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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분도출판사의 도서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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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16 ㅣ No.689

[특집 2009년도 심포지엄] 성 베네딕도회의 한국 선교와 문화 활동


분도출판사의 도서 간행

 

 

1. 머리말 

2. 1960년대 : 변화의 추구
3. 1970년대 : 사회와 만남
4. 1980년대 : 성경의 연구
5. 1990년대 : 신학의 확대
6. 2000년대 : 모색의 시대
7. 바라는 말


1. 머리말

2000년대에 들어와서 한국 천주교회사 연구에서 주목되는 현상은 교회 출판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사실일 것이다.1) 2005년에 가톨릭신문사와 한국 주교회의 매스컴위원회가 《한국 교회 출판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공동으로 개최하였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계속해서 가톨릭출판사가 창사 1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가톨릭 출판문화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 아래 가톨릭출판사의 출판물들을 분석하는 학술회의를 열었던 것이다.

한국 천주교회가 이와 같이 교회 출판의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까닭은 무엇보다 출판물을 통해서 한국 천주교회의 어제와 오늘을 다시 생각해 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잘 알려지고 있듯이 한국 천주교회의 성립과 발전에 교회 출판물이 차지한 위치는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현대의 한국 천주교회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교회 출판물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나 내용은 일정한 시기 교회 구성원의 관심을 반영해 주고 있어, 이를 통해서 교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천주교회의 성장과 도서 간행은 서로 분리시킬 수 없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겠다.

한편으로 그것은 교회 출판물을 담당하는 기관의 쇄신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사실 책을 만드는 것이 출판사이니만큼, 출판사의 성쇠는 바로 그 교회의 발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최근에 들어와서 한국 천주교회의 신자들이 교회 출판물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 말해 주듯이 현재 한국 천주교회의 출판문화는 상당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왜 그런가, 어디에 문제가 있는가라는 교회 출판사의 자기반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교회 출판사는 도서 간행의 현황과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며, 그것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움직임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분도회의 한국 진출 10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회의 한 주제로서 분도출판사의 도서 간행이 다루어진다는 점 역시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분도회는 한국 천주교회와,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발전에 도서 간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어느 누구보다도 깊이 인식하면서, 출판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화두를 계속적으로 던져 준 수도회라고 할 수 있다. 분도회가 도서 출판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인 시기는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의 일이었다. 그러나 해방과 함께 북한에서 활동한 분도회의 도서 간행은 단절되고 말았다. 이후 6 · 25 전쟁을 거쳐 1960년대에 들어와서 분도회는 분도출판사를 설립하면서 도서 간행에 본격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 그 결과 분도출판사는 한국 천주교회의 내부에서나, 외부에서나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는 출판사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분도출판사의 도서 간행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도회의 도서 간행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다룬 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다. 최근에 일제 강점기에 분도회의 교육 활동과 관련하여 그 내용이 간단히 소개되었다.2) 그리고 가톨릭출판사의 출판물이 분석될 때 그 비교의 대상으로 분도출판사의 도서들이 다루어졌다. 성서 및 성서신학 · 영성신학 · 현대신학 · 가톨릭철학의 항목으로 나뉘어져 분석되었던 것이다.3) 또한 분도회의 한국 선교를 다루는 가운데 분도출판사가 사회 정의와 관련해서 펴낸 도서 간행이 언급되었다.4) 모두 분도출판사의 도서 간행이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할과 영향력을 매우 의미 있게 지적하고 있다.5)

이 글에서는 분도출판사의 도서 간행을 그와 같은 개별적인 주제로 다룰 수는 없을 것 같다. 아직 분도출판사의 도서 간행이 어떠한 흐름으로 진행되었는가 하는 전체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완전한 형태의 목록집이 나와 있지 않지만, 이른바 책의 호적등본 카드를 통해서 볼 때 그 숫자는 대략 960여 권에 달한다. 이때 이 모든 것을 여기에서 한꺼번에 분석하기는 힘들다고 하겠다. 따라서 앞으로의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하기에 앞서 분도출판사의 도서 간행을 책의 영향사라는 측면에서, 10년 단위로 시대별 특징을 추적하여 그 전체적인 변화 양상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6)


2. 1960년대 : 변화의 추구

분도출판사는 왜관에서 1962년 5월에 설립되었다. 그것은 문화공보부에 등록된 시기이다. 때문에 조금 더 이른 시기에서 분도출판사의 기원을 찾기도 한다. 1959년 왜관 수도원에 중고품 종이 절단기가 들어오고, 식자를 담당하는 수사가 파견된 시기를 분도출판사의 태아기로 파악하였다. 이에 1960년에 들어와서 수도원의 마오로 기숙사에 활판기 2대를 비롯하여 조판 제본 시설을 갖춘 시기를 사실상의 생년으로 보는 것이다.7) 이 시기 출판의 특징이 인쇄소와 출판사가 분리되어 운영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꼭 그와 같이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성 베네딕또 수도규칙》 신판과 《예수의 생애》가 분도출판사의 첫 책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그 실질적인 출발은 1962년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분도출판사의 설립은 그 이전 분도회의 도서 간행과 일정한 차별을 지닌다. 일제 강점기 교구와, 이를 운영하던 수도원이 결합된 형태로 도서 간행을 하던 것과는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8) 이는 교구 운영이 아니라 문화 활동을 통해서 교구를 도와주는 분도회의 선교 방침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이때 분도출판사는 해당 교구인 대구교구를 그 대상으로 한정시키지 않고 한국 천주교회 전체를 그 대상으로 하였다. 이에 독립된 출판 목적을 가진 출판사를 설립시킨 분도회는 한국 천주교회의 출판을 새롭게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분도출판사의 설립 배경에는 당시 개최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영향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분도출판사의 등장 시기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시작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일제 강점기 분도회의 선교 활동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과 일치되는 측면이 있다. 다름 아니라 한국어로 된 미사경본과, 성무일도와 성가책의 편찬 사업이 그것을 잘 말해 준다. 때문에 베네딕도회의 전례 개혁 활동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한국 천주교회의 전례 발전을 위한 초석을 미리 마련해 놓은 것으로 이해된다.9) 그것은 1960년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헌장》(1964)을 비롯한 문헌들이 간행되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1963년에 나온 사회매체에 관한 교령인 《놀라운 기술》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한편 여기에는 인근 지역인 대구에서 나온 《가톨릭 시보》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활동과 관련된 자료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었다는 점도 일정한 영향을 주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분도출판사는 교회의 쇄신과 발전에 출판의 기능이 매우 중요함을 깊이 인식하고 출판활동을 전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1960년대 분도출판사의 도서 간행에는 일제 강점기 분도회의 전통을 계승한 측면이 있다. 이 시기에 분도출판사에서는 대략 40여 종에 달하는 서적을 발간하였다. 일제 강점기 분도회는 미사경본, 성가책 등의 전례서 발간에 관심을 가졌는데,10) 1960년대에도 그것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성주간 전례서》(1965), 《말씀의 전례》(1966), 《분도회 고유미사》(1966), 《수도자 양성의 쇄신에 관한 훈령》(1969), 《수도생활》(1969), 《수도자의기도》(1969) 등이 그것이다. 이에 분도출판사를 이야기할 때 수도생활, 전례에 대한 도서의 간행에 깊은 관심을 가진 출판사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1960년대 분도출판사에서 추구한 보다 더 중요한 사업 방향은 신학서적에 대한 깊은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도 한글로 된 성경의 편찬에 관심을 기울인 적이 있는 분도회는11) 그것에 앞서 신학서적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졌다. 이는 출판사를 단순히 계몽서적의 간행으로만12) 그치는 이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즉 신학서적을 전문적으로 발간하는 출판사로서 출발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이때 《구세사》(1962)의 편찬은 그러한 변화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는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세사》의 편찬이 이후 10판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그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때문에 분도출판사가 새로 태어나면서부터 새 시대를 위한 새 말들을 전했던 것으로 평가되었다.13)

