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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금쪽같은 내 신앙78: 위로를 바라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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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12-17 ㅣ No.2096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 신앙] (78) 위로를 바라는 시대


‘괜찮다’ 말씀해주시는 하느님

 

 

지금 시대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위로를 바라는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2025년 희년 주제를 ‘희망의 순례자’로 선정하신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한 전쟁·자연재해·정치 혼란·경제 위기 등으로 상처 입은 인류에게 교회가 ‘희망의 증인’이 되어 어두운 시대에 희망의 불꽃을 밝혀주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희망은 위로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가수를 들라고 한다면 대부분 임영웅씨를 말할 것이다. 임영웅의 노래가 많은 사람에게 와 닿는 이유는 그의 노래가 위로를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노래를 듣고 위로를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필자는 신학교 후원회원 모집을 위해 본당에서 모집 강론을 할 때가 있는데, 이때 노래를 부르는 것은 하나의 중요한 예식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임 쓰신 가시관’과 같은 구슬픈 노래를 불러 신자들의 심금을 울려 후원회 가입을 호소하곤 했는데, 필자는 그보다는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부른다. 이 노래를 신부님이 신자들께, 혹은 예수님이 신자들께 드리는 사랑 고백으로 듣는다면, 예수님의 사랑이 여러분 가슴에 와 닿아 많은 위로를 주실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실제로 그런 위로를 받으시는지는 모르지만, 노래를 안 불렀을 때보다 많은 회원 가입이 있는 것을 보면 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다.

 

최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과 시가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 한다. 그의 글에는 트라우마, 상처, 인간 삶의 연약함으로 점철된 우리 일상 경험이 담겨 있다. 그의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글을 통해 우리의 그러한 마음을 파고들어 위로하고 공감하며 다시 일어서도록 힘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한강 작가의 시 ‘괜찮아’도 그런 의미에서 큰 위로가 되는 작품이다. 그런데 나 스스로에게 독백처럼 건네는 ‘괜찮아’라는 말이 과연 얼마나 나에게 위로가 될지는 미지수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말은 나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건네는 ‘괜찮아’일 것이다. 만약 주님께로부터 오는 ‘괜찮아’라면 그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그분은 나의 아픔을 너무나 잘 아는 분이시기에, 연민의 마음으로 나에게 다가오셔서 나의 아픔을 헤아리시고 공감하시며 나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분이시다.

 

“이제 괜찮아. 내가 곁에 있으니 이제 되었다. 내가 상처를 싸매주고 어루만져주며 낫게 해줄 테니, 나에게 맡기렴. 좀 쉬고 힘을 회복하렴. 그리고 나와 같이 일어나 멋진 삶을 다시 시작해보자꾸나.”

 

우리는 대림 시기를 지내며 무엇을 기다리는가. 또 한 번의 성탄? 화려한 트리와 선물? 장엄한 미사? 아름다운 구유? 그런데 그러면서 우리는 어둡고 쓸쓸한 마구간에서 나신 구세주를 잊는 것은 아닌가? 그분은 가난하고 겸손하며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셔서, 우리의 가난하고 연약한 마음에 위로를 주러 오시는데, 우리는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바깥 세상, 화려하고 밝은 곳에만 눈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 우리 마음으로 돌아오자. 그동안 상처 입고 지친 우리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헤아려보자. 그리고 용기를 내어 우리 마음을 주님께 열어드리고, 우리 안에 들어오시도록 초대하자.

 

아기 예수님의 희미한 미소 속에 비친 위로와 사랑의 따스함이 경배하는 우리 마음에 스며들 수 있도록 준비하며 기다리는 대림 시기가 되길 청해본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12월 15일,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겸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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