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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뉴미디어 문화와 영성2: 교회와 인터넷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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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9 ㅣ No.245

뉴미디어 문화와 영성 (2) 교회와 인터넷 문화

 

 

최근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가 전 지구적으로 개인매체로뿐만 아니라 대중매체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터넷 사용 인구가 현재 2,473만 명이며, 하루 시간 가운데 평균 20.1%를 인터넷에 의존하는 인터넷의 생활화 시대가 도래하였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가 1천만 명을 초과했다.1) IT강국의 대열에 들어선 한국은 이제 인터넷이 '삶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양식'이 되었다.

 

일상화되어 있는 인터넷 문화는 인간의 의식과 행위양식을 지배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 매체의 주요 수용자인 신세대의 탈권위주의와 다원주의가 급부상하면서 문자 위주의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권위주의, 획일주의와 세대 갈등을 겪으며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가치관의 변화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 인터넷 뱅킹, 게임, 채팅, 동호회, 정보 검색, 교육, 의료, 정치 등 개인적, 사회적 활동의 상당 부분이 인터넷이 만드는 사이버 세계에서 가능하게 되었다. 사이버 문화의 유용성에 반해, 엽기문화, 자살 사이트, 폭력적 성격의 게임, 포르노, 각종 유해 사이트, 해킹, 사생활 침해와 명예 훼손, 컴퓨터 바이러스 등은 죽음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인터넷의 역기능을 보이기도 한다.

 

수평적 관계를 통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인터넷이 교회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 선교와 사목의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실천되고 있으며, 신학교육이나 신앙생활 방식 역시 인터넷의 보편화와 함께 많은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여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변화는 교회에 커다란 도전이면서도 은총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쌍방향의 특성을 지닌 인터넷은 잔존하는 한국교회의 제도적 교회관과 여러 모양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반면에, 성직자 중심주의나 교회 내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해체시켜 교회의 쇄신에 일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교회가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를 선교와 사목에 올바로 접목시키려면 인터넷을 오로지 수단이나 도구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의 특성들이 교회와 신앙생활의 방식이 되게 하는 하나의 문화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위해 이 글에서는 우선 인터넷 발전의 간단한 역사, 매체로서의 특성, 그리고 순기능과 역기능을 살펴본다. 그 다음으로 교회 안의 인터넷 활용 실태와 문제점, 그리고 바람직한 활용에 관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1. 인터넷의 개요

 

1) 인터넷 역사

 

인터넷은 냉전시대의 산물로 시작되었다. 1969년 미국 국방부가 소련의 공격으로부터 정보전달 체계를 안전하게 유지하고자 시작한 알파(ARPA: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에서 인터넷이 출발하였다.2) 이렇게 군사적 목적에서 개발된 인터넷은 1980년대부터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실시간으로 정보교환을 하고자 사용되었고, 다시 상업적인 사설 네트워크로 발전하다가, 1990년대 초반에 세계적인 네트워크로서 개인과 회사, 기관들이 참여하면서 사이버 문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형성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인터넷은 1982년, 서울대학교와 한국 산업경제기술원(KIET) 사이에 가동된 SDN(System Development Network)을 통해 처음으로 출현했다.3) 그러다가 1988년 이후 소규모의 지역 BBS가 등장하여 PC 통신망이 형성되었지만, 곧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등과 같은 상용 PC 통신 서비스 업체가 통신시장을 장악하면서 급격히 쇠퇴했다. 그리고 PC 통신 중심의 네트워크 환경은 인터넷 상용 서비스의 시작과 함께 인터넷 환경으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인터넷의 서구 발전 모델은 엘리트 단계, 대중화 단계, 전문화 단계의 과정을 보여왔던 반면에, 한국의 인터넷은 연구 공동체의 학술적 기반을 다지는 엘리트 단계를 거치지 않은 채 대중성을 지닌 상업적 공간으로 발전하였다. 따라서 "한국 인터넷은 기술적 하부구조의 측면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인터넷 이용 문화의 측면에서는 성숙하지 못한 양상들을 보이고 있다."4)

 

2) 인터넷의 특징5)

 

(1) 상호작용성 : 인터넷은 정보의 공유와 분산을 목적으로 클라이언트/서버 시스템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상호작용성이 고도화되어 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과 같은 구(舊)미디어(Old Media)는 송신자 중심의 일방적 정보 제공으로 수신자가 수동적인 수용자가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은 정보의 주고받음이 가능하여 이용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이루었다.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려면 반드시 양쪽이 동등하고 수평적 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 채팅과 리플(Reply), 전자우편 등을 통해 자신이 표현되고,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기도 한다. 