당시 분도출판사가 커다란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신학서적 가운데에서, 특히 성서 및 성서 신학 분야였다. 《성경의 세계》 시리즈를 기획하여 첫 권인 《시편은 우리의 기도》(1967)를 펴냈는데, 《구약과 신약의 빠스카》(1968),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의 증인들》(1968), 《예수의 비교》(1969) 등이 계속해서 나왔다. 이 시리즈는 작은 책이지만 성서 연구방법론에 따라 진척된 서구의 성서학 연구결과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로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구약성서 입문》(1967)과 《신약성서 입문》(1969), 《공관복음 내용 대조표》(1968) 등도 국내에 처음 소개된 본격적인 성서 입문서로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 성서 및 성서신학 관련 서적들은 당시로서는 신대륙을 열어 주었던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14) 따라서 이것은 이후 성서 및 성서신학 출판의 토대를 마련해 준 작업이었다고 하겠다.

이때 분도출판사의 편집방침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특징은 총서 발간이었다. 이것은 일제 강점기 이래 분도회의 도서 간행이 가지고 있는 전통이었다.15) 계몽서의 경우에도 기획 발간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제 《성경의 세계》 시리즈로 자리를 잡게 되었던 것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 《구약성서 신학개요》(1973)를 끝으로 18권으로 출간되었다. 그것은 1970년대 이후 분도출판사가 추구한 다양한 총서의 시리즈를 통해서 더욱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러므로 총서의 발간은 분도출판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무 책이나 함부로 출판하지 않고 일정한 기준을 통과한 책을 선정하여 출판하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이러한 편집 방침은 분도출판사의 도서들이 스테디셀러나 베스트셀러가 되는 데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대부분의 책들이 번역서였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좋은 전문 신학서적의 번역을 통해 한국 천주교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기 때문이다. 1960년대 한국 천주교회가 자립하게 하는 시기에 이러한 번역 사업은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번역이 일본의 근대를 낳았듯이, 이러한 번역은 한국 천주교회의 현대를 낳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무엇보다도 분도출판사가 적절하고, 훌륭한 우리말로 번역하고자 실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던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즉 분도출판사는 이제 한국 천주교회사에서 본격적인 번역의 시대를 열어 주었다고 하겠다.

여기에서 주목할 또 다른 특징은 김윤주와 같은 평신도 번역자를 키웠다는 사실이다.16) 처음에는 분도출판사 편집부의 이름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이후 김윤주의 이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를 통해 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평신도가 등장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그의 뒤를 이은 정한교로 이어졌다. 분도출판사는 이와 같이 내부에 좋은 번역자를 두고서 신학서적의 번역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갔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한국 천주교회 출판의 역사에서 1960년대는 분도출판사의 설립과 함께 새로운 분기점으로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3. 1970년대 : 사회와 만남

1970년대는 분도출판사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분도출판사는 실로 다양한 출판을 시도하였다. 이를 통해서 한국 천주교회 전체와, 더 나아가 한국 사회와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1960년대에 이어 1970년대에도 분도출판사는 성서 및 성서신학의 굵직한 참고도서를 계속적으로 쏟아냈다. 그중에서 《예수의 비유》(1974), 《성서 주석의 제 방법》(1975), 《히브리적 사유와 그리스적 사유의 비교》(1975), 《당신은 성서를 어떻게 이해하십니까?》(1977), 《구약성서신학》 (1) · (2) · (3)(1976~1980), 《성경과 오늘》(1978), 《이스라엘의 역사》 (상 · 하)(1978, 1979) 등이 대표적인 도서들이다. 이 밖에 《주의 기도문》(1975)부터 《성서의 현대적 이해》(1975)에 이르는 8권의 《성서와 생활》 시리즈도 작은 책에 알찬 연구 결과를 담고 있다. 이러한 책들은 당시 신학교와 갓 생성된 가톨릭 성서모임 등지에서 성서비평학의 역사비판적 방법을 알고 익히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17)

