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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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세계교회사 100대 사건2: 교회의 창립 -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함께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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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1-03 ㅣ No.193

[세계교회사 100대 사건] (2) 교회의 창립 -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함께 하리라”“

 

 

지난호에서 예수의 역사적 실재에 관해 성서적 전승(傳承)을 기초로 살펴보았다. 성서학과 역사비평학 등의 발전으로 최근까지 밝혀진 역사의 예수는 성서와 다소 차이가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예수는 최소한 기원전 4년 이전에 나자렛에서 탄생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예수는 헤로데 대왕 생존시에 탄생했다(마태 2; 루가 1,5). 그런데 헤로데는 로마 건국 750년, 즉 기원전 4년에 예리고 길트 하천변 별궁에서 병사했다고 기록돼 있다.

 

따라서 예수의 탄생은 그보다 앞서 기원전 6~7년경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루가에 의하면 예수는 티베리오 황제 치세 제15년에 요한 세자에게 침례를 받고 출가했다(루가 3,1).

 

시리아 지방 역산법에 따르면 제15년은 27년 10월 1일부터 28년 9월 30일까지이다. 그리고 예수는 30년 4월 7일 금요일에 처형됐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렇다면 예수는 두해 반 정도 공적으로 활동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같은 차이는 복음사가들이 객관적으로 역사를 쓴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예수에 대한 믿음을 적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성서는 당시 전래되어 오던 어록(語錄)과 사화(史話) 등 각종 사료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사도들의 부활체험 십자가상 죽음. 예수의 일생은 그렇게 끝이 났다.

 

평소 그를 스승이요 메시아로 믿고 따랐던 제자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한바탕 꿈이라도 꾼듯 허탈해 하지 않았을까. 생전에 스승께서 하신 말씀들을 떠올리며 일말의 기대(?)를 가지면서 말이다.

 

물론 성서에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예수의 무덤이 비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제자들의 반응에서 우리는 당시 제자들의 심정을 추측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여자들은 예수의 말씀이 생각나서 무덤에서 발길을 돌려 열한 제자와 그밖의 여러 사람들에게 와서 이 모든 일을 알려주었다 … 그러나 사도들은 여자들의 이야기가 부질없는 헛소리려니 하고 믿지 않았다(루가 24,8~11). 지극히 인간적인 제자들은 예수의 무덤이 비었고 낯선 두 사람이 나타나 사람의 아들이 다시 살아나셨다고 말했다는 여인들의 말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

 

신앙이란 이런 것이다. 사람의 오감(五感)에 의해 모든 것이 이해되고 설명될 수 있다면 2000년을 이어온 가톨릭 신앙의 위대함이 오히려 의문스러울 것이다.그러나 하느님은 사랑 때문에, 기묘한 당신의 방법으로 인간을 구원에로 이끄신다.

 

그것은 바로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를 당신 제자들과 사람들에게 나타나게 하시고, 당신 성령을 보내셔서 교회를 세우시는 일이었다.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를 목격한 사실은 그들에겐 일대 사건이었다.

 

그것은 곧 스승 예수의 말이 이루어졌다는 확신이었고 이는 또 예수가 그들이 고대해 왔던 메시아임을 조금도 의심없이 확신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제자 들의 놀라움과 기쁨은 성서에도 잘 표현되고 있다.

 

예수께서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주셨다. 그제서야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보았는데 예수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길에서 그분이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서를 설명해 주실 때에 우리가 얼마나 뜨거운 감동을 느꼈던가하고 서로 말하였다(루가 24,30~32). 성령강림과 교회창립 스승 예수의 부활을 체험한 사도들의 삶은 근본적으로 뒤바뀌었다.

 

죽음도 물리치신 예수 그리스도의 힘을 실제 목격한 그들에게 죽음은 이제 더 이상 두려워할 것도 아니요, 이 세상살이의 가치는 앞으로 다가올 영원한 생명에 비길 것이 못되었다. 하느님은 그렇게 사도들을 준비시키셨고 단련시키셨다.

