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2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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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가톨릭 교리: 신앙과 이성은 대립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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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1-11 ㅣ No.6677

[가톨릭 교리] 신앙과 이성은 대립되는 것일까

 

 

학창 시절, 하느님께 시험을 잘 보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한 뒤, 시원찮은 성적표를 받아 들고 한숨을 내쉬곤 했습니다. 하느님이 왜 내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지, 하느님이 계시긴 한지 퍽 실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도가 들어지지 않은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시원찮은 성적은 평소에 제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의 저는 시험 기간에만 열심히 공부할 뿐 평소에는 조금 게으른, 편한 생활에 안주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운동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힘겨운 훈련을 견뎌야 하고 학생이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시험 기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꾸준히 공부해야 합니다. 악기를 잘 연주하기 위해서도 공들여 연구해야 하며 많은 연습도 필요합니다. 하다못해 다이어트를 위해서도 적당한 운동과 식단 조절이 필요합니다. 만약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사실 그것은 요행에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종종 쉬운 길을 원합니다. 그래서 살이 빠지는 약, 잠이 오지 않는 약, 운동 능력이 좋아지는 약을 먹습니다. 그 결과가 일시적으로는 좋아 보일지 몰라도 사실 그다지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신앙은 어떠한지요. 요한 사도는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 그것으로 우리가 예수님을 알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1요한 2,3), “그분 안에 머무른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기도 그리스도께서 살아가신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합니다.”(1요한 2,6) 그러나 우리는 쉬운 길을 원합니다. 그러다 보니 하느님의 뜻을 아는데 소홀히 하면서 마치 맡겨놓은 듯 하느님께 기적을 청합니다. 교회가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알고자 노력하지 않으며 가르침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 결과 신앙과 이성은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고 교회가 맹목적인 믿음만 요구한다고 여기게 됩니다.

 

하지만 교회는 신앙과 이성을 서로 대립하는 두 힘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이성을 신앙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상보적 동반자라고 여깁니다. 그리하여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해하기 위해 믿고, 믿기 위해 이해하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즉, 이성은 자연적 진리를, 신앙은 계시의 신비를 알게 하므로 신앙은 이성을 오히려 억압하지 않고 완성합니다. 이렇게 과학과 기술, 윤리적 논쟁 속에서 신앙은 이성과의 대화를 통해 인간의 존엄을 수호합니다. 이에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회칙 <신앙과 이성>에서 둘의 관계를 이렇게 요약합니다. “신앙과 이성은 인간 정신이 진리를 향해 솟아오르도록 하는 두 날개와 같다.” 새롭게 맞이한 올해에는 모쪼록 하느님의 뜻을 알기를 청하며 교회는 무엇을 왜 이야기하는지 적극적으로 알아볼 것을 다짐하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신앙은 이성을 정지시키지 않고 오히려 이성의 지평을 확장합니다.

 

[2026년 1월 11일(가해) 주님 세례 축일 서울주보 7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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