1970년대에 들어와서 분도출판사가 교리서와 관련된 좋은 책들을 여럿 발간하였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가톨릭 신앙 입문 - 화란교리서의 구조와 양식》(1973)이 나왔으며, 교황 베네딕도 16세의 《그리스도 신앙, 어제와 오늘》(1974)은 사도신경을 통해서 가톨릭 교리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와 함께 신 · 구교 통합의 신앙 고백서인 《하나인 믿음 - 새로운 공동 신앙고백서》(1979)도 나왔다. 《세상에 열린 신앙》(1977)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린이 교리에 대한 관심은《어린이 성서교리 : 구약 이야기》, 《어린이 성서 교리 : 신약 이야기》(1973)로 나타났다. 《사랑이신 하느님을 만나자 : 첫영성체 준비 및 공소 어린이 교리서》(1977)도 그러하다. 이 밖에 《공소예절》(1978)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1970년대 분도출판사의 출판과 관련하여 더욱 의미를 부여해야 할 사실은 총서를 본격적으로 태동시켰다는 점이다.18) 1970년에는 《현대인과 신앙》시리즈가, 1973년에는 《성서와 생활》시리즈가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새롭게 정리된다. 이는 《분도소책》 총서의 발간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1971년에 들어와서 《분도소책》 총서의 첫 번째 권으로 한스 큉의 《세속 안에서의 자유》(1971)가 나왔던 것이다. 모두 73권에 달한다. 1970년대는 한국 출판계에서도 문고본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는데, 분도출판사는 그 흐름을 함께하였는데, 이후 문고본이 점차로 사라져가는 시기에도 오랫동안 꾸준하게 《분도소책》 총서를 유지시켰다.

《분도소책》은 이름 그대로 짧은 글에 깊은 사색과 영성의 신비를 독자와 함께 나누기 위해 분도출판사가 30년 가까이 넘도록 특별한 애정을 쏟아 만든 시리즈이다. 분도출판사의 평 그대로 작지만 크고, 얇지만 깊고, 가볍지만 무게 있는 사상의 보고였던 것이다. 크고 두껍지 않더라도 실로 많은 내용을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해 줄 수 있음을 일깨워 준 시리즈였다. 이에 신학도 마냥 어려운 것만은 아닌 것으로 이런 방식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신자들에게 알려 주었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서 참으로 좋은 책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분도소책》은 대부분 한국 천주교회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준 도서들이라고 할 수 있다. 분도출판사가 추구하던 모든 방향을 《분도소책》을 통해서 파악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추구하고자 하던 정신이 이들 도서를 통해서 다양하게 표출되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공의회를 이끈 인물, 성서신학, 심리학, 해방신학, 음악, 여성신학, 사막교부, 교회의 쇄신, 사회정의, 농민사목, 다른 종교에 대한 관심 등 모두 분류하기 어려울 정도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 몇 가지만을 간단하게 언급하고 한다. 교회의 쇄신을 주장한 한스 큉과 칼 라너의 저술도 들어 있다. 앞서 언급된 《세속 안에서의 자유》는 토마스 모어의 생애를 다룬 책으로, 1970년대와 같은 세상 안에서 크리스찬이 어떻게 사회를 인식하고, 어떻게 살아야 자유로울 수 있는가를 단적으로 이야기한 책이다. 칼 라너의 《일상》은 일하고, 쉬고, 먹고, 자고 하는 일상의 일들을 그리스도교 신앙에 비추어, 신학에 던져진 물음으로 살펴본 신학 단상이었다. 《거룩한 표징》 역시 전례와 관련해서 손, 초, 향, 종, 거룩한 공간 등 기도생활의 중심으로 이루는 표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왔다. 《게으름의 찬양》은, 최근에 들어와서 느림의 철학이 언급되고 있는데, 비교적 이른 시기에 그것을 우리에게 역설한 책이다. 그러므로 《분도 소책》은 교회가 책을 통해서 그 시대, 그 사회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잘 보여 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1974년에는 《신학 총서》가 나왔다. 《신학 총서》는 서강대학교의 신학연구소와 함께 기획하여 출간한 것이다. 1974년에 제1권인 《시편은 시인 예수 그리스도의 노래》가 나왔으며, 1999년에 마지막 34권인 《예수의 선포》를 발간하기까지 역사신학 12권, 조직신학 9권, 실천신학 5권, 종교와 사상 8권의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여기에는 몇 권의 국내저술가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주로 많은 외국 신학서적들이 발간되었다. 그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서구 유럽의 현대 신학적 흐름을 충실히 반영하는 주요 유명 단행본들이었다. 따라서 《신학 총서》는 국내 최초로 현대 신학서적들을 기획 발간한 기념비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19)

간행사에서는 신학 총서의 목적과 편집방향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신학 총서의 목적은 한국의 신학도와 신학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어느 정도 일관성 있고 기본적인 신학지식을 터득하는 것을 도와주는 데에 있다고 한다. 그 편집방향으로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된 신학적 제재를 교과서식으로 펴내기로 하였음을 말한다. 이에 신학 총서는 주로 국내 신학 대학이나 일반 대학에서 강의교재나 참고도서로 사용될 수 있는 외국 신학서적들을 많이 번역하였음을 알려 준다. 따라서 신학 총서는 이를 통해서 우리나라 신학연구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구축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신학 총서》를 통하여 발간된 신학 관련 서적들은 국내 신학 연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 많은 기여를 하였다고 평가된다.20)

여기에서 한두 권만을 언급한다면, 《믿는다는 것》(1976)에서 중세 프랑스에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천주교 신자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믿는 사람으로 볼 수 없다는 일깨움을 주고 있다. 《성령은 나의 희망》(1976)은 한국 천주교회에서 그동안 주목하지 못했던 문제를 다루었다. 그것은 바티칸 공의회 이후 현대 신학의 흐름 속에서 더욱 활발히 전개되며 발전되어 온 성령론이었다.21) 《교회론》(1)(1979)은 현대의 신학 가운데 한국 천주교회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던 교회론을22) 우리나라 신학자가 저술한 것이다.