 

(2) 비동시성 : 인터넷은 시간 제약 없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는 비(非)동시성(asynchronity)을 지닌 미디어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데이터베이스와 서비스를 즐길 수 있어서 이용자 중심의 정보 제공, 다차원적인 정보유통과 소비, 대량복제 등이 가능하다.

 

(3) 탈대중성 : 인터넷은 다양한 인터페이스와 다차원적인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대중적인 수용자를 분화하는 탈대중화(Demassification)의 시대를 열고 있다. 일 대 다의 대중적인 매스커뮤니케이션과는 달리 일 대 일, 일 대 다, 그리고 다 대 다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전자우편의 사용, 유즈넷(usenet) 그룹, 게임 등은 다양한 관계의 커뮤니케이션을 용이하게 한다.

 

(4) 멀티미디어성 : 인터넷은 텍스트부터 동영상 서비스까지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다. 하나의 문서에서 다차원적인 언어의 이해, 순간적인 재생과 반복으로 더욱 정확한 이해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대상 자체에 빠져들도록 만든다. 인터넷의 몰입과 중독은 이러한 멀티미디어성에서 나온다. 또한 인터넷은 멀티미디어성을 이용하여 온라인 게임과 같은 사이버 공간을 만들어낸다. 사이버 공간에 빠져드는 것도 사이버 공간이 더욱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5) 개방성과 참여성 : 인터넷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어서 컴퓨터에 접근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네티즌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개방성은 현실에도 나타나 모든 정보가 관련자들에게 공개된다. 개방이 안 되거나 잘못된 정보가 유포될 때 안티사이트가 만들어지므로 솔직해지는 편이 낫다. 또한 개인, 기업, 국가, 시민단체 등 모두가 참여 가능하며, 전자상거래, 컨텐츠, 게임, 오락 등 모든 형태의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의 개방성과 참여성은 가상 공동체를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 되며 더 나아가 전 지구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6) 익명성 : 인터넷에서는 ID나 아바타(Avatar)로 정체성을 드러내지만 현실세계에서의 정체성과는 다르다. 자신을 밝히지 않고 사회적 체면이나 눈치를 보지 않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세계의 구조나 질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익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인터넷은 그동안의 억압된 욕망과 욕구를 표출하고, 자신들의 감정과 의견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많은 이용자들을 불러들이는 효율적인 공간이 되었다. 자유 게시판에는 신선한 의견의 개진에서부터 수없이 쌓여가는 욕설과 비방, 사생활 침해 등이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다.

 

3) 인터넷의 순기능과 역기능

 

(1) 인터넷의 순기능

 

인터넷이 만드는 사이버 문화는 개방성과 다양성 또는 다원성이라는 공간적 특성으로 이제까지 억압되고 폐쇄적이었던 한국사회에 많은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놀이문화와 시설의 부재, 과도한 교육열에 따른 입시 스트레스는 청소년들을 게임 속에 몰입하게 한다.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락적 컨텐츠는 많은 이들의 문화적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다. 

 

또한 인터넷은 인간관계를 더욱 원활하고 긴밀하게 해준다. 전자우편이나 채팅, 그리고 동영상이나 음악이 함께하는 하이퍼텍스트는 대화와 인간관계의 증진에 도움이 된다. 이는 다양한 가상 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끄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인터넷은 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자상거래, 쇼핑, 정보 검색 등을 통해 생활의 편리함을 줄 뿐만 아니라 경제는 e-business, 정치는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하게 한다. 

