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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5대 종단 생명 전문가들, 오늘의 한국적 상황에서 본 생명과 화쟁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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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1-23 ㅣ No.789

가톨릭 등 5대 종단 생명 전문가들, '오늘의 한국적 상황에서 본 생명과 화쟁(和諍)' 학술대회


물질, 인간 중심주의 벗어나야

 

 

- 이재돈 신부(단상 가운데) 신부가 기독자-불자 공동 학술대회에서 가톨릭교회 생명관을 발표하고 있다.

 

 

21세기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인 생명ㆍ생태계 파괴 문제를 다른 종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가톨릭ㆍ개신교ㆍ불교ㆍ원불교ㆍ유교 등 5대 종단 생명 전문가들은 5일 서울 감리교신학대에서 열린 '오늘의 한국적 상황에서 본 생명과 화쟁(和諍)' 학술대회에서 생명 및 생태계에 관한 각 종단의 시각과 해법을 발표했다. 화쟁은 여러 가르침에 대한 비판과 분석을 통해 한 단계 높은 세계관을 창출해낸다는 뜻의 불교 용어다.

 

발표자들은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와 한국불자교수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에서 생명 파괴의 근본 원인을 인간 욕망의 충족만을 목표로 삼는 물질 중심주의에서 찾고, 이기심과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다른 인간 및 자연과 공존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돈(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신부는 '가톨릭교회에서 보는 생명과 화쟁' 발표를 통해 "생명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절대 가치이고, 화쟁은 그것을 추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합적 방법론"이라며 현대 생태사상가인 토마스 베리(1914~2009) 신부 사상을 중심으로 가톨릭의 생명관을 풀어나갔다.

 

이재돈 신부는 "현대 인류는 기술대(Tech nozoic)와 생태대(Ecozoic)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고, 인류가 미래에도 지속하기 위해서는 생태대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베리 신부 사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기술대는 인간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자연을 착취하고 조작하는 문명형태, 생태대는 인간이 자연과 함께 존재하면서 함께 진화하는 문명형태를 일컫는 것으로, 베리 신부가 고안한 용어다.

 

베리 신부에 따르면 20세기를 주도했던 문제가 자본주의자와 공산주의자 사이의 정치ㆍ사회적 갈등이었다면, 21세기를 주도하는 문제는 자연을 계속 착취하려는 자본주의자와 자연을 보전하려는 생태주의자 사이의 긴장이다. 생태대는 자연을 보는 눈이 기술대와 매우 다르기 때문에 두 문명 사이의 긴장과 갈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신부는 "인류가 생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간 의식의 근본 변화와 지구 차원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인간사회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정치ㆍ경제ㆍ대학ㆍ종교 등 4가지 사회 체제가 기본원리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4가지 사회 체제는 인간의 이익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다른 존재의 가치와 권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인류 문명과 지구상의 생명들을 보존하는 데 실패했다는 판단에서다.

 

이 신부는 "인류와 자연이 공존하면서 양자를 함께 발전시키는 생태대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수행해야 할 위대한 과업"이라고 결론지었다.

 

'근원적 동일성으로서 생명과 진리의 침노 사건으로서 생명'을 발표한 개신교의 박일준(감리교신학대) 교수는 "생명은 전체 과정으로서의 생명과 개체적 삶의 과정으로서의 생명이 동시에 다뤄져야 함에도, 기존 생명 담론들은 삶의 현장에서 생활하는 개체적 인간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전체 생명체들의 조화와 상생에 몰두함으로써 추상적ㆍ비현실적 보편 담론을 형성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존 생명 담론은 의도와는 상관 없이 결과적으로 체제옹호적 지배 담론, 억압적 폭력 담론에 편승하게 됐다는 것이 박 교수의 비판이다.

 

박 교수는 프로테스탄트 정신인 저항과 전복의 원리, 한 명의 소중한 생명과 그 생명이 처한 상황까지도 함께 돌아보는 아가페적 사랑의 원리를 담아 고통받는 가난한 자들와 함께할 수 있는 '저항과 탈주로서의 생명 담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각성(동국대) 스님은 '초기 불교의 수행 관점에서 본 생명과 상생(相生)' 발표에서 "초기 불교에서 생명이란 곧 생명 기능으로, 영원불멸하는 실체나 유물론적 시각에서의 물질이 아닌 감각기능의 유무, 생성모태의 차이, 유지성장의 특징 등으로 구분되는 중생의 생명활동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각성 스님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환경 등은 행위자와 감각대상 세계들과의 관계이기 때문에, 상생은 행위의 주체인 인간의 의식 전환에 달려있다"며 "생명과 관련한 모든 갈등과 문제의 근본 원인인 인간 욕망을 다스리기 위해 부지런히 정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적 생명원리에서 본 화쟁과 그 실천윤리'를 발표한 원불교의 김도공(원광대) 교수는 생명 존중의 원리로 원불교 2대 종법사였던 송규 종사가 제창한 삼동윤리(三同倫理)를 제시했다. 삼동윤리는 인류가 추구해야 할 3가지 대동(大同) 원리로, △ 종교 간 화쟁 △ 인종 간ㆍ생명체 간 화쟁 △ 이념 간 화쟁을 뜻한다.

 

김 교수는 "삼동윤리 가운데 특별히 '인종 간ㆍ생명체 간 화쟁'(동기연계, 同氣連契) 원리는 인간은 물론 지구 생명 전체를 향한 사해동포주의ㆍ박애주의의 근거가 된다"면서 "모든 인간과 생명체의 근본은 하나임을 깨달아 이들을 일치ㆍ사랑ㆍ은혜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교의 이기동(성균관대) 교수는 '유학의 세 요소와 한국유학의 상생철학' 발표를 통해 유학 사상의 세 요소로 중용(中庸)ㆍ상생(相生)ㆍ상극(相克)을 들고, 상생은 모든 사람이 다 같이 갖고 있는 천심(또는 양심)을 통해 남을 자기 자신처럼 알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역사를 끌어가는 양축은 마음과 몸, 즉 정신과 물질인데, 세계문명은 현재 물질문화에서 벗어나 정신문화로 나아가는 계기를 맞고 있다"며 "마음을 바꿔 너와 내가 하나라는 것을 인정하면 경쟁이 사라지고 공존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고 정신 중심의 삶을 강조했다.

 

[평화신문, 2010년 11월 21일, 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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