1975년은 《분도소책》에 이어 분도출판사가 한국 사회 일반과 교류하게 된 《분도우화》 시리즈가 발간되었다. 모두 36권이다. 《꽃들에게 희망을》이 분도우화 시리즈의 첫 책으로 선보이면서 《분도우화》는 베스트셀러 시대를 예고하게 되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 《이상한 나라의 숫자들》 같은 우화집들이 연이어 출간되면서 1970년대 교회만이 아니라 한국 독서계 전체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들 《분도우화》는 신앙에 대한 이해를 교리로서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충분히 잘 추구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부분을 보여 준 것이다. 즉 동화 혹은 우화가 신앙의 이해에 미치는 영향을 잘 나타내주었다고 하겠다.

현재 이들 책들은 인터넷 서점인 분도북에 의하면 어린이 시리즈로 분류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년 소녀에 대한 분도회의 전통적인 관심을 이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30년대 분도회는 연길교구를 중심으로 가톨릭 소년운동을 전개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잡지 《가톨릭소년》의 발간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분도우화》는 오히려 성인 동화로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어른들이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이를 읽히는 방향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동화를 통해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한편 《분도우화》를 통해서 한국 천주교회를 넘어서 분도출판사가 일반 독자들과 만나게 됨으로써 이들로 하여금 천주교가 어떤 종교일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만든 계기로도 작용하였다.

어린이 책에 대한 관심은 가족 관계에 대한 분도출판사의 관심으로 이어졌던 것이 아닐까 한다. 《남자의 참 모습》(1975)과 《여자의 참 모습》(1975)에 이어 1970년대 말에 들어와서 ME 관련 도서들이 출간되었던 것이다. 또한 노인 문제에 대한 관심도 《제3의 인생, 당신도 노인이 된다》(1979)로 나타났다. 그것은 1980년대 미혼 남녀 젊은이를 주된 대상으로 하는 《선택》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도서들은 관계에 있어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천주교 신앙을 교리로서만 아니고 다른 분야와의 만남을 추구한 예로서는 미술에 대한 묵상으로 《미세레네》(1978), 《은은한 즐거움》(1979), 《상냥한 사람》(1979) 등이 있다. 그러나 분도출판사는 문학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것을 보다 깊이 추구하였다. 그것은 바로 이해인의 시집 출간이다. 1970년대가 저물어 갈 무렵 이해인의 시집 《내 혼에 불을 놓아》(1979)가 나왔다. 그런데 이해인의 시집과 글 모음집은 출간할 때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1980년대 이후 이 땅에 이해인 신드롬을 만들었다.

한편 분도출판사는 신학서적의 출판에만 매달리지 않고 철학서적의 출판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는 신학과 철학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철학사 · 근현대 관련 철학서적을 포함한 다양한 서적을 출간하였던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1973), 《세계 철학사》 (상) · (하)(1976 · 1978), 《20세기 철학》(1978) 등이 그것이다. 분도출판사의 출판이 신학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철학적인 영역까지 관심이 확장되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23) 분도출판사가 신학 연구를 위한 기초 작업으로서의 철학, 특히 가톨릭 철학의 중요성을 파악한 결과로 판단된다. 이를 통해 분도출판사는 철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으며, 그와 같은 교유는 1990년대 중세 철학에 대한 도서 간행으로 이어졌다. 이에 분도출판사는 가톨릭계 출판사에서 가장 많은 가톨릭 철학 관련 서적을 간행하는 출판사가 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분도출판사의 출판에서 그 어느 것보다 커다란 의미를 가지는 사실은 한국 사회와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지고 있듯이 1970년대는 분도출판사가 새로운 출판 목표를 가지게 된 시기였다. 1972년 임 세바스티안 신부의 사장 취임과 함께 분도출판사는 ‘시대의 징표’를 함께 읽어가려는 의지를 더욱 공고히 다져나갔던 것이다.24) 이에 분도출판사는 교회의 쇄신, 특히 교회의 현실 참여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다. 그것은 현실 비판을 통한 사회정의의 추구로 이어져갔다. 사회구조가 인간을 희생시키는 도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역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까마라 대주교의 《정의에 목마른 소리》(1970)가 처음 나왔으며, 책의 제목을 통해서 당시 시대의 성격을 규정해 준 《성난 70년대》(1972)도 나왔다. 뒤이어, 역시 조그만 책이지만, 많은 영향을 주었던 《현실에 도전하는 성서》(1973)로 더욱 구체화되었다. 또한 《평화혁명》(1974), 《황무지를 옥토로》(1975)의 출판도 그와 같은 방향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결정적인 것은 《해방신학》(1977)의 소개였다. 이는 1980년대까지 출간된 일련의 해방 관련 도서들과 함께 어둠의 세상을 향해 던지는 일종의 물음표 구실을 했다.

분도출판사의 이러한 도서들은 모든 분야의 운동의 주체들로 하여금 이를 학습하여 활동과 투신의 자양으로 삼게 만들었다고 한다.25) 거기에는 신자와 비신자의 구별이 따로 없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서 분도출판사는 《분도우화》 총서와 함께 한국 사회와 직접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그들을 포함하여, 가톨릭 사제나 가톨릭 민주화 운동의 주도 세력만을 위한 도서는 아니었다. 당시 조금이라도 깨어 있는 사람이라면 분도출판사의 이러한 도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며, 그 경우에는 지식인으로 불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분도출판사는 도서를 통한 한국 민주화 운동을 전개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 결과 한국 천주교회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 분도출판사를 더욱 강하게 인식시키게 되었다.

이 밖에 《침묵 속에 떠오르는 소리》(1977), 《공생의 사회》(1978), 《그리스도교 사회론》(1978) 등도 들 수 있다. 한편 떼제 공동체에 대한 도서 출판도 이와 관련해서 일정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종교간 대화 및 일치운동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것이기도 하지만 《떼제의 규칙,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1976), 《떼제 젊은이들의 공의회》(1978), 《평화를 사랑하는 자의 폭력》(1977)을 통하여 사람들이 현실에 대한 개혁에서 어떠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고민하였기 때문이다.

