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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뉴에이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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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06 ㅣ No.374

[사서함 16호] 뉴에이지란 무엇인가?

 

 

선정적이고 폭력성이 짙은 영상매체와 음악에는 반그리스도교적인 요소가 짙게 깔린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반그리스도적인 문화와 이른바 뉴에이지 운동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이런 문화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지혜롭게 바른길로 이끌 수 있도록 도움 말씀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문화라는 것은, 인간이 자연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이나 이상을 실현하려는 활동과정과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 정신적 소득을 말한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말 그대로 이 ‘문화’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 편리성, 능률, 쾌락 들을 숭배하며 정신없이 마구 달려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왜 사는지,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가속도 붙은 세상의 변화 바퀴에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내던지고 사는 모습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쉽게 야기되는 것이 ‘자아상실’ ‘가치관상실’의 문제이고, 그리고 ‘세대차이’라는 현실이다. 자기의 신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사는 우리들인지라, 기성세대가 젊은 청소년들의 문화, 특히 그들이 즐기는 대중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함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보고 들어서 별로 유익하지 못한 것들이 만연해 있는 이 세상을, 젊은 청소년들이 맑고 깨끗함을 유지하며 살아나가기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젊은이들의 문화, 특히 그들의 대중문화에 대해 그 위험성과 폐해성을 아주 심각하게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요즘 몇몇 개신교 신자들이 주축이 되어 전개하고 있는 ‘반뉴에이지(反 new age) 운동’이라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이들이 주장하는 반뉴에이지 운동을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주장에는, 문화에 대한 그릇된 편견 또는 편협된 교조주의의 요소들이 적지않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편적 정서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들이 보는 대중문화의 위험성과 그 폐해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반뉴에이지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뉴에이지 운동’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서양 점성술에 따르면, 태양과 여러 행성의 회전순환운동이 이루어지는 궤도는 물고기자리, 물병자리, 처녀자리, 쌍둥이자리, 전갈자리 등 열두 자리로 나뉘는데, 한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옮겨지는 데 약 2천 년의 시간이 걸리며, 이를 한 세대라 부른다고 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금은 물고기자리 시대인데, 이제 그 시대가 끝이 나고 새로운 시대, 즉 물병자리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χθυ?’라는 그리스어는 물고기를 의미하며, 이는 ‘하느님의 아들 구세주 예수’라는 그리스어의 각 단어 첫 글자들로 이루어졌다.) 즉 그리스도께서 통치하는 시대가 끝나며 오는 세대가 바로 뉴에이지, 새 시대라는 것이다. 이 뉴에이지 운동의 출발점은 1960년대로 보는데, 당시 세계정황은 쿠바 위기, 새로운 핵전쟁의 가능성, 월남전, 미소(美蘇)냉전 등으로 몹시 불안한 상태였다. 미국, 영국, 일본 등지에서 학생들은 자유를 외치며 시위를 통해 정부와 권위에 대항하였고, 또 많은 젊은이들은 기성교회에 대해 실망을 느끼고 마약을 복용하였으며, 동양의 신비주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동양의 심령기술로 명상, 요가, 신비요법, 최면술, 초능력 등이 싹터 유행하기 시작하였는데, 영적으로 세속적으로 혼란스런 이 시기에, 인간 스스로가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음을 은연중 가르치는 위의 영적 기술들은, ‘사람은 신 앞에 죄 많고 무기력한 존재’라고 가르치는 그리스도교보다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다.

 

