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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톨릭-영화: 식탁에서 사라진 리추얼, 잊혀가는 서사 - 영화 리틀 포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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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톨릭: 영화] 식탁에서 사라진 리추얼, 잊혀가는 서사 - 영화 <리틀 포레스트>: 2018, 임순례 감독 -
K톨릭: 영화 - 서울주보는 2026년을 맞아 K톨릭 특집을 선보입니다. 한국 교회의 역사, 문화, 신앙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믿음이 고유하게 빚어낸 빛나는 가치를 스스로 바라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중 K톨릭 영화칼럼은 한국 문화를 잘 담은 우리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와 교회를 바라보며 성찰을 이어가는 코너입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왜 내려왔느냐.”는 친구의 다그침에 혜원이 어색하게 내놓은 대답입니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도시를 떠나, 그것도 한겨울 시골로 내려온 이유가 ‘배고픔’이라니요. 그러나 혜원이 느낀 허기는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었습니다. 무한경쟁 속에서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삶은 점점 더 깊은 허기를 남깁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그 허기를 안고 혜원은 고향 시골집으로 돌아옵니다. 시골집은 어머니의 품이자, 자신의 존재 근원이 숨 쉬는 공간입니다. 영화는 서두르지 않습니다. 사계절이 흐르고, 제철 재료로 차려진 밥상이 반복될 뿐입니다. 어머니는 부재하지만, 그 부재 속에서 어머니의 기억은 오히려 더 또렷해집니다.
“싹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그 모든 것, 타이밍이다. 기다린다. 기다린다.”
씨앗은 심는다고 곧바로 열매를 맺지 않고, 계절은 건너뛸 수 없습니다. 기다림은 생명의 질서입니다. 이 느린 리듬 속에서 혜원의 삶도 조금씩 숨을 고르기 시작합니다. 배추를 다듬는 손끝과 된장을 푸는 손놀림 하나하나가 기억을 깨웁니다. 음식은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어머니와 함께했던 시간과 사랑을 불러옵니다. 요리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상처 난 혜원의 내면을 조용히 치유해 갑니다. 요리하는 과정은 하나의 리추얼, 곧 정성스럽게 되풀이되는 삶의 의식입니다. 재료를 손질하고, 불을 지피고, 간을 맞추는 이 반복 속에서 관계는 깊어지고, 함께 차리고 먹는 그 시간 속에서 ‘우리’라는 공동체가 태어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식탁은 너무 빠릅니다. 배달 음식과 즉석 음식은 편리하지만, 그 안에는 기다림도 이야기도 머물지 않습니다. 삶의 의식이 사라질수록, 우리의 서사 또한 점점 옅어집니다.
예수님께서도 빵으로 오셔서 제자들과 함께 먹는 자리에서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성찬은 이해의 시간이 아니라 기억의 시간입니다. 빵을 떼는 이 거룩한 의식 속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의 이야기를 다시 기억합니다. 이 성찬의 은총은 우리 영혼이 느끼는 가장 깊은 허기를 채워줍니다. 가정의 식탁도 제대 위의 성찬례처럼, 사랑을 나누고 기억하는 거룩한 서사입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묻습니다. 빠른 음식이 일상이 된 지금, 우리의 식탁에서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지를. 정성껏 차린 한 끼, 그 평범한 의식 안에서 우리는 다시 하느님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우리의 식탁이 하느님 말씀이 자라나는 작은 숲, ‘리틀 포레스트’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2026년 1월 11일(가해) 주님 세례 축일 서울주보 6면, 김용은 제오르지아 수녀(살레시오수녀회)] 0 3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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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서 내려왔어. 진짜 배고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