사회 현실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학문적 고민은 서인석의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1979)이라는 신학서적의 저술로 나타났다. 교회가 가난한 사람의 것이며,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함을 강조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모토를 구약성경 연구를 통해서 밝혀 주었기 때문이다. 이 역시 당시 한국 천주교회의 신학 연구 수준을 보여 준 것으로, 평이한 서술을 통해서 많은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특히 현실에 대한 고민이 연구자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 준 도서이다. 따라서 1970년대에 나온 이러한 책들은 교회가 어떠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선교를 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정치적 인간의 초상》(1977)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역사전기물로서, 프랑스 혁명 전후의 한 인물의 이야기다. 이때 츠바이크가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는데, 1990년대 츠바이크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그의 책이 많이 번역되었다. 분도출판사의 도서 선정이 얼마나 시대를 앞서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매우 복잡했던 1970년대의 한국 사회를 지나면서 분도출판사는 “‘시대의 징표를 함께 읽어간다’는 모토 아래 시대의 도전에 과감히 맞서 억압받고 소외받는 소수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며, 거짓된 평화를 거부하고 참된 그리스도의 평화를 위해 용기 있는 출판을 통해 예언자적 소명을 다하고자 한다”라는 새로운 출판 목표를 추가로 설정할 수 있었다.


4. 1980년대 : 성경의 연구

1970년대에 이룬 분도출판사의 비약적인 발전은 1980년대에도 계속되었다. 1970년대보다 더 많은 도서들을 간행하였던 것이다. 분도출판사가 그 정점에 오른 시기였다.

1970년대 후반 분도출판사에서 출판한 해방신학과 관련된 책은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나왔다. 《해방신학의 올바른 이해》(1984), 레오나르드 보프의 《구원과 해방 - 신앙과 정치의 균형을 찾아서》(1987), 《해방신학의 영성》(1987), 《인생이 학교이다, 해방신학의 구체적 실천을 위한 대담》(1988) 등이 그것이다. 남미 농어민들과의 복음 대화인 《말씀이 우리와 함께》(1981), 《선민과 만민 : 선택 사상의 재음미에 의한 선교 자세의 재정립》(1983), 《민중의 외침: 라틴 아메리카의 인권 투쟁》(1984), 《메델런 문헌: 제2차 라틴 아메리카 주교단 총회 최종 결의》(1989)도 해방신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서라고 할 수 있다.26)

이에 1980년대 분도출판사의 도서에서 평화 · 인권과 정의 등에 대한 언급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권력과 자유》(1980), 《정의를 실천하는 신앙》(1980), 《유엔과 인권》(1983), 《성서와 사회정의》(1984), 《평화추구》(1987), 《정의에의 굶주림: 식량 정책과 신앙》(1987)이 그것이다. 이와 함께 정치 윤리와 사회 윤리에 대한 관심으로 《가톨릭의 정치 윤리》(1980), 《신앙과 정치 이성: 가톨릭 사회론의 새로운 정립을 위한 기초개념》(1989), 《요한 바오로 2세의 사회교리》(1985)를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한 인간이 일정한 시대, 사회를 살아갈 때 어떠한 인간, 어떠한 크리스찬이 되어야 하는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때 예수에 대한 새로운 조망을 한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1980), 《그리스도라 부르는 예수》(1970)는 많은 도움을 준 도서이다. 《세상과 인간을 위하는 하느님》(1981), 《왜 그리스도인인가》(1982), 《예수는 어떤 공동체를 원했나: 그리스도 신앙의 사회적 차원》(1985) 등도 그러하다. 이와 함께 새로운 교회와 사회를 주장하고 이를 실천하고자 한 《요한 23세 소전》(1985)과 《가난한 이들의 추기경》(1989)도 들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에 들어와서 무엇보다 한국 천주교회 창립 200주년을 기념하는 신약성경의 주석판이 하나씩 간행되었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제대로 된 우리말로 된 성경을 가지고자 한 것은 일제 강점기 이래 분도회의 도서 간행과 관련해서 일관된 목표였다. 이를 위해서 분도출판사가 설립된 이래 성서와 성서신학에 대한 책을 집중적으로 발간했던 것이다. 그것은 성경의 새로운 역주를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었다. 사실 성서 관련 도서의 간행은 1970년대를 기점으로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주고 있었다.27) 즉 성서신학과 관련된 도서가 줄어드는 반면, 이제 성경과 관련된 주석서가 본격적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신약성경에 대한 번역은 1974년에 시작되었다. 대전의 목동에 있는 프란치스코 수도원에서 신약성경에 대한 첫 독회를 가진 1986년 2월에 이르러 36차의 독회를 끝으로 12년에 걸친 대장정 끝에 신약성경 전체 번역을 확정지었다.28) 이와 함께 주석서가 나오게 되었는데, 1981년에 그 첫 번째 주석서인 정양모의 《마르코 복음서》가 출간된 것이다. 여기에는 성서 본문과 입문, 충실하고 자세한 주해가 달려 있다. 그러나 주석서는 2002년에 이르러서야 《요한의 묵시록》을 끝으로 20여 년 만에 18권의 시리즈로 완간될 수 있었다. 그러므로 1981년은 한국 천주교회의 신약성경 연구사에 또 다른 분기점이 된다고 하겠다. 이 역시 한국 천주교회의 연구 역량을 보여 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 천주교회의 성경 연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까지 발돋움하려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라고 하겠다.

이와 함께 성서 관련 입문서가 계속해서 나왔다. 1985년에 《성서지도》를 출판하였다. 정양모 · 배은주가 엮은 《네 복음서 공관》 (1) · (2)(1983 · 1986)도 출간되었다. 역시 입문서로 《전기 예언서》(1985), 《성서일반과 모세오경》(1987) 등이 간행되었다. 신약성경에 대한 주석서의 발간과, 새로운 입문서의 등장은 1980년대에 크게 퍼져간 성서 사도직 운동을 성숙하고 심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성서 40주간》(1981~1982)은 이러한 성경 읽기의 대중화를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82년은 《아시아 신학 총서》가 발간된 해이다. 아시아라는 비그리스도교 문화권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이 어떻게 이해되며, 하느님은 어떻게 역사하시는가, 다시 말해서 신학과 영성의 아시아적 발현 양태를 살피고자 한 것이다. 즉 서구문화의 전통 속에 있는 아시아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참신한 안목과 새로운 존재의 지평을 열어 주기 위한 특별 기획에서 나온 것이다. 1982년에 나온 《아시아인의 심성》부터 2003년까지 총 10권의 단행본들을 출간하였다. 대표적인 아시아 신학자인 대만 출신의 송천성이나 스리랑카의 예수회 신학자인 피어리스의 저술 이외에, 최근에 들어와서는 한국과 일본의 신학자들도 포함되고 있다. 여기에는 아시아의 해방신학도 언급되고 있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 신학의 개발을 위해서 마련된 총서라고 할 수 있다.

