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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도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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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칼럼] 도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편 가르기 너머 동행하기, 사회적 우애
마지막 칼럼을 쓰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21세기 각국에서 등장하더니, 한국에서도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사상가와 예술가를 배출한 독일에서, 그것도 바이마르 공화국이라는 민주적 체제에서 히틀러가 출현하고 홀로코스트가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젊은 시절 저는 의아해했습니다. 그런데 노벨문학상, 몰려오는 유학생 등으로 향상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실감하는 2024년에 이런 사태가 벌어져 안타깝습니다.
이 현실을 대면하면서 본래 기획했던 글을 내려놓고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 대해 쓰게 되었습니다. 책의 배경은 트럼프 1기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포퓰리즘이 활개치며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대놓고 여성과 유색인을 멸시하고 비판자에 대한 폭력을 부추기는 대통령을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정치학자의 고민이 담긴 책입니다.
이 책은 트럼프처럼 행동할 수 있는 인물이 어떤 조건에서 선출되는지, 선출된 독재자가 어떻게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지 설명합니다. 저자들은 “모든 민주주의는 유사한 방식으로 무너진다.”며 잠재적 독재자를 감별하는 기준을 제시합니다. (1)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는가. (2)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하는가. (3)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하는가. (4) 언론이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 드는가. 저자들은 어느 민주주의 사회나 포퓰리스트 선동가가 있고, 안보나 ‘국민의 뜻’을 명분으로 포장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런 이들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두 요소를 강조합니다. 하나는 정당입니다. 정당이 그런 인물을 걸러내어 중앙에 나오지 못하게 고립시키고 무력화하는 ‘문지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요소는 제도와 법률보다 더 중요한 실질적 규범인데,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입니다. 극단적 인물을 걸러내고 경쟁자라도 동행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질문해 보게 됩니다. “한국의 (신자)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은 상호관용과 자제를 실천하며 자기 정당에서 민주주의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가? 아니면 ‘악해도 좋다. 내 이익만 보호할 수 있다면!’이란 계산으로 정치를 하는가?” 그런 정치인을 감별하는 눈을 키우는 데,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포퓰리즘의 득세와 민주주의의 침식을 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 한복판에서 신앙인은 ‘희망의 순례자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편 가르는 “‘패거리’들의 세상 너머로” ‘사회적 우애’를 촉구하며, “모든 것이 와해되고 일관성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 연대”를, 특히 힘없는 이들에 대한 연대를 호소하십니다.(〈모든 형제들〉 101-102항) 구세주의 오심을 더욱 기다리며, 다음 구절을 묵상하게 됩니다. “부드러운 정적이 만물을 뒤덮고 시간은 흘러 한밤중이 되었을 때 당신의 전능한 말씀이 하늘의 왕좌에서 사나운 전사처럼 멸망의 땅 한가운데로 뛰어내렸습니다.”(지혜 18,14-15)
[2024년 12월 22일(다해) 대림 제4주일 서울주보 6면, 김우선 데니스 신부(예수회, 서강대학교 교수)] 0 1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