반뉴에이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반그리스도교적인 뉴에이지 정신이 대중문화인 책, 음악, 영화, 비디오 들을 통해 젊은이들한테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고 심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 뉴에이지 사상의 근저에는 사탄이 군림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죄와 악 가운데 악마가 존재함은 사실이다. 하느님과 예수님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부인하며, 사람들한테 하느님과 예수님을 거스르도록 종용하는 종교와 거짓 가르침들, 사람들을 윤리도덕적으로 타락하게 만드는 서적이나 음악, 영화 등등…. 이러한 것들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이를 피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이런 것들의 무분별한 수용으로 말미암아 이 세상과 우리 영혼이 혼탁해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래에 혹시라도 ‘술’ ‘담배’ ‘절[寺]’ 등이 언급되면 그것이 곧 ‘사탄의 음악’이라고 단죄하는 반뉴에이지 운동가들의 처사에는 식상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대중문화의 총아인 영화, 비디오, 텔레비전 등의 영상물과 음악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비디오, 텔레비전 등의 영상물을 보면, 완전한 인간자유와 인본주의를 제시하며 불륜의 상황을 아름답게만 미화시키는 내용, 정의와 평화를 위한다며 무차별 폭력과 파괴를 정당화하는 내용, 유토피아를 그려주며 은연중 그것은 신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유혹하는 내용, 그 밖에 아름다운 인간의 성(性)을 말초적 차원의 것으로만 오도하며 유혹하는 내용들이 무척이나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편, 백화점의 음반 코너나 레코드 가게에 가보면, 대개 ‘뉴에이지 코너’라는 것이 따로 마련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그릇된 선입견 때문인지 몰라도 그 음반들은 표지부터가 사람의 마음을 섬뜩하게 만든다. 이상한 괴물이나 해괴망측하게 분장한 사람들 또는 음산한 분위기의 배경들 때문이다. 무언가 영적이고 정신적인 차원을 갈구하는 듯한데, 그 분위기에서는 별로 맑고 상쾌한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표지뿐 아니라, 가수나 그룹의 이름에도 의외의 것들이 많다. ‘어두운 천사(Dark Angel)’ ‘쓰레기 천사(Angel Dust)’ ‘유다의 사제(Juda’s Priest)’ ‘KISS(Knight in Satan’s service ; 사탄에게 충성하는 기사<騎士>)’ '검은 안식일(Black Sabbath)’ 등. 거룩한 것을 불경스럽게 사용하거나, 아니면 노골적으로 반그리스도교적으로 이름을 만든 것들이다. 이런 그룹이나 가수들은 주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록’이나 ‘헤비메탈’의 음악 장르를 즐겨한다. 그리고 우리의 젊은이들은 그들의 고민과 억압으로 인한 불안과 혈기를 이러한 음악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또한 감미롭고 조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재즈 피아노곡’이나 ‘세미클래식곡’ 등의 뉴에이지 음악들이 있다. ‘디셈버’라는 곡으로 유명한 죠지 윈스턴이라는 사람이 이런 음악의 효시를 이뤘다고 한다. 보통 ‘명상음악’ ‘뷰티풀 뮤직’ ‘easy listening music’들로 일컬어지는 이 음악들은, 한마디로 듣기에 부담이 없으며 분위기 있고 정서안정에 도움이 된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런데 반뉴에이지 운동가들이 주장하는 ‘록’ ‘헤비메탈’ ‘재즈 피아노’ ‘세미클래식’ 곡 등 뉴에이지 음악의 폐해는 대개 이러한 것들이다. 첫째, 이 뉴에이지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거의 알게 모르게 ‘뉴에이지 운동’ 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므로, 반그리스도적인 행위나 예식을 서슴지 않고 하는 이 음악인들이 성령 아닌 다른 영적 존재의 힘을 빌려 만든 노래를 무방비적으로 들을 때, 듣는 이의 영혼은 분명 그 사탄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둘째, 노래내용이 노골적으로 하느님이나 예수님을 거부하거나 모욕하는 것으로 되어있는 경우도 있고, ‘백워드 매스킹(backward masking) 수법(레코드를 정상으로 작동시키면 보통의 노래가 나오지만, 그것을 거꾸로 돌리면 하느님을 모욕하는 소리가 나오도록 하는 방법)을 통해 암암리에 하느님과 성령을 거스르는 행위를 하며, 그리고 ‘주님’ ‘신’ ‘사랑’ 등등의 그리스도교적인 용어가 가사 중에 많이 등장하나, 그것은 우리의 하느님이나 예수님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거의가 다른 신들을 부르며 칭송하는 것들이라는 주장이다. 셋째, 파괴나 폭력, 섹스와 관계되는 것을 여과장치 없이 마구 외쳐대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반뉴에이지 운동가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보지 말아야 할 것, 듣지 말아야 할 것들이, 정작 보고 들어야 할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조건 눈감고 귀막고 살 수만도 없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그래도 성실히 살려고 하는 그리스도인이기 위해서는, 교회나 사회 차원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지도와 계몽도 필요하겠지만, 일단은 ‘나’ 스스로가 옳고 그른 것을 가려 선택하는 신앙의 지혜와 의지를 기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같은 물을 마시고도 뱀은 그 물로 독을 만드는 데 반해, 젖소는 우유를 만들어내듯이….

 

텔레비전이나 비디오, 별로 유익하지 못한 책이나 잡지에 몰두하는 대신, 아직 많지는 않지만 교회 비디오 그리고 성경을 보고 읽는 시간을 많이 하면 좋을 것이다. 좋은 성가나 성음악곡들을 듣는 데에도 맛을 들일 수 있게 하면 좋겠다. 분명 이를 통해, 세상의 것들에서 느끼지 못하는 기쁨과 평화 그리고 하느님으로 말미암은 ‘힘’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부모님들, 기성세대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그 일을 먼저 모범으로 보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못해도 너희들은 꼭….”이라는 호소는 분명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특히 젊은 청소년 자녀들에게 무조건 “이것은 나쁜 것이니 보지 말아라, 듣지 말아라.” 하는 일방적 명령보다는, 먼저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비록 그들이 헐렁한 바지를 입고 요즘 유행하는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도, 사실 그들은 우리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분명 훨씬 더 순수하고 또 좋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겠기 때문이다.

 

* 서웅범 베르나르도 신부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 대수도원 소속으로 1988년도에 사제품을 받았다. 로마 안셀모 대학과 테레시아눔 대학에서 영성신학을 전공하였다. 수도원 수련장을 거쳐 지금은 대구 대명동본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다.

 

[경향잡지, 1995년 3월호, 서웅범 베르나르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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