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0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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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가톨릭 신학: 임마누엘 - 이사야의 신앙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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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5-10-19 ㅣ No.6271

[가톨릭 신학] ‘임마누엘’ : 이사야의 신앙 고백

 

 

구약성경의 예언서들에는 ‘소명사화’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예언자들이 어떻게 예언자로서 소명을 받았는지 이야기합니다. “주님의 말씀이 나에게 내렸다. … ‘너는 내가 보내면 누구에게나 가야 하고 내가 명령하는 것이면 무엇이나 말해야 한다.’”(예레 1,4.7ㄴ)라는 식의 내용입니다. 이러한 소명사화들의 공통된 특징들 중의 하나는 대부분 예언서의 맨 앞부분에서 언급된다는 점입니다. 방금 살펴본 예레미야서에서는 1장에, 에제키엘서에서는 2장에, 그리고 호세아서에서는 조금 다른 형식으로 1장 2절부터 9절에 등장합니다. 특히 호세아는 하느님의 명령으로 창녀 고메르를 아내로 맞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삶 자체가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가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예언자들은 자신의 소명사화를 예언서 초반에 언급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전하는 메시지에 권위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고대 그리스 수사학에서 자신의 말에 신뢰감을 더하기 위해 ‘에토스’(ethos: 화자의 인격과 신뢰성)를 강조했던 것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사야서의 소명사화는 여타 예언서들과 차이를 갖습니다. 우선, 예언서의 맨 앞부분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예언들이 선포된 후 6장에 이르러서야 언급됩니다. 또한 예언자는 여기에서 자신을 선택하신 하느님을 거룩한 분으로 고백합니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님! … 그분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저 백성에게 말하여라.’”(이사 6,3.9) 이사야서는 소명사화를 왜 6장에서야 보여주며, 그 안에서 하느님의 거룩함을 고백하는 것일까요?

 

이사야서가 지닌 이러한 차이점은 이사야서의 구조를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6장의 소명사화를 통해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선포한 이사야 예언자는 7장에서 다윗 메시아에 대해 예고합니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이사 7,14ㄴ) ‘임마누엘’은 히브리어로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사야가 7장에서 선포하려고 하는 다윗 메시아가 가져올 구원의 의미는, 6장에 있는 소명사화로 인해서,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의미로 강조됩니다. 즉, ‘임마누엘’이라는 이름은, 우리가 하느님의 거룩함 곁에 있을 때 진정한 구원에 이를 수 있음을 선포하는 이사야의 신앙고백이라고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마태오복음을 통해 이사야의 이 신앙 고백이 예수님을 통해 실현되었음을 보게 됩니다.(마태 1,22-23 참조)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거룩함에 대해 묵상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5년 10월 19일(다해) 연중 제29주일 ·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 주일) 서울주보 5면, 박진수 사도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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