분도출판사의 《아시아 신학 총서》 기획은 매우 뜻깊은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아 신학》이란 말의 사용이 우선 매우 의미 있게 들어온다. 한국 신학 혹은 세계 신학이란 말과는 또 다른 내용과 측면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학자들과 신학도들에게 한국 신학의 계발과 발전이라는 큰 과제가 주어져 있지만, 이는 아시아 신학이라는 보다 넓은 지평 속에서 더욱 깊이 있고 의미 있게 성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29) 따라서 《아시아 신학 총서》는 국내의 신학자들과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신학을 하는 아시아적 감각과 한국적 감각을 함께 계발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하였다고 평가되는 것이다.

《천주실의》(1984), 《우리 애들아 안녕, 캄보디아인의 만사》(1986), 《민중의 힘: 필리핀 2월 혁명 증언록》(1986), 《히로시마의 증인들》(1986), 《홍옥아씨: 중국전설》(1987), 마테오 리치의 생애를 다룬 《서방에서 온 현자》(1989), 《중국 천주교회: 안팎에서 본 어제와 오늘과 내일》(1989) 등도 모두 아시아 신학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 도서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82년에 나온 《사목 총서》 역시 주목할 만한 도서들이다. 교회 내에서 점점 더 사목이 중요하게 되는 상황에서 사목에 필요한 제반 이론과 현실성이 있는 경험들을 집대성하여 사목자의 길잡이로 기획되었다. 사실 분도출판사는 이러한 《사목 총서》 이외에 많은 책들을 사목과 관련해서 발간하였다.30) 헨리 나웬의 《상처 입은 치유자》(1982)가 첫 번째 책으로 나왔다. 사목자가 이미 상처를 입은 사람임을 전제로 하고 있음이 주목된다. 이에 사목을 하는 데 심리학과 카운슬링 등이 필요함을 총서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분도출판사의 도서 간행에서 심리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빅터 프랭클의 여러 저서들이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사목에 있어 사제들이 그냥 사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사목을 올바르게 하라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은 이후 사제란 무엇인가, 사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어 나갔다.31)

1986년은 《종교학 총서》가 출범한 해이다. 종교학의 확립과 정착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기 위하여 서강대학교 종교학연구소가 엮고, 분도출판사가 이를 출판한 것이다. 이것은 종교가 신학과의 관련에서 그 관계가 혼란스러운 측면을 정리해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종교 부분은 《신학 총서》에서 종교와 사상 부분으로 분류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1980년대 후반 종교학의 강조와 함께 이를 강조하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는 가톨릭과 관련된 종교학의 내용을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도교사 · 불교사 · 이슬람 · 무교 · 간디의 사상으로까지 더욱 확대되고 있다.32) 이를 통해서 다른 종교와의 관계를 이해보고자 하는 비교종교에 대한 관심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1988년에 들어와서 분도출판사에서 서강대학교의 《종교 신학 연구》라는 학술지를 출판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서강대학교 종교 · 신학 연구소의 월례 연구발표회와 종교학 연구 모임 등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중심으로 논평과 토론을 곁들여 만든 신학과 종교학의 본격적인 종합 학술지이다. 1988년부터 1997년까지 10년 동안 총 10여 권이 나왔다. 이는 분도출판사와 대학의 연구소가 서로 지속적인 교류를 가짐으로써 이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후반 분도출판사의 출판과 관련해서 주목되는 것은 《교부 문헌 총서》의 발간이다. 《교부 문헌 총서》는 분도출판사가 당시 추진한 새로운 프로젝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었다. 성경에 이은 성전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교부들의 말은 성전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계시 헌장》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동안 한국 천주교회는 성경 연구에 큰 관심을 기울여 괄목한 만한 진전을 해왔으나, 교부 문헌 연구는 극히 미미하였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교부 문헌 총서》는 세 가지 목표를 추구하고자 하였다. 첫째는 성경 연구에, 둘째로 한국 교회 신학의 토착화에, 셋째로 한국 교회의 에큐메니즘 운동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교부들의 원전을 한글-라틴어/한글-그리스어 대역본으로 옮겨 놓고자 하였다. 이 역시 분도출판사의 출판 목적과도 공통된 것이라 할 수 있다. 1987년에 《교부 문헌 총서》의 첫 권으로 《치쁘리나누스》가 나왔다. 현재 19권이 나와 있다. 그러한 가운데 한국교부학연구회가 탄생하게 되었다.

1970년대 분도출판사가 공소에 대해 가졌던 관심은 1980년대에도 더욱 확대되고 있었다. 가톨릭 농민회 2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지도 신부단에 의한 편찬 사업위원회가 구성되어 2년간의 노력 끝에 나온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 농민사목》(1984)과 《해방하시는 하느님 - 농민 공동체의 교리서》(1987)가 주목된다. 또한 《한국 천주교 농촌 공소 실태조사 연구보고서》(1984) 역시 가톨릭 농민회의 활동과 관련된 연구로 매우 의미가 있다. 생명운동을 벌인 김지하의 《밥》(1984)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천주교회의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 펴낸 《한국 천주교회의 위상》(1985)이나 《한국 가톨릭 노동청년회 25년사》(1986)도 당시 사회현실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한편 교회사에 대한 관심도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1979년에 상권이 나온 달레의 《한국천주교회사》가 1980년 세 권의 책으로 완간되었다. 《한국의 성지》(1981), 《천주교 평양 교구사》(1981), 《한국 성인의 천주신앙》(1984)도 또한 나왔다. 자기 역사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세계 교회사와 관련된 것으로는 《교회사》(1982)와 《역사 안의 교회》(1985)를 들 수 있다.

