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1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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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프란치스칸 영성9: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선하신 뜻을 기다리는 거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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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9-15 ㅣ No.1475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의 인격 그리고 프란치스칸 영성] (9)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선하신 뜻을 기다리는 거지들”

 

 

- 이집트의 술탄 앞에서 설교하는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와 술탄은 이 만남을 통해 서로를 적으로서가 아니라 형제로서 만나게 되었다.

 

 

술탄과 만남 - 공통의 하느님 인식

 

이전에도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겠지만, 이제 프란치스코에게 있어 하느님은 좁은 의미의 하느님, 즉 가톨릭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이들만의 하느님이 아닌, 온 우주의 하느님, 모든 이들의 하느님이라는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 것이다.

 

실제로 프란치스코는 이 방문 이후에 이슬람인들의 살랏(Salat, 하루에 다섯 번 하느님을 경배하는 기도)에 탄복하여 그리스도인들도 하루에 적어도 한 번 같은 시간에 하느님을 경배하는 기도를 드릴 것을 제안하였다. 물론 이 제안이 그리스도교 세계에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이 제안의 배경이 바로 이슬람 지역에서의 체험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사실 프란치스코와 술탄은 이 만남을 통해 서로를 적으로서가 아니라 형제로서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1220년에 십자군이 다미에타를 정복한 이후에, 프란치스코는 아마 성지의 그리스도교 유적들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나서 프란치스코는 아크레(Acre, 현재 이스라엘 북부에 있는 항구도시로서 아코-akko-라고도 함)로 갔는데, 프란치스코와 그의 형제들은 술탄의 허락을 얻어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성지에 현존하게 되었다. 물론 그 후 오랫동안 수천 명의 작은형제들이 사라센인들에 의해 순교하는 고통의 시기를 겪기도 하였다. 프란치스코의 동방으로 여정에 대한 역사적 사실은 1220년에 다미에타에서 비트리의 야고보가 쓴 편지로 입증된다.

 

 

술탄과 만남 예언자적 행위

 

아마도 프란치스코가 당시 교회와 국가가 다 열광적이었던 십자군 전쟁에 대해 반기를 든 이 사건을 살펴보게 되면 프란치스칸 운동의 매우 중요한 한 부분인 ‘예언자적 행위’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프란시스 드 비어(Francis De Beer)라는 사람이 「We Saw Brother Francis」라는 책에서 잘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당시 십자군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즉, 전쟁과 정복을 통해 어떻게든 성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복파’와 이를 외교적으로 해결해 가면서 성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외교파’로 나뉘어 있었다고 한다. 당시 펠라지오 추기경이 정복파를 대표하는 사람이었다면, 당시 예루살렘의 왕이었던 장 드 브리엔(Jean de Brienne)이 외교파를 대표하는 사람이었다.

 

프란치스코는 십자군으로 행동하기를 거부하였으므로, 그가 한 예언자적 행위는 정치적이거나 외교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는 술탄 앞에서 자신이 단순히 “그리스도인”임을 선언하였다. 드 비어는 프란치스코의 이 행위가 논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증명을 위한 것이라고 기술한다. 프란치스코는 전적으로 주님 영의 이끄심에 깨어있고자 노력하였던 사람이었고, 또 세상이 선물이라는 점을 마음 깊이 인식하며 살았던 사람이었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에는 “아니오”라고 말했지만, 복음적인 것, 즉 하느님의 선이 드러나고 그 선이 실현되는 것이라면 그 모든 것에는 “예”라고 말한 예언자 중 예언자였다.

 

그의 이런 예언자적 행위는 형제들이 사라센인들과 믿지 않는 이들 사이에 갈 것인지를 권고하고 있는 그의 1221년 ‘수도 규칙’(인준 받지 않은 수도 규칙) 16장에서 잘 드러난다.

 

“한 가지의 방법은 말다툼이나 싸움을 하지 않고 하느님 때문에 모든 인간에게 복종하고 자기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고백하는 일입니다.”(6절)

 

이 첫 번째 방법은 진정한 순종과 관련된다.(참조: II첼라노 152, 봉사자 형제에게 보내신 편지 4절) 이것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선하신 의지를 기다리는 행위이다(1221년 회칙 23,5; 11). 주님에 의해 위로부터 권한을 받지 않으면 아무도 프란치스코에 대해 권한을 갖지 못했으므로(덕행들에게 바치신 인사 18절), 프란치스코는 가난한 자로, 모든 이에게 복종하며 간다는 것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구걸하는 그리스도와 연결하고자 했던 프란치스코의 모습은 이에 대해 충분한 증거가 된다.

 

프란치스코는 모든 것을 선물로 받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이것이 바로 그로 하여금 모든 이를 형제와 자매로 받아들이도록 이끈 그의 인간성이다. 프란치스코에게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선하신 뜻을 기다리는 거지들이다. 그래서 프란치스코는 위의 권고를 한 다음에 바로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다른 방법은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일이라고 생각할 때, 그들이 전능하시고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느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믿고, 구세주요 구원자이신 아드님을 믿도록, 또한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입니다. 사실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지 않으면 아무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7절)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9월 13일, 호명환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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