 

오순절날. 일단의 무리들이 한 방에 모였다. 지난날 스승 예수와 최후의 만찬을 나누었던 바로 그곳. 며칠전 사도들은 예수를 배신한 유다를 대신해 마티아를 12사도 가운데 한 사람으로 뽑았었다.

 

오순절은 유다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축일의 하나인 과월절 후 열 다섯째 날을 의미한다. 이 축제 때엔 외국에 흩어져 있던 많은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으로 모여든다. 바로 그 오순절 날, 12사도들과 신도들이 모여 있던 방에 성령이 내리셨다.

 

성령이 내리던 순간은 예수의 부활처럼 특이하고 드라마틱하다.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들이 앉아 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혀 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갈라지며 각 사람 위에 내렸다 (사도 2,1~3). 놀라운 기적도 일어났다. 그때 예루살렘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경건한 유다인들이 살고 있었다. 그 소리가 나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사도들이 말하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자기네 지방 말로 들리므로 모두 어리둥절해졌다. …

 

이렇게 어안이 벙벙하여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하며 웅성거렸다(사도 2,5~12 참조).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두 번이나 나타나신 곳, 잡히 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나누셨고, 오순절에 성령이 내리셨던 바로 그 방은 시온산에 있다. 시온(Zion)산은 유다인과 회교도에겐 그들이 존경하는 다윗왕의 무덤이 있는 곳이며 그리스도 교인에겐 최후만찬의 장소이다.

 

여기에 1세기경 교회를 세웠고, 70년과 135년 예루살렘 파괴시에도 다행히 피해를 면했으나 614년 페르시아군 침략 때 파괴되었다가 십자군에 의해 12세기에 재건된 것이 오늘날 볼 수 있는 최후의 만찬성당이다.

 

시온산에는 또 성모 마리아가 예수의 제자들과 함께 여생을 보내다가 잠드신 곳에 세워진 성모영면성당도 있다. 고대 유럽 건축양식인 아치식으로 지어져, 가운데 기둥이 벽기둥과 연결되어 곡선 천장을 이룬 최후의 만찬성당. 당신 성령을 보내시어 교회의 시작을 알리게 하신 그 장소에 두 발을 딛고 섰다.

 

그때의 예수님은 성찬례를 통해 오늘도 다시 살아나 시며, 온갖 인간적 허점과 불완전함을 지닌 교회도 2천년간 성령의 인도를 받으며 긴 순례의 여정을 살고 있다. 약간은 어두컴컴한 성당 내부를 휙 둘러보고 나오는데 당신 살과 피를 내어주시며 최후의 만찬을 거행하신 예수님의 사랑과 안타까움이 느껴져와 가슴이 뭉클해진다.

 

 

초대 교회의 발전

 

성령을 받은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사도 2,14~36 참조)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는 말한다 바로 이 예수를 하느님께서 다시 살리셨으며, 우리는 다 그 증인이라고. 또 외친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온 백성은 분명히 알아두시오. 여러분이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이 예수를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주님이 되게 하셨고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다고.

 

창조 때 야훼의 입김이 들어가 생명이 탄생한 것처럼 이제 당신 성령을 보내심으로써 제자들의 공동체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 새로운 공동체는 놀라운 생명력과 능력을 받았고, 이로써 제자들의 작은 공동체가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그날 신도가 된 사람이 3000명이나 되었다고 성서는 증언하고 있다 (사도 2,41).

 

사도들과 초대교회 신도들의 노력으로 교회는 날로 발전했다. 그것은 또 코이노니아(친교), 기도, 빵의 나눔, 사도들의 가르침으로 요약되는 초대교회 공동체의 매력 때문이기도 했다.

 

[가톨릭신문, 2000년 3월 12일, 전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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