 

(2) 인터넷의 역기능

 

사이버 공간에서 일탈적 행위는 크게 세 가지, 곧 엽기문화, 폭력문화, 상업적이고 퇴폐적인 성문화로 구분된다.6) 엽기문화는 단순하고 일시적인 쾌락, 공포와 불쾌감을 낳는 자극적 이미지를 생산하며, 사람들간의 소통보다는 극단적인 차별화와 단절을 전제하면서 상업화로 편입되는 경우가 많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 양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일방적인 폭언과 비난이라는 사이버 폭력은 온라인에서의 언어폭력이다. 이는 상대방의 의견, 취향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한 채 채팅이나 게시판 등에서 책임 없는 사이버 테러의 형태로 나타난다. 사이버 폭력은 온라인에서의 성폭력도 포함하는데, 채팅 중에 늘어놓는 음담패설, 사이버 토킹, 현실세계로 발전하는 성폭력 등으로 나타난다. 자살 사이트나 폭탄제조 사이트 등과 같이 폭력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일탈문화도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또 다른 일탈행위로 퇴폐적이고 상업화된 성문화는 포르노의 급증과 사이버 성매매를 성행시키고 있다. 성을 단순히 쾌락의 수단으로, 특히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인터넷 포르노는 성에 대해 지나치게 가벼운 태도를 형성시키고 청소년들의 내면세계를 병들게 한다.

 

가장 커다란 인터넷 역기능으로 자신의 의지로 통제하지 못하는 중독 성향이 있다. 사이버 공간에 도박, 주식거래, 포르노, 게임 등을 과다하게 이용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지장을 받게 된다. 인터넷 중독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정마저 해체시키는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것이다. 

 

 

2. 교회의 인터넷 활용 실태와 문제점

 

1) 인터넷 활용 실태

 

한국교회는 이미 인터넷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용해 왔다. 교구, 수도회, 본당, 각종 단체나 개인을 위한 웹사이트, 인터넷 방송국, 인터넷 신문, 인터넷 성당, 사이버 학교 등이 개설되어 선교, 사목, 그리고 교육활동에 공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교구의 인터넷 굿뉴스(www.catholic.or.kr/goodnews)는 1998년 9월에 개통한 이래 2003년 10월 현재 가입자 수가 13만 7천 명을 넘어섰고, 1일 접속횟수는 2만 2천 회 정도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굿뉴스에 베이스를 두고 전국 본당 홈페이지가 250여 개 만들어졌고, 아울러 다양한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다. 

 

여러 교구 가운데 부산교구의 홈페이지(www.catholicpusan.or.kr)는 '주보' 홈페이지와 '인터넷 성당' 홈페이지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주보 홈페이지는 사진, 동영상, PDF 서비스, 자료실 등을 운영하여 오프라인의 주보를 보완하고 주보의 멀티미디어화를 지향하고 있다. 선교의 효과를 높이고자 '인터넷 성당'은 본당의 구조와 같은 기능들을 구성하여 신자들은 물론 냉담자, 비신자들이 이곳에 친숙하게 되어 실제 성당과도 자연스러운 연결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7)

 

성바오로 수도회의 선교네트(www.paolo.net)는 가톨릭 정보를 단순하게 전달하는데 머물지 않고 정보를 가공하여 이용자들이 편리하고 풍부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생활성서사(www.biblelife.co.kr)는 월간 「생활성서」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이 성서공부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가톨릭 영성(www.brothers.or.kr)이나 생활성가(www.pccm.or.kr)의 보급을 위해 인터넷 방송국을 수도회나 개인이 운영하기도 한다. 

 

최근에 여러 본당에서는 자체 홈페이지를 제작하여 본당 구성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과 단체 활성화, 그리고 선교를 지향하고 있다. 또한, 점차 인터넷 선교분과가 신설되고 컴퓨터방이 마련되면서 본당신자들이나 지역주민들을 위한 인터넷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구리성당(www.cath.or.kr)이나 역삼동성당(church.catholic.or.kr/yoksam)과 같은 본당에서는 이미 이러한 작업을 활발히 진행해 왔고, 용산성당의 경우에는 구역모임에서조차 홈페이지(「마삼C」 www.innews.org/masamc)를 개설하여 구역식구들 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고 있다. 이 밖에도 수많은 가톨릭 동호회가 프리챌(www. freechal.com)이나 다움(www.daum.net) 등의 사이트에서 계층, 취향, 연령, 지역 등에 따라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2) 교회의 인터넷 활용의 문제점과 인터넷 문헌

 

(1) 범종교적 인터넷 사용의 한계

 

한국사목연구소 연구원인 이종범은 가톨릭을 포함한 범종교적 인터넷 사용에 대한 문제점을 다섯 가지로 지적하고 있다.8) 

 

첫째, 종교적 진리의 일방적 특성이 중심이 없는 쌍방적이고 자유로운 정보유통에 근거한 인터넷과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종교 집단이나 민족 집단들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안티 사이트들이 있으며, 이 가운데에는 가톨릭 교회를 겨냥한 것들도 있다"(「교회와 인터넷」, 8항). 

