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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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학: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와 가난한 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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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학]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와 가난한 교회
지난 10월 9일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즉위 후 첫 권고인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라는 문헌을 반포하셨습니다. 문헌의 라틴어 제목이 ‘딜렉시테’(Dilexi te)인데, 이는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반포하셨던 마지막 회칙 제목인 ‘딜렉싯 노스’(Dilexit nos,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다〉)와 매우 유사합니다. 제목뿐 아니라, 내용과 강조점도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이번 문헌은 전임 교황님께서 준비하셨던 것을 현 교황님께서 이어받아 완성하셨기 때문입니다. 이 문헌은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과 하느님의 선택,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복음적 가난의 의미, 가난한 이들을 향한 우선적 선택,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의 임무, 교회의 진정한 부유함 등을 언급합니다. 요약하자면 가난한 이들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교회의 역할입니다. 총 4개의 장 121항으로 구성된 본 문헌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총 망라합니다. 특히 문헌 제3장의 제목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이고, 35항부터 81항까지 비교적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신학적 근거를 소개하고, 많은 성인성녀의 실천과 사랑의 역사를 자세하게 열거합니다.
이 문헌에서 제 눈길을 끈 것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를 이야기하면서 왜 ‘가난한 교회’는 언급하지 않을까 하는 궁금함입니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우선적 선택을 이야기하면서 왜 교회는 가난하지 않은지, 교회가 가난하지 않아야만 가난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인지 등을 제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얼마 전 동료 사제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 명은 아주 확신에 찬 어조로 오늘날 교회가 겪고 있는 위기를 타개할 방법은 교회가 더 가난해져야 한다고 명확하게 답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근본 취지는 공감하지만, 이는 너무 이상적이고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 했습니다. 가난한 교회라는 말은 그럴싸하지만 실제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겠느냐고 제게 되물었습니다. 두 사람의 의견 모두 일리 있고, 우리가 더 기도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마태오 복음서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5,3)이 행복하다고, 루카 복음서는 더 직접적으로 “가난한 사람들”(6,20)이 행복하다고 합니다. 마태오는 '가난한 사람' 표현에 ‘마음’(=영)이라는 단어를 덧붙여 영적 의미를 강조합니다. 이는 단지 물질적 가난만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구원에 이를 수 없음을 인정하고 온전히 하느님께 의존하는 겸손하고 비천한 마음의 태도를 의미합니다. 루카는 ‘가난한 사람’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실제 물질적이고 사회적 가난을 겪는 사람들을 주된 대상으로 제시합니다. 아마도 루카의 말씀이 예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과 가깝지 않을까 추정해 봅니다. ‘가난한 이를 위하는’ 교회의 사명과 ‘가난함’이라는 교회의 본질이 서로 잘 어울리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2025년 11월 23일(다해)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성서 주간) 서울주보 5면, 조한규 베네딕토 신부(가톨릭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0 2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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