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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본당의 장애인 편의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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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3 ㅣ No.223

[함께 사는 공동체를 향하여] 본당의 장애인 편의 시설

 

 

1. 들어가는 말

 

이러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 복지법에서는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는 장애인 발생을 예방하고, 장애의 조기 발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자립을 지원하며 필요한 보호를 실시하여 장애인의 복지를 증진할 책임을 진다.”(제9조 1항)라고 정하고 있으며, 또한 의료, 재활 치료, 사회 적응 훈련, 교육, 직업 재활, 정보에의 접근, 편의 시설, 안전 대책의 강구, 주택의 보급, 문화 환경의 정비 등 삶의 모든 영역에 걸쳐 국가와 지방 자치 단체의 책임을 명시해 놓고 있지만, 실제로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특히 편의 시설과 안전 대책의 강구는 거의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1998년의 시설 종류별 장애인 편의 시설 설치 현황(보건복지부 재활 지원과)을 보면 설치율이 평균 47.4%이며, 특히 시각 장애인 안내 설비는 8%, 청각 장애인 안내 설비는 겨우 6.4%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이런 통계도 대상 시설에 장애인 시설(70,4%), 사회 복지 시설(49.9%), 의료 시설(58%), 장애인 특수 학교(69.1%)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그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이라고 보인다. 실제로 장애인이 서울의 거리를 돌아다니려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위의 조사에 따르면 종교 시설의 장애인 편의 시설의 설치율은 49.7% 정도이다. 다행히 전체 평균보다 높은 설치율이기는 하지만 누구보다 가난한 이들,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교회의 모습으로는 분명 부족하다. 이러한 편의 시설의 부족은 장애인들의 자유로운 외출을 막고 있고 따라서 장애인들의 출현율은 2.3%에 불과할 정도이다. 

 

전체 인구의 약 3.8%가 장애인이라고 하면 한국 천주교 신자들 중에 장애인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천주교 신자가 전체 인구의 약 9%라고 할 때 신자 장애인도 대략 전체 장애인의 9%로 잡아 16만여 명이 되리라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사회 복지 시설 중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기관이 약 15% 정도임을 고려한다면 천주교 신자 장애인은 더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중에서 현재 재가 장애인이 몇 명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신앙 생활을 영위할 자격이 있으며, 그들이 불편하지 않게 성당에 찾아오고,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분명히 교회의 책무이다.

 

 

2. 장애인을 위한 본당 편의 시설 현황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가 있는 곳이 47곳(62.7%),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이 23곳(30.7%),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는 곳이 32곳(42.7%), 보행 보호대가 있는 곳이 32곳(42.7%), 시각 장애인 안내 설비가 있는 곳이 7곳(9.3%)으로 경사로를 갖춘 본당만 전체 본당의 60%가 넘었고 나머지는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한편 장애인을 위한 봉사자나 봉사 단체가 있는 본당은 23곳(30.7%)이었고, 청각 장애인을 위한 봉사자나 봉사 단체가 있는 곳은 더욱 적어서 7곳(9.3%)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을 3년 이내에 설치할 계획 유무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70.7%에 달하는 53개 본당이 편의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 없다는 답을 보내 왔다. 

 

혹시 최근에 지은 건물일수록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 더 준비되어 있지 않을까 하여 각 본당의 건축 연도를 질문하였는데, 건축 연도에 따른 장애인 편의 시설 설치 현황은 아래 표와 같다.

 

위의 표를 보면 장애인 경사로가 있는 47개 본당 중에서 건축 연도가 5년 이하인  20개 본당 중 15개 본당(75%), 6-10년이 된 11개 본당 중 9개 본당(81.8%), 11-20년이 된 16개 본당 중 9개 본당(56.3%), 20년 이상이 된 23개 본당 중 11개 본당(47.8%)이 있다고 답하여 연도에 따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23개 본당 중에는 5년 이하가 14개 본당(70%), 6-10년이 3개 본당(27.3%), 11-20년이 3개 본당(18.8%), 20년 이상이 2개 본당(8.7%)으로 최근에 신축한 본당일수록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높았다. 

 

그리고  건축 연도에 따른 장애인 화장실 유무를 살펴보면 32개 본당 중에서 5년 이하가 13개 본당(65%), 6-10년이 5개 본당(45.5%), 11-20년이 6개 본당(37.5%), 20년 이상이 6개 본당(26.1%)이 있다고 응답하여, 역시 건축 연도가 가까울수록 설치율이 높았다. 

 

보행 보호대는 5년 이하가 6개 본당(30%), 6-10년이 5개 본당(45.5%), 11-20년이 7개 본당(43.8%), 20년 이상이 12개 본당(52.2%)으로 오히려 오래 전에 건축한 본당일수록 설치율이 높았다. 이는 오래 된 본당 건물의 경우 건축 당시에는 장애인 편의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으나, 나중에 편의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면서 가장 설치하기 쉬운 것부터 설치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75개 본당 중에 편의 시설이 하나도 없는 본당은 10곳(13.3%)이었고, 한 가지 또는 두 가지를 갖춘 본당은 각 15곳(20%)이었으며 세 가지 이상 갖춘 본당이 35곳(46.6%)이었다. 단순히 살펴본다면 86.7%의 본당이 장애인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그 중 약 반수가 세 가지 이상의 장애인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장애인 편의 시설은 있다고 해서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도 그 성당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찾을 수 없는 엘리베이터나 화장실이라면 소용이 없다. 처음 성당을 찾은 장애인이라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편의 시설을 안내할 수 있는 안내 표지판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곧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성당의 어느 곳이라도 자유롭고 편리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두 가지 편의 시설 설치만으로는 생색내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3. 장애인 편의 시설 설치를 위한 규정들