 

둘째, 이용자가 새로운 의미로 인터넷 텍스트를 가공, 생성할 수 있기 때문에 전통적 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게이트키핑(Gatekeeping)을 통해 걸러진 객관적 정보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교회와 인터넷」은 이런 면에 대처하고자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다. "교도권 대표자들의 감독 아래, 지역과 국가 차원에서 자발적인 인증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특정한 교리 관련 자료나 교리교육적인 내용과 관련하여 도움이 될 것이다"(11항). 

 

셋째, 교회의 종교적 진리가 많은 정보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어 일종의 '종교상품'으로 전락할 위험이 지적된다. 예를 들어, 종교적 웹사이트를 방문하여 자신이 선택한 것만을 신봉할 경우 "신앙문제에도 '소비자' 개념에서 접근하도록 부추기게 된다."(「교회와 인터넷」, 9항)고 보기 때문에 신학적, 인간학적 성찰이 필요하다.

 

넷째, 자본의 논리가 확산되어 있는 인터넷에서 성(聖)과 속(俗)을 조화시키는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교구의 굿뉴스가 더욱 확산되려면 과감한 마케팅 전략이 요청되지만 과연 여기에 수익모델이 함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간접적 만남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전례나 공동체적 만남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와 인터넷」은 "궁극적으로 인터넷에는 성사(sacrament)가 없다."(9항)고 단언하고 있다.

 

(2) 한국교회의 인터넷 사용 한계

 

한국교회가 인터넷을 선교와 사목에 활용하는 데 따르는 현실적인 제약을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가톨릭 인터넷 컨텐츠의 수용자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들이기 때문에 온라인이 재복음화 성격을 지니기는 하지만 새 복음화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 

 

둘째, 교구, 수도회, 본당들이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관리 운영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새로운 정보나 웹사이트 화면에 대한 업데이트가 잘 되지 않는다. 또한 교회 안의 민감한 사안에 대해 비판적 시각의 글을 가급적 삭제하지 않는 관용이 필요하다. 

 

셋째, 인터넷의 주요 수용자인 청소년들이 본당 홈페이지에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성세대의 감시와 통제라는 청소년들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사이버 공간을 마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넷째, 온라인의 커뮤니케이션이 오프라인에서는 단절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조화가 필요하다. 

 

다섯째, 네티즌들이 즐겨 찾는 정보를 제공하는 메뉴 개발이 되어있지 않다. 가톨릭 종합검색인 포탈사이트가 없고, 오락과 게임의 형식을 빌린 교리나 성서의 컨텐츠도 찾아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웹사이트에 성직자, 수도자들의 참여가 매우 소극적이다. 그들에게 인터넷 선교와 사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3. 교회의 인터넷 활용에 관한 제언

 

1) 공동체 의식과 대인관계의 회복을 위한 대안

 

정보사회는 점차 인간의 개인주의를 초래하여 소외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교회는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공간의 활용과 현실 세계의 연결을 통해 가정이나 대인관계에서 공동체 의식 함양에 힘써야 한다. "인터넷은 거리와 고립을 극복하고, 마음이 맞는 선의의 사람들끼리 만나 가상의 신앙 공동체에서 서로 격려하고 지지해 줄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교회와 인터넷」, 5항). 

