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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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례 축일 특집: 물은 어떻게 세례의 표징이 되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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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세례 축일 특집] ‘물’은 어떻게 세례의 표징이 되었나 그리스도의 세례 통해 성령으로 거룩해지고 파스카 신비와 연결
주님 세례 축일(1월 11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요르단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받은 사건을 기념한다. 복음서는 이 축일의 중심 장면으로 예수의 세례를 전하며, 이 장면을 통해 예수의 정체성과 구원 사명이 공적으로 드러났음을 증언한다. 이날 교회는 또한 세례성사에서 사용되는 ‘물’이 지닌 의미를 함께 바라본다. 물은 창조와 정화, 경계를 상징해 온 자연 요소이지만, 예수의 세례 사건을 거치며 교회 안에서는 구원의 은총을 드러내는 성사적 도구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주님 세례 축일을 맞아 물이 어떻게 세례성사의 표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구약·신약에 나타난 ‘물’의 의미
구약에서 물은 생명을 가능하게 하는 자연 요소이면서, 동시에 심판과 경계를 드러내는 실재로 나타난다. 창세기는 혼돈 위에 물이 있고, 그 위를 하느님의 영이 감돌고 있다고 전한다.(창세 1,2 참조) 이 대목에서 물은 창조 이전의 상태를 드러내는 배경일 뿐이다.
탈출기에서 홍해의 물은 이스라엘 백성이 노예 상태에서 해방으로 넘어가도록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경계로 제시한다.(탈출 14장) 구원을 이루는 힘은 물 자체가 아니라, 바다를 가르시는 하느님의 행위로 볼 수 있다. 예언자 에제키엘이 “너희에게 정결한 물을 뿌려, 너희를 정결하게 하겠다”(에제 36,25)고 선포할 때도, 물은 하느님께서 새 마음과 새 영을 주시겠다는 약속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신약에 들어서 물은 세례자 요한의 활동을 통해 예식의 중심에 놓인다. 요한은 요르단강에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며 죄의 용서를 촉구했다.(마르 1,4 참조) 그러나 요한은 자신의 세례가 궁극적인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나는 여러분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었지만, 그분은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실 것입니다.”(마르 1,8)
물이 세례의 표징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 사건이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 536항은 예수의 세례를, 죄 없으신 분이 죄인들과 하나 되시어 당신의 구원 사명을 시작한 사건으로 설명한다. 이와 함께 ‘예수님께서 세례받으실 때, 예수님과 성령께서 내려오시어 물이 거룩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이처럼 물은 본래 회개와 정화를 표현하는 요소였으나, 예수의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와 연결되면서 교회의 세례성사에 사용되는 징표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런 이해는 물로 세례받는 신앙인들의 삶에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세례를 ‘물로써 그리고 말씀으로 다시 태어나는 성사’라고 정의한다.(1213항 참조) 또 신앙인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성사적으로 결합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그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속죄하는 신비 안으로 들어가야 하며, 예수님과 함께 물에 잠겼다가 그분과 함께 다시 올라와야 한다. 그래야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 성자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하는 자녀가 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537항)
전례 안에서 드러나는 물의 표징성
이처럼 물은 세례성사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찍이 물을 축복함으로써 그 의미를 부각했다. 「전례사목사전」에 따르면, 200년경 아프리카의 교부 테르툴리아누스가 「세례에 관하여」에서 세례수 축복을 위해 바치는 기도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물의 축복을 특별히 강조했던 치프리아노 성인은 “세례 때 세례자들이 죄를 씻어 없애 줄 수 있도록 물은 먼저 사제에 의해 청결하게 정화돼야 한다”고 했다. 최초의 세례수 축복문은 4세기 중반 발행된 「찬미 기도문」과 「히폴리토의 법령집」에 나온다.
이전에는 세례성사를 거행하는 날로 고정되었던 주님 부활 대축일과 성령 강림 대축일에만 세례수 축복이 거행됐으나, 현재는 부활 시기와 세례성사를 거행하는 모든 때에 세례수를 축복해서 세례를 주도록 하고 있다.
한편, 성수와 세례수는 구별된다. 세례수가 세례성사 때 물로 씻는 예식에 사용되는 축복된 물이라면, 성수는 ‘하느님 축복을 청하며 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제가 축성한 물’로써 전례의 여러 부분에 사용된다.
[가톨릭신문, 2026년 1월 11일, 이주연 기자] 0 7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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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드레아 델 베로키오(레오나르도 다빈치 공동), <그리스도의 세례>, 1470~1475년, 우피치 미술관 소장. 출처 위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