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일 (일)
(백) 모든 성인 대축일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노동사목] 복음으로 세상 보기: 인간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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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9-08 ㅣ No.1228

[복음으로 세상 보기] 인간 노동

 

 

사회교리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지난달부터 사회교리의 기본 원리들을 토대로 사회 안의 여러 주제들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관점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번 달은 가정에 이어서 ‘인간 노동’의 문제를 보고자 합니다.

 

“오늘날 모든 것이 경쟁의 논리와 약육강식의 법칙 아래 놓이게 되면서 힘없는 이는 힘센 자에게 먹히고 있습니다.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배척되고 소외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일자리도, 희망도, 현실을 벗어날 방도도 없습니다. 인간을 사용하다가 그냥 버리는 소모품처럼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버리는’ 문화를 만들어 왔고 지금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 그들은 ‘쫓겨난’ 이들, ‘버려진’ 사람들입니다.”(‘복음의 기쁨’ 53항)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묵상하며 코로나19가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이 어려운 시기를 더 힘겹게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을 생각해 봅니다. 바로 안정적인 수입의 일자리를 보장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을 하고 싶어도 안전하고 생계가 보장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업자, 특별히 청년 실업자들입니다. 그들은 정규직 취업의 좁은 문을 힘겹게 준비하고 있던 중에 코로나19가 더해지며 점점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상실해가고 절망 속에서 고통 중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을 할 수 없다는 좌절과 실망 속에서 점점 고립되고, 자신에 대한 회의 속에서 그들의 속은 점점 타들어 가고 있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제로서 저의 마음도 무겁습니다.

 

 

1) 교회의 노동관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 15,1) 구약의 하느님께서는 일하시는 분이십니다. 당신께서 친히 하늘과 땅을 만드시고 마침내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를 만드시며 당신께서 창조하신 이 재화를 가꾸고 돌보라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신약의 그리스도께서도 자신이 목수이셨으며, 선택하신 12제자도 모두 한결같이 노동자 신분이었습니다.

 

일할 수 있다는 것, 직업이 있다는 것, 자기 자신과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에게 큰 행복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 자신의 역할이 필요한 곳이 없다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빼앗아 갑니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나아가 자신의 소질과 능력을 계발하고,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발전에 참여합니다.(객관의 의미) 또한, 인간의 노동은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하고, 고통과 수고를 통해 육신과 영혼을 정화하고 게으름이나 오만함을 극복하며 자기 절제와 극기의 방편과 죄를 보속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영성적 의미)

 

“노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노동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의미에 속하며, 성장과 인간 발전과 개인적 성취의 길입니다.”(‘찬미받으소서’ 128항) 그러나 노동을 숭배하거나 일의 노예가 되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인간이 일할 운명을 타고났고 소명을 받았다 해도 우선적으로 노동이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지 인간이 ‘노동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고”(‘노동하는 인간’ 6항) 인간의 최종 목적은 노동이 아니라 하느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은 노동으로 하느님 창조 사업에 참여하기에 창조의 공동 협력자이며, 하느님 아드님의 구원 활동에 협력합니다. 이렇게 해서 노동은 인간이 거룩해지는 한 수단이고, 하느님의 영광에 바치는 봉사가 되며, 역사의 조건을 타고나 종말을 지향하는 인간의 충만한 인간성을 드러냅니다.

 

 

2) 노동에 관한 사회교리

 

교회는 노동 문제에 대한 응답을 통해 사회교리를 발전시켰습니다. 1891년 레오 13세 교황이 가톨릭교회의 첫 번째 사회 회칙 ‘새로운 사태’를 쓰던 그 즈음, 노동자들은 비참한 상태에서 극도로 고통을 받고 있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공장은 많아지고 노동자는 부족하였습니다. 이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농촌의 사람들이 큰 도시로 몰려들게 되고, 이때를 앞뒤로 하여 노동자 문제가 아주 심각해졌습니다. 이 상황에서 도시의 임금 노동자들은 값싼 임금으로 매우 가난해질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대대로 이어온 터전에서 뿌리 뽑힌 떠돌이로서 불안한 삶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습니다.

 

이에 레오 13세 교황은 사회가 계급으로 분열되는 것을 질타하고, 산업화의 초기 단계에서의 열악한 임금 조건과 노동 조건을,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적 인권의 침해로 비판했습니다. 교황은 노동자들에게 경제의 성장에 따른 정당한 몫을 주라고 요구 했고, 공산주의에서 기인한 계급투쟁에 관한 이론을 단호하게 단죄하며, 사회 교리와 사회 운동을 통해 서로 다른 경제적․사회적 당사자들 사이의 정의로운 화해를 위해 투신했습니다. 이처럼 당시 교회는 급증하는 임금 노동자들의 관심을 대변하고, 이웃으로서 그들의 짐을 덜어 주고, 잃어버린 신심과 윤리 의식을 회복시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일하였습니다.

 

노동 문제를 중점으로 다루는 대표 회칙으로는 ‘새로운 사태’(1891)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쓴 ‘노동하는 인간’(1981)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두 교황은 노동자의 정의를 확립하는 첫 걸음이 취업과 고용 조건을 결정하는 노동 시장이나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가 실제로 직면하는 조건들을 자세하게 관찰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즉,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실재적 현실적 어려움을 잘 관찰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3) 노동조합

 

예전에 어떤 대기업에서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노동조합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을라치면 그것을 와해시키려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교회의 사회교리에서는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권리는 기본적인 인권이며, 아무도 노동조합의 구성원이거나 노동조합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칩니다. 회칙 ‘새로운 사태’에서 레오 13세 교황은 노동조합이 지극히 유용한 조직이라고 적극 장려하고 있으며, 그 이후 역대 교황들도 이 가르침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노동과 휴식의 ‘인간적’ 시간의 존중과 노동 장소에서 자신의 양심과 존엄성이 모독을 받지 않고 자신의 성격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 노동조합은 확실한 노동 문화의 발전에 기여하며, 또한 노동자들로 하여금 정말로 인간적으로 기업 생활에 참여하도록 도와준다.”(‘백주년’ 15항)

 

가톨릭교회는 사회를 이루려는 인간의 특성과, 공동선 증진을 위해 자발로 연대하는 중요성과, 보조성의 원리의 내용을 사회교리로 가르치시면서, 노동조합의 중요한 역할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힘을 갖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이 필수이고, 경제 정의를 지속해서 확보하는 매우 중요한 일을 책임지고 맡아 하기 때문입니다.

 

 

4) 임금제도

 

내년 2021년 최저임금(시급)이 8,720원으로 결정 되었습니다. 이처럼 현재 임금 수준은 정부의 규제 아래서 노동자와 사용자가 교섭하여 결정됩니다. 사회교리에서는 처음부터, 그 가족의 물질적․사회적․문화적․정신적 생활을 품위 있게 영위할 수 있도록 임금이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기쁨과 희망’ 67항, ‘적정 가격의 원리’) 적정 임금은 인간 존엄에 직결되기에 이에 합당한 의, 식, 주, 교육, 안전, 휴식, 위생, 의료와 같은 인간의 필수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준의 임금을 말합니다.

 

따라서 사회교리는 이 수준의 임금이 임금 정의의 필수 기준이므로,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바로 이 임금을 획득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노동은 바로 인격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므로, 이 노동은 결코 상품으로서만 취급될 수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노동이 생계유지의 유일한 소득원이므로, 그 보수는 시장의 관행이 아니라 참으로 정의와 형평의 법칙에서 결정되어야 한다.”(‘어머니요 스승’ 18항)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9월호, 이광휘 베드로 신부(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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