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종교철학ㅣ사상

철학 산책: 철학은 근본적인 이해에 관한 학문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09 ㅣ No.140

[신승환 교수의 철학 산책] 철학은 근본적인 이해에 관한 학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기를 원한다. 또 사물이나 사건을 보면 그 원인은 무엇이며 내용은 어떤지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을 설명하면서 “인간은 본성적으로 알기를 원한다”란 말로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앎이란 일반적인 지식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이거나 근거일 수도 있다. 일반적인 지식을 넘어서는 근본적 원인과 근거에 대한 질문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의 본래 과제라고 말한다. 눈에 보이거나 지각할 수 있는 사물에 대한 지식을 넘어서는 근본적 앎을 철학의 주제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지각할 수 있는 사물에 대한 학문을 자연학이라 부르고, 그를 넘어서는 지식을 “자연학 이후의 학문”이라고 불렀다. 그의 저서를 정리하던 후대 철학자가 이 말에서 “형이상학”이란 단어를 만들었다. “넘어 서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 말 “meta”와 자연을 뜻하는 “physics”가 합쳐져 형태를 넘어서 있는 학문이란 뜻으로 이렇게 이름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철학은 자연사물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영역에 관계되는 학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철학은 근본적으로는 형이상학일 수밖에 없다. 철학이 어려워지고 낯설어지는 것은 이처럼 감각적 영역을 넘어서며 지각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하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 감각적 영역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기에 이런 학문이 낯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매 순간 이런 근본적인 질문이나 그런 지식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르기도 하고, 갑자기 삶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이 죽는다거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나쁜 일이 벌어졌을 때, 또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난다면 그에 대해 “왜?”라고 묻게 되지 않는가. 사람은 본성적으로 알고자 하고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자연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측정하고 관찰하여 그 안에 들어있는 지식과 원리를 찾아내는 발견하는 학문이 과학이라면, 철학은 그 원인과 목적에 대해 이해하고 해명하려 한다. 철학은 우리 스스로 근본적인 관점에서 질문하고 이해하려는 학문이다. 그러기에 철학을 짧게 정의한다면 근본적인 이해에 관한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철학은 객관적인 지식을 찾아내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한 학문이다. 이것을 “자기이해”란 말로 규정하기로 하자. 또한, 철학은 답을 바깥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찾으며, 철저히 인간의 영역에서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지적인 노력이다. 그러기에 철학은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학문이다. 인간의 자기이해, 그것이 철학이다.

[가톨릭신문, 2012년 5월 27일, 신승환 교수(가톨릭철학학회)]


1,779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