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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ㅣ우화

[평화] 두더지와의 평화로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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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508

두더지와의 평화로운 이별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철학적 원칙 가운데 하나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호흡하는 생명은 일체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콩밭을 망가뜨리는 두더지를 그대로 놔 두어야 할지가 그에게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얼마 뒤 그는 결단을 내려 덫을 놓았다. 곧 그 영지에서 태어나 내내 아무런 말썽 없이 그곳을 소유해 온 유서 깊은 '귀족' 한 마리가 잡혔다. 소로우는 이 콩밭의 적을 몇 시간 정도 그대로 감금해 둔 뒤에 다시는 콩밭에서 마주치지 않기를 기원하며 두더지를 놓아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기대였다.

 

며칠이 지나 콩밭 쪽을 바라보니 진절머리나게도 등이 회색인 바로 그 녀석이 들판 옅의 덤불 속으로 숨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로우는 다시 덫을 놓아 그 도둑을 잡았다. 우연히도 그때 엽총과 낚시대로 무장한 웨슨, 프랫과 그의 동료들이 고기를 잡기 위해 호숫가를 방문했다. 그래서 말썽 많은 콩 도둑 두더지를 어떻게 처리 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한 회의가 열렸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즉각 퉁명스럽고도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머리를 내려쳐 버려요."

 

그러나 소로우는 그것이 두더지에게 너무나 가혹한 처벌이라고 생각했다. 두더지에게도 존중해 주어야 할 공유지 점유권자로서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더구나 소로우는 원래 거주자가 아니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심사숙고한 끝에 소로우는 두더지를 안고 2마일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가서 튼튼한 막대기로 위협하며 엄하게 야단을 친 뒤 덫을 열고 그 녀석을 놓아주었다. 이 평화로운 이별 뒤에 그는 그 두더지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었다.

 

[월간 좋은생각, 2001년 12월호, p.35 / 안효진 수녀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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