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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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읽는 단편 교리: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한 위령 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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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읽는 단편 교리]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한 위령 기도
11월 위령성월에는 많은 교우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위령 기도를 바치곤 합니다. 흔히 ‘연도’(煉禱)라고 부르는데, 이 기도는 연옥 영혼을 위한 기도라는 뜻의 연옥도문(煉獄禱文)의 줄임말입니다. 그리스도교는 초기부터 세상을 떠난 이의 장례를 치르면서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344/354?~407년)는 위령 미사와 위령 기도 그리고 죽은 이를 위한 자선 행위가 하느님의 자비를 얻는 방법으로 사도 시대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라고 가르쳤습니다. 1274년에 열린 제2차 리옹 공의회는 위령 기도의 유익함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습니다(DH 856).
성경에서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한 내용은 2마카 12,39~45에 나옵니다. 유다의 독립 항쟁을 이끈 마카베오가 전쟁 중 목숨을 잃은 전사자들의 장례를 치르는데, 이때 그들의 옷에서 얌니아 우상의 패가 발견된 것입니다. 이에 마카베오는 그들의 죽음이 우상숭배의 대가라고 여기고, 모금하여 그들의 영혼을 위한 속죄 제물을 바치도록 합니다. 곧 죽은 이들이 죄를 용서받고 하느님 안에서 부활하기를 청하는 위령 기도를 바친 것입니다. 또한 사도 바오로는 자신의 협력자였던 오네시포로스를 두고 “그날에 주님께서 허락하시어 그가 주님에게서 자비를 얻기 바랍니다.”(2티모 1,18)라고 말하면서 죽음 이후의 그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뜻을 표현하였습니다.
한국 천주교 신자들이 종종 바치는 연도는 장례 예식에서 사용되는 기도와 우리 민족 고유의 가락이 만나 토착화된 기도입니다. 외국에서도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지만(묵주기도, 성무일도), 우리의 연도와 같은 기도는 없습니다. 이 기도의 시작은 한국 천주교의 옛 기도서 「천주성교공과」의 초기 형태가 완성된 1838년경으로 봅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판본(1864년) 「천주성교공과」 4권 뒷부분에는 “련옥도문”이 나옵니다. 한편, 1865년 발행된 「천주성교예규」 1ㆍ2권 목판본에는 장례 예식과 기도문이 이전 것보다 더 확장되어 나옵니다. 이 책은 2003년 「상장예식」이 개정되어 나오기 전까지 천주교 상장례의 기도서와 예식서 역할을 하였습니다. 연도의 노랫가락은 상여꾼들이 불렀던 만가(輓歌)나 양반들이 글 읽던 소리에서 유래한다고 추정됩니다.
2003년에 개정된 위령 기도는 크게 일곱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① 시작 기도와 말씀 봉독, ② 죄의 용서와 자비를 구하는 시편 62장, 129장, 50장, ③ 성인 호칭 기도, ④ 세상을 떠난 이를 위한 기도, ⑤ 찬미와 간구 기도, ⑥ 주님의 기도, ⑦ 마침 기도입니다. 시작 부분에 ‘말씀 봉독’이 추가된 이유는 초기 그리스도교가 간직하던 파스카의 기쁨과 희망 대신 중세의 연옥관이 더 많이 반영되었던 이전 연도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11월 한 달간 세상을 떠난 영혼을 위하여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고유하고 아름다운 기도인 연도를 자주 바쳐보면 어떨까요?
[2025년 11월 16일(다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의정부주보 8면] 0 14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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