1980년대에 들어와서 주목되는 현상은 분도회의 자기 역사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암흑과 폭풍 속의 너 영혼아》(1980), 《죽음의 행진에서 아버지의 집으로》(1983), 《옛 등걸에 새순이》(1985) 등이 그것이다. 앞의 두 권은 6 · 25 전쟁으로 북에 포로로 끌려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33) 


끝으로 묵상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온 것도 이 시기의 특징이라고 지적할 수 있겠다. 앤소니 드 멜로 신부의 《종교박람회》(1983), 《일분 지혜》(1986), 《샘: 영성수련을 위하여》(1988) 등의 묵상집이 나온 것이다. 그의 또 다른 책들은 1990년대 중반까지 계속 출간되었다. 1980년대에 나온 그의 책들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 교회 출판사들에 의해서 묵상집이 집중적으로 편찬되는 데 커다란 영향을 준 것으로 이해된다.


5. 1990년대 : 신학의 확대

1990년대는 단연 신약성경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1991년에 한국 천주교회 창립 200주년을 기념하는 《신약성서 보급판》이 나왔던 것이다. 1986년 주해판 신약성서의 번역이 마침내 일단 확정되었으나, 그것을 바로 내지 못하였다. 이 주해판의 본문이 본문 자체만으로는 읽기가 적합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이를 더 다듬고 약간의 각주도 곁들여서 보급판을 내었던 것이다. 이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보급판을 반기는 이들 가운데에서도 좀 더 우리말답게 술술 읽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대폭 수정된 개정보급판이 1998년에 나오게 되었다.34)

주석서의 경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처음에는 14권으로 계획하여 1984년까지 5권이 나왔으나, 이후 한동안 출간이 멈추었다. 이후 1900년대에 들어와서 3권, 1902년에 5권이 나왔다. 1995년에 《사도행전》이 나오면서 18권으로 주석서가 확대되었는데, 1990년대에는 요한 묵시록을 제외한 주석서 편찬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는 번역서에서도 그러하지만, 주석서의 편찬에서도 끊임없는 수정을 가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주석서의 간행과 번역의 과정은 한국 천주교회의 성서신학의 발전을 반영해 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1993년에 《네 복음서 대조》가 새로이 나왔다. 이 책은 그리스어 원문에서 같은 낱말은 되도록 같은 낱말로 대비되게 축자역하여 엮어 놓은 훌륭한 입문서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성경 읽기의 대중화와 관련된 것으로 《성서 백주간》이 나왔다. 이 책은 성경을 본격적으로 통독하기 위한 프로그램과 관련된 도서인데, 《길잡이》(1992), 《구약성서 역사편》(1992), 《구약성서 예언 · 교훈편》(1992), 《신약성서편》(1992)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신자들이 성경을 즐겨 읽어 성경에 관한 지식을 넓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경을 통해서 신앙의 기쁨을 누리면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을 키우고자 하였다.

1990년대는 영성신학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영성신학서에 대한 도서들이 많이 출간되었던 것이다. 《영성과 정의》(1990), 《빛나는 밤, 십자가의 성 요한의 영성입문》(1991), 《가톨릭 전통과 그리스도교 영성》(1991), 《영성의 대가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와 신비적 체험》(1993), 《사부 성 베네딕도, 영성 · 묵상 · 기도》(1993), 《사제 - 그는 누구인가: 교구 사제의 영성 생활을 중심으로》(1994), 《부르심, 그리스도 영성의 요체》(1995), 《넉넉함 가운데에서의 삶: 그리스도교 영성의 역사와 신화》(1996), 《아래로부터의 영성》(1991), 《현대인의 영성, 신비가의 숨》(1996), 《영성 수련을 통한 내면의 변화, 개인 성소》(1998)가 나왔다. 이 밖에 《마음의 이치 - 독거에 들어가고 인간사회로 복귀하는 여행》(1991), 《소리 없는 음악: 명상과학》(1992), 일본의 영성지도자의 저술인 《기도하는 모습에 무의 바람이 분다》(1996) 등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는 1980년대에는 《영성신학》(1987) 정도였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안셀름 그륀 신부의 영성서적들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현재 분도출판사에서는 20여 권에 달하는 책을 발간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이른바 안셀름 그륀 붐을 새롭게 일으켰다. 《분도소책》에 실린 한 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묵상집으로 분류되고 있다. 1990년대에 나온 《아래로부터의 영성》은 위로부터의 영성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인간이 자신의 어두움과 그늘을 직면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늘은 네 안에서부터》(1999)는 역시 교부들과, 그 전통을 잇는 신비주의자 및 심리학자에 대한 사상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특히 독방(암자)에서 홀로, 움직이지 말고 침묵하며 머물기를 바란다. 그의 저술은 대부분 짧고 간단하면서도 함축적이기 때문에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안셀름 그륀의 책들은 그가 분도회 회원이라는 점에서 분도회의 영성을 잘 소개시켜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분도회의 영성에 대해 신자들에게 새로운 관심을 일깨워 준 것으로 이해된다. 이른바 수도승의 영성을 새롭게 강조함으로써 수도승이 오늘에도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유행시키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던 것이다. 이는 현재 교부들에 대한 서적을 집중적으로 출판하는 분도출판사의 흐름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의 영성은 그동안 사회참여와 공동체를 강조해오던 분도출판사의 흐름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자세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와 함께 1990년대는 분도출판사가 현대의 신학 동향에 대한 관심을 확대시킨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여성신학과 환경신학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해방신학에 대한 한계가 지적되면서 분도출판사가 새롭게 추구한 현대의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35) 해방신학이 한국의 정치적 민주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면, 사회의 인간화, 다시 말하면 사회 경제적 민주화의 문제에 새로운 관심이 필요했던 것이다. 즉 분도출판사의 현대신학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신학과 관련된 내용은 《원시 그리스도교의 여성》(1992), 《아들만 하느님 자식인가?》(1994), 《인젠 말해야 할 비밀: 여성에 대한 폭력과 교회》(1994), 《다시 태양이 되기 위하여: 아시아 여성신학의 현재와 미래》(1994), 《동등자 제자직: 비판적 여성 해방론의 교회론》(1997), 《포스트모던 시대의 한국 여성신학》(1997), 《따뜻하고 촉촉하고 짭쪼롬한 하느님》(1998)이 그것이다. 이는 《신학, 그 막힘과 트임: 여성신학 개론》(2004)으로 이어진다.