 

사이버 공동체는 또한 현실 세계의 공동체와 연결함으로써 상생할 수 있다. 이 둘을 함께 가지고 있는 '잡종(Hybrid)' 공동체로의 지향이 바람직하다고 보겠다. 온라인 공동체가 주를 이룰 경우에도 가끔 오프라인에서 번개팅을 통해 서로 만나서 사람들 사이에 더 친밀한 연관을 만든다든지, 오프라인 공동체가 주를 이루는 경우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때문에 다 이루지 못한 토론을 온라인에서 지속하는 것이 이러한 잡종 공동체에 속한다. 교회 안에서도 이러한 공동체를 지향할 때 더욱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의 표는 두 공동체의 장점을 모아놓은 것이다.9)

 

 온라인 공동체의 장점

 오프라인 공동체의 장점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

 구성원을 친밀하게 잘 알 수 있다

 공동체의 '기억'이 더 강력하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이 커진다

 새로운 관계나 정체성을 실험할 수 있다

 그룹 피드백이 가능하다

 

 

2) 가톨릭 사이트 활성화를 위한 인증제도의 필요성

 

인터넷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사용을 권장하고자 긍정적인 의미의 인증제도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모든 가톨릭 신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이트를 추천하여 인증해 주는 제도가 있다면, 신자들이 인증받은 사이트를 주저없이 사용할 수 있고, 개별 사이트들은 양과 질의 향상을 위해 더욱 매진할 기회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3) 인터넷 프로그램의 다양한 개발

 

인터넷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 활용을 위해 다양한 컨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홈페이지 구축과 운영에 관한 아이디어, 신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웹사이트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아이디어, 선교와 사목에 도움이 되는 컨텐츠의 생산과 유통 등에 교회의 인력과 재정적 투자가 따라야 한다.

 

4) 인터넷에 관한 연구와 발표

 

교회의 인터넷 활용을 위한 신학적 반성과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론적 연구와 발표는 인터넷 이용에 대한 인식을 교회 안에서 확산시킬 수 있다. 또한 인터넷 활용에 대한 정보교환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정기적으로 인터넷 워크숍이 개최되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PC 동호회와 연결하여 더욱 발전적인 가능성을 확보한다.

 

5) 인터넷 교육의 활성화

 

인터넷 교육은 인터넷 자체의 사용방법을 습득하는 교육이라기보다는 선교와 사목에 인터넷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인식하는 과정이다. 「교회와 인터넷」에서는 교회 지도자, 부모, 어린이와 청소년 모두에게 인터넷 교육의 필요성을 열거하면서 인터넷을 창의적으로 사용하여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고 교회 사명을 완수하는 데에 이바지하기를 요청하고 있다(11항). 또한 인터넷 교육은 인터넷의 역기능으로부터 빚어지는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인 안목과 윤리적 판단력을 고양시키며, 궁극적으로 인간과 인간 공동체가 인터넷 매체의 이용에 대한 목적과 척도가 됨을 강조한다(「인터넷 윤리」, 3항). 

 

6) 교회 지도자들의 인식 변화

 

많은 경우에 교회 지도자들은 인터넷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인터넷의 특징인 수평적이며 쌍방향적 관계가 성직자 권위주의와 대립되기 때문에 쉽게 성직자들의 삶의 방식이 인터넷 방식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성직자들이 신자들의 삶의 방식에 맞추지 않는다면 신자들은 교회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성직자들을 비롯한 교회 지도자들은 갈등의 소지가 있지만 관용의 태도로 인터넷을 수단이나 도구만이 아닌 삶의 양식인 문화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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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겨레 신문」 2002. 11. 6.; 2003. 1. 21.; 2003. 4. 24.

2) http://www.internetvalley.com/intrvalold.html

3) 성동규, 「사이버 커뮤니케이션」, 세계사, 2002년, 229-230면 참조.

4) 위의 책, 231면.

5) 이상철 외, 「국제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이진출판사, 1998년, 226-227면.

6) 성동규, 앞의 책, 247면.

7) 인터넷 성당 사이트는 성전, 사제관, 수녀원, 사무실, 나눔방, 가톨릭 정보, 인터넷 방송 등으로 메뉴가 구성되어 있다.

8) 이종범, "한국 종교 단체의 인터넷 이용 현황과 문제점", 주교회의 매스컴 위원회 주최 가톨릭 교회의 인터넷 이용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 자료집. 

9) 홍성욱, 「네트워크 혁명, 그 열림과 닫힘」, 들녘, 2002년, 154면.

 

[사목, 2003년 11월호, 김민수(주교회의 매스컴 위원회 총무, 서울대교구 신수동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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