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0일 (일)
(홍)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영성] 영성의 삶: 고요 안에서의 깊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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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8-10 ㅣ No.1465

[영성의 삶] 고요 안에서의 깊은 대화

 

 

하느님과의 사랑의 만남이 기도입니다. 주님을 만나 대화하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기도인데, 많은 분들이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주님을 만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합니다. 주님이 앞에 계시다 생각하고 대화하는 것까지는 쉽게 할 수 있지만 일방적인 독백처럼 혼자서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분명 대화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지만 듣는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아 참다운 대화를 통한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더 깊은 대화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하느님과의 만남은 사람 간의 만남과는 같으면서도 다릅니다. 부모님처럼 친구처럼 쉽게 만나 대화할 수 있는 분이면서도, 너무나 크고 신비한 분이시기에 그분과의 만남은 쉬우면서도 어렵습니다. 좀 더 깊게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만남의 주도권을 우리가 아닌 주님께 드려야 합니다. 주님이 바다이시면 인간은 작은 물방울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일대일의 관계로 만나려고 하니 제대로 된 만남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입니다. 한 방울의 물이 바다에 스며들어야 바다를 느끼고 체험하며 기뻐할 수 있습니다. 한 방울의 물이 바다를 품으려 하거나 떨어져있는 상태로 바다를 느끼고 알려하면 제대로 알 수가 없는 것처럼 하느님과의 만남은 그분의 이끄심에 온전히 자신을 맡길 때 진정한 만남을 이룰 수 있습니다. 기도는 이렇게 하느님께 맡기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기도를 할 때 두 가지를 항상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는 ‘하느님의 현존’이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께 맡김’입니다.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기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기도를 시작할 때 하느님이 내 앞에, 내 안에 계심을 믿고 느끼며 대화를 합니다. 대화는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이기에 일방적으로 자기의 말만 하면 진정한 대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주님께 솔직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말씀 드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주님 말씀을 듣기 위해 기다리는 것은 기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기다림’ 그 자체로 아주 훌륭한 기도가 됩니다. 그런데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다고요? 주님이 전혀 말씀이 없으시다기보다는 말씀을 하셔도 우리가 못 알아듣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말씀을 듣지 못하는 이유는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말씀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때문입니다. 먼저 말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온갖 분심, 걱정, 불안, 의심 등이 마음에 가득해서 말씀을 하셔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마음이 이러한 것으로 가득 차 있으니 말씀이 들어올 공간이 없는 것이죠. 그래서 가장 먼저 이러한 것을 비워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고요함에 머문다.’, ‘내적 침묵 상태에 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1) 이러한 상태로 주님의 말씀을 기다리는 것, 이것이 주님께 자신을 맡겨 드리는 것입니다.

 

주님께 맡긴다는 것은 내가 무엇인가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말씀하시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마리아와 마르타’ 2) 이야기에서 마리아가 말씀을 듣기 위해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기도의 중요한 자세인 ‘기다림’이 무엇인지 좀 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온 마음으로 들으려 합니다. 몸과 마음이 온전히 예수님을 향해 있습니다. 이때 마리아는 어떠한 분심도, 걱정도, 불안도, 의심도 없이 오로지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는 것에만 집중을 합니다. 이 상태가 내적인 고요함, 내적 침묵 상태이며 모든 것을 주님의 이끄심에 맡겨둔 상태입니다. 이러한 상태가 될 때 드디어 주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준비가 됩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마리아처럼 언어로 말씀하시는 예수님 앞에 있지 않습니다. 주님 앞에 있는 것은 같지만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주님이 아니라 영적인 주님 앞에 앉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과의 만남에 어려움을 느끼고 혼자 있는 것처럼 독백만 하다가 기도를 끝내곤 합니다. 분명 지금의 상황은 쉽게 주님과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하고, 마음가짐을 다시 하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먼저 영적인 주님과의 만남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개방된 마음 자세가 필요합니다. 분명 주님은 항상 언어로 우리에게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특히 육신의 귀로 들을 수 있게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물론 필요하면 그렇게 하시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주님과의 깊은 대화는 어떤 큰 울림같은 것으로 전해질 수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고요함 속에서도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어떤 깨달음이나 자신의 부족함, 좋은 결심 등을 통해서도 이루어지고, 따뜻한 느낌, 사랑스런 느낌, 포근하면서도 밝은 느낌 등을 통해서도 이루어집니다. 또한 특별한 깨달음이나 느낌이 없더라도 주님을 따르고자 하는 확고한 믿음, 그분에 대한 사랑이 조금씩 자라난다면, 그것은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얻게 되는 훌륭한 열매입니다. 결국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사랑으로 충만된 사람이 되는 것, 주님을 조금이라도 더 사랑하고 닮아가게 되는 것, 그것이 주님과의 만남이라는 기도에서 얻게 되는 가장 큰 열매입니다.

 

주님은 항상 곁에 계시며 우리와 만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 따름입니다. 준비가 잘 되어 있다면 주님과의 참다운 사랑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 기도입니다. 말씀을 듣기 위해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있던 마리아의 모습을 떠올리며 마리아의 마음, 생각, 자세 등을 따라하다 보면 주님을 만나기 위한 준비가 쉬워질 것입니다. 기도는 이렇게 주님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주님과의 만남을 자주 가져 사랑으로 충만된 기쁜 삶을 살아가시면 좋겠습니다.

 

1) 고요한 호수에 돌을 하나 던지면 물결이 뭍까지 퍼져나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람이 불어 물결이 크게 일렁이는 상태에서 돌을 던지면 돌이 물에 떨어졌는지 아닌지 구분도 가지 않을 만큼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온갖 분심, 걱정, 불안 등을 가지고 있는 상태가 내면에 물결이 크게 일렁이는 상태입니다. 이때 주님이 어떤 말씀을 하셔도 알아듣지 못합니다. 내면이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해야 작은 한 말씀에도 바로 깨닫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님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고요함, 내적 침묵 상태가 필요합니다.

 

2) 루카 10,39

 

[월간빛, 2020년 8월호, 서보효 라이문도 신부(교구 성직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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