 결과 프라이버시 보호법을 제정하고 프라이버시 위원회가 활발히 활동하도록 하여 교육행정정보 시스템을 국민의 정보 인권과 조화시키도록 노력했다. 여러 나라에서 전자 정부나 정보화 기술이 국민의 정보 인권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심사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일부 법률들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의 가이드라인이나 다른 나라의 프라이버시 보호법과 같은 개인 정보 보호 제도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를테면 인터넷 개인 정보에 대해서는 정보 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신용 정보에 대해서는 신용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개인 정보를 수집할 경우 정보 주체의 명시적인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NEIS에서 기본적인 개인 정보 수집에 대한 원칙조차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무엇이 개인 정보이며, 개인 정보 보호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사회 전체적인 총론과 합의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진보 네트워크 센터뿐 아니라 여러 사회 인권 단체들이 NEIS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주민 등록 제도, 노동 감시 등 증가하고 있는 여러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대해 대응하며,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법과 기구의 도입을 주장해 왔고 구체적인 법률적 논의도 진행해 왔다. 이제 이에 대한 공개적이고 본격적인 검토와 토론을 시작할 때이다. 개인 정보의 문제를 국민의 인권 영역으로 돌리기 위한 시도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전자 정부에 대한 법률 등 기본적인 정보화와 관련한 법률들에서도 인권과 민주주의를 보장하기 위한 원칙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우리의 정보화 정책 대다수가 국민의 정보 인권은 고사하고 어떤 경우에는 현행 법률로 보장해 온 권리조차 무시하면서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정보화는 세계 1,2위를 다툴 만큼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왔지만, 정보 사회에서 국민의 인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과 토론, 그리고 제도 개발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그에 따라 공공 또는 민간 영역에서 인권이 효율성과 경제 논리보다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그러나 경제 개발 논리로 인권을 희생시켰던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효율성을 위해서는 독재보다 더 나은 것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는 기술 집중적 시스템은 독재나 마찬가지이다. 특히 행정 편의론은 역사적으로 종종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왔다. 이런 상황은 정보화 시대에 국민의 정보 인권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민주주의의 가치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보화 시대의 인권은 정보화 시대에도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받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정보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를 민주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이념이기도 하다.

 

NEIS를 둘러싼 논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이제 우리 국민은 자신의 권리를 무시하는 정보화를 더 이상 방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의 정보 인권을 무시한 정보화는 결국 국민 개개인의 불행이자 이 사회의 커다란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자 정부를 추진하는 정부 입안자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향후 한국의 정보화를 추진할 때 지금까지 부족했던 인권적 측면을 특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사목, 2003년 7월호, 장여경(진보 네트워크 센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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