 

‘장애인, 노인 ,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을 위한 법률’은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이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 및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하도록 보장함으로써 이들의 사회 활동 참여와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법으로 그 시설 대상은 도로, 공원, 공공 건물 및 공중 이용 시설, 공동 주택, 교통 수단, 통신 시설, 기타 장애인 등의 편의를 위하여 편의 시설의 설치가 필요한 건물·시설 및 그 부대 시설로 거의 모든 부분을 망라하고 있다. 그렇다면 종교 시설도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교회 내에서도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15개 교구에서 성전 건축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정 또는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장애인 시설에 대해서는 없거나 있더라도 한두 마디로 규정해 두었을 뿐이다. 다행히 수원교구에서는 수원교구 사회복지회에서 마련한 ‘본당 편의 시설 설치, 보강에 관한 안내’ 책자가 준비되어 있다. 결국 각 본당에서 성전을 개축 또는 신축할 때에는 장애인 편의 시설은 건축주(대개가 본당 신부)의 뜻에 따라 좌우되며, 설치된다고 해도 시혜적인 차원에만 머무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수원교구 사회복지회에서 마련한 안내 책자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자에서는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누어 안내하고 있다.

 

1) 우리 성당은 장애인들의 이동과 접근이 자유로운가?

 

- 성당 주변은 장애인들의 통행이 가능한 보도 및 접근로인가?

- 성당 주변의 횡단보도는 장애인 등의 통행이 안전한가?

- 성당 교리실 등은 장애인 등의 출입이 가능한 출입문인가?

- 성당 복도 및 통로는 장애인 등의 통행이 자유로운가?

- 성당 계단은 장애인 등의 통행이 가능한가?

- 성당에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이 확보되어 있는가?

- 성당의 경사로나 휠체어 리프트는 적절하게 설치되어 있는가?

- 성당에 장애인용 화장실은 설치되어 있는가?

- 그 외 장애인 등의 편의 증진을 위한 시설들

 

2)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 안내

 

3)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을 위한 법(시행령, 시행 규칙 포함)에 명시된 시설 설치 대상, 기한, 세부 기준에 대한 안내 등

 

이처럼 이 책자에서는 정부가 정한 각종 법률과 시행 세칙뿐만 아니라 아주 세세한 분분들까지 자세히 제시함으로써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들이 본당에서 신앙 생활을 함에 있어 전혀 부족함이 없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법령에 정한 규정들은 사실상 최소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사로의 기울기가 1/12 이하면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경사로의 기울기가 1/12일 때 장애인 혼자의 힘으로 오르고 내리기는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다. 또 장애인 화장실도 법에 정해진 기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가능하면 장애인 화장실을 별도로 만들어야 할 것이고, 그것이 어렵다면 장애인의 이동 경로를 최소화하고 굴곡이 없도록 한다든가 해야 한다.

 

 

4.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본당으로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문제는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건강한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이다. 죽을 때까지 아무 사고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언제 어떤 사고로 다칠지, 어떤 병으로 입원하여 후유증으로 고생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애인을 사회의 치부인 것처럼 만나기를 두려워하고, 꺼린다. 사회 복지 시설이 자기 동네에 들어오기를 결사 반대하는 님비 현상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어른들의 모습에서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된다. 결국 함께 살아가야 할 똑같은 인격체이며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자라면서 점점 더한 편견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편견을 깨는 일에 교회가 더욱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일년에 고작 한두 번 사회 복지 시설을 방문해서 봉사하는 것만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깰 수는 없다. 어려서부터 본당 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주일학교 과정부터 모든 단체 활동에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하도록 교회가 그 자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선결 조건은 장애인들이 교회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시설을 준비하는 것이다. ‘새날 새삶 운동’에서도 ‘장애인의 새날 새삶 운동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서 본당의 편의 시설 증진을 말하면서, 1) 미사에 참여하기 위하여 성당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인정/경사로, 엘리베이터,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폭과 통로 확보하기, 2) 화장실과 복도의 손잡이, 3) 성당 앞부분에 휠체어 자리 확보하기, 4) 제단의 계단 없애기 외에 본당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치원에 장애 아동 받기를 권하고 있다.

 

 

5. 나가는 말

 

예비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눈이 장애였음을 깨닫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이 우리와 다름없는 하느님께서 창조한 똑같은 인간임을 알고 그들을 대할 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편견이 사라질 때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들이 성전을 건축하고 여분의 돈으로 만들어 주는 시혜 차원의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설들은 장애인의 눈으로 바라본 시설이 되어 장애인들이 아무 불편 없이 행동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주일의 어느 날이라도 하느님을 만나고 싶을 때 편하게 찾아와 자유로이 성전을 방문하여 기도할 수 있어야 하며, 본당의 어떤 단체 활동에도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의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들이 교회 안에서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사목, 2003년 4월호, 최철(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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