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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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의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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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3-07 ㅣ No.1123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묵주기도의 동작

 

 

묵주기도의 동작

 

묵주를 손에 들고 바치는 묵주기도는 정해진 기도문을 구송(口誦)하는 ‘소리기도’와 매단의 신비 선포의 의미를 헤아리는 ‘묵상기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손에 느껴지는 감각을 통해 묵주알을 한 알 한 알 옮기며 자신의 몸을 이용해 기도하게 됩니다.

 

묵주기도의 동작들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진행되지만, 습관처럼 하던 그 움직임을 짚어본다면 기도의 의미를 더 깊이 있게 찾을 수 있습니다. 기도를 정성껏 바치도록 묵주기도의 동작 자체를 묵상해 보았으면 합니다. 묵주기도의 동작은 중요한 ‘몸의 기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① 십자성호

 

십자성호를 긋는 손동작은 묵주기도의 시작입니다. 모든 전례와 기도에 있어서 그리스도인들은 십자성호로 시작하고 십자성호로 마칩니다. 출발과 마침이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향하고 있으며 십자가로부터 비롯됩니다. 십자성호가 기도나 전례를 시작하는 표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모든 일을 주님의 이름으로 시작하고 그분의 영광을 위해서 하라는 성경의 가르침(1코린 10,31;콜로 3,17 참조)에 부합되기 때문입니다. 구원의 상징인 십자가를 손에 들고 내 몸에 경건하게 표시함으로서 그리스도를 입게 됩니다.(로마 13,14 참조) 십자성호는 시작이요 마침이신 그리스도를 향한 기도의 시작이며 마침입니다. 정성껏 긋는 십자성호는 기도하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 '예수님의 발에 친구하고 있는 마리아 막달레나'(베아토 안젤리코 作)

 

② 십자가에 친구

 

십자성호를 긋고 묵주의 십자가 예수님 발 부분에 입을 맞추는(친구, 親口) 관습은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과 존경의 표현입니다. 루카 복음 7장에 나와 있는 ‘죄 많은 여자를 용서’하시는 장면은 바로 이러한 내용이 가장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죄인인 여자가 하나 있었는데, 예수님께서 바리사이의 집에서 음식을 잡수시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왔다. 그 여자는 향유가 든 옥합을 들고서 예수님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루카 7,37-38)

 

루카 복음 8장에는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레나라고 하는 마리아’를 언급하고 있는데,(루카 8,2) 이 여인을 루카 복음 7장에 나오는 ‘죄 많은 여자’로 인식하였고, 성경에서는 유일하게 예수님의 발에 입을 맞추는 장면입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마리아 막달레나는 ‘사도들의 사도’라고 부를 정도로 예수님 공생활에 중요한 목격 증인으로 공경되어 왔습니다. 묵주기도를 시작하면서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십자가의 예수님 발에 입을 맞추는 것은 자신에 대한 참회의 모습이며, 예수님에 대한 사랑과 존경과 감사를 매우 겸손하게 드러내는 몸짓입니다.

 

③ 묵주알을 굴림

 

전통적으로 묵주기도에 쓰이는 도구는 묵주입니다. 지극히 피상적인 차원에서만 보면, 묵주는 흔히 반복되는 성모송을 세기 위한 단순한 도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묵주는 관상의 실체를 더욱 충만하게 하는 상징성을 보여 주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여기서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묵주알들이 십자가에 모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기도의 순환이 시작되고 끝을 맺습니다. 신앙인들의 삶과 기도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성부께 이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도의 진행을 표시하며 세는 도구인 묵주는 그리스도인의 관상과 완덕의 끝없는 길을 가리킵니다. 복자 바르톨로 롱고(1841-1926)는 묵주를 하느님과 우리를 묶어주는 ‘사슬’로 여기기도 하였습니다. 사슬, 참으로 아름다운 사슬입니다.(교서, 36항) 언제나 하느님과 우리를 묶어 주는 결합을 보여줍니다. 십자가에서 시작하여 십자가를 향해 묵주알을 굴리는 동작은 모든 것이 그리스도에게서 시작되며, 그리스도를 지향하고 있음을 고백하게 합니다.

 

④ 성경 봉독

 

성경 봉독은 묵주를 들고 취하는 동작은 아니지만, 특별히 이 자리에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성경을 찾고 읽어야 하는 정성이 필요해서입니다. 신비 선포와 함께 관련된 성경 봉독을 하도록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를 통해 우리에게 권고하십니다.(교서, 30항 참조)

 

하느님의 말씀은 묵주기도에서 사용하는 반복의 방법의 일부가 되어, 이미 잘 아는 어떤 것을 단순히 묵상하는 데에서 오는 지루함을 막아줍니다. 성경 봉독은 알고 있는 것을 떠올리는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도록 하는 문제입니다. 공동으로 장엄하게 묵주기도를 바칠 때에는 이 말씀을 간략한 해설과 함께 적절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⑤ 침묵

 

매단의 신비 선포 바로 직후나 신비 선포와 성경 봉독 후, 잠시 침묵하고 주님의 기도로 넘어갑니다. 미사 중에 영성체를 하고 침묵 중에 마음속으로 감사의 기도를 바치도록 하는 ‘감사 침묵 기도’가 하나의 예식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침묵은 묵주기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침묵의 중요성을 발견하는 것은 관상과 묵상을 실천하는 비결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술과 대중 매체가 지배하는 사회의 한 가지 단점은 고요함을 얻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입니다. 전례에서 침묵의 순간이 권고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묵주기도를 바칠 때에도 하느님 말씀에 귀 기울인 다음, 잠시 머물러 특정 신비의 가르침에 마음을 모으는 것이 좋습니다.(교서, 31항 참조)

 

정성껏 표현되는 묵주기도의 동작은 기도의 일부라 할 수 있습니다. 소리기도, 묵상기도와 함께 ‘몸의 기도’는 우리가 기도하는 이유를 찾도록 합니다. 십자가로 시작하여 십자가를 향해 가는 기도의 순환은 주님을 향한 기도의 열망을 드러냅니다. 겸손되이 드리는 묵주기도는 기도하는 이를 ‘기도의 사람’으로 변화시켜 줍니다.

 

+ 묵주알들이 십자가에 모아지는 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기도의 순환이 시작되고 끝을 맺기 때문입니다.

 

+ 묵주기도는 ‘십자성호, 십자가에 친구, 묵주알을 굴림, 성경 봉독, 침묵’으로 이루어진 동작으로 ‘몸의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3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여산성지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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