한편 환경신학에 대한 책도 나왔다. 여성신학에 대한 것보다 그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손 맥도나휴의 《교회의 녹화》(1992), 《땅의 신학》(1993)의 저술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서 저자는 필리핀에서의 경험을 들려준다. 이에 환경을 성경과 교회 전통에 비추어 조명하고 있다. 그것은 좋은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줄 방법과 그 이유를 명쾌하게 밝혀 준다.36) 이 밖에 《(2천년대를 향한 여정에서) 인간에의 연민: 현대문명과 공해 문제에 대한 신학적 고찰과 비판 및 방향 제시》(1991), 《우리 시대를 위한 지구 이야기, 지구 정의》(1994), 《창조신앙, 하느님의 생태학》(1995) 등도 환경신학과 관련된 도서들이다.

1995년에 분도출판사는 《경제와 인간》 총서를 새롭게 간행하였다. 분도회 신부인 허창수의 저술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6권이 나와 있다. 그 첫 번째 권인 허창수 · 김종민,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 경제활동》에서는 경제의 개념을 재검토하면서, 경제를 인간적이며 윤리적인 생활 관계로 설정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2권에서는 자본주의의 도덕성과 비도덕성을, 계속해서 《환영받지 못한 손님》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문제를, 그 밖의 다른 책에서는 노동조합, 실업, 노동권과 인권을 다루었다. 이미 1970년대 이래 계속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것을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1995년에는 《중세철학》이라는 학술지를 발간하였다. 대학교 연구소의 기관지에 이어 전문 학회의 학술지에 대한 분도출판사의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 연구에 대한 분도출판사의 또 다른 기여이다. 한국중세철학연구소는 한국중세철학회로 2003년에 바뀌는데, 근세는 중세 없이, 중세는 또한 고대 없이 생겨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스스로 간과해 왔던 전통을 되찾으려고 한다. 《중세철학》은 하나의 종합을 추구하였는데, 그것은 오늘날에도 하나의 과업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중세 . 속에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신학과 철학의 본격적인 만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새 천년을 맞이하면서 199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 한국 천주교회의 현실에 대한 진단을 다룬 책들이 나왔다. 한국 천주교회의 계속적인 쇄신을 바라는 것이었다. 이제민의 《교회, 순결한 창녀 -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한국 천주교회》(1996), 《녹지 않은 소금 - 우리 시대의 신앙에 대한 반성》(1998), 정양모 · 서공석에 의한 《한국 가톨릭교회 이대로 좋은가 (1) · (2)》(1998), (1999)이 또한 나왔다. 이는 역시 교회의 쇄신과 한국 신학의 형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장면》(1999)에 대한 출판도 또한 주목되는 작업으로 평가된다. 《하늘과 사람은 하나다, 중국적 신학의 초석》(1991)이나, 헤링의 《교회도 역시 달라지고 있다 - 교회안의 새로운 사귐을 위하여》(1997)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다.37)

1990년대는 다른 종교에 대한 관심이 많이 일어난 시기이다. 주요 도서는 《도교사》(1990), 《불교의 이해》(1994), 《유교와 기독교》(1994), 《중국 종교와 그리스도교》(1994),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잇다》(1996), 세계의 다양한 종교 신학적 견해를 다룬 《종교 신학의 이해》(1996), 《그리스도인의 참선》(1996), 《지혜를 찾아서: 왕양명의 길》(1998), 《한국 무교의 이해》(1999), 《이슬람의 이해》(1999) 등이다.38) 이를 통해서 볼 때 개별 종교에 대한 이해도 있지만, 역시 그리스도교와 관계를 살피고 있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39)

이 밖에 《쟌 쥬강》(1996)은 노인에 대한 사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서로 파악된다.

분도출판사가 1990년대에 이와 같이 다양한 신학에 대해 모색한 것은 신학이 단순히 성경에 대한 이해만이 아님을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회의 인간화와 관련된 것으로 생명운동이나, 환경신학 · 여성신학을 통해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그것이 1970년대와 1980년대와는 달리 어느 정도의 성과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자세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6. 2000년대 : 모색의 시대

1990년대 말 인쇄소와 출판사를 통합시킨 분도출판사는 2002년 독일 하이델베르크 사의 최신형 스피드 마스터 옵셋 인쇄기를 도입하였다. 그리고 2005년에 들어와서 건물을 증축하고, 첨단 제본기를 설치하였다. 《성경》의 제본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로써 새로운 인쇄 및 출판 수요에 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앞으로 분도출판사의 출판 사업을 더욱 발전시키는 기반이 될 것이다.

새천년이 시작되면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한 조망이 다시 이루어졌다. 이 시기에 《산다는 것이란 되어 가는 것 :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읽기》(2000), 《마리아는 우리에게 누구이신가 : 공의회에 대한 대답》(2003)이 나왔다. 그리고 공의회를 연 요한 23세에 대한 전기인 《요한 23세》 및 공의회의 정신을 실천한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도 16세에 대한 《기억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2006), 《베네딕도 16세》(2008)도 출간되었다. 《보편 공의회사》(2005), 《세계 공의회사》(2005)도 공의회를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볼 때 그와 관련된 저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목숨을 던져 공의회의 정신을 실천한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2004)도 그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분도출판사의 출판과 관련된 화두가 여전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한 것임을 말해준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분도출판사는 새로운 총서를 기획하였다. 《신학 텍스트 총서》이 그것이다. 《신학 텍스트 총서》는 2001년에 새롭게 탄생하였다. 이전의 《신학 총서》, 《종교 신학 총서》와 다르다고 한다. 《신학 총서》가 산발적인 모음에 그쳤기 때문에 이번에는 신학 전반에 걸친 원칙 있는 기획 출판을 새로이 시작한다는 것이다. 신학서적 출판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보여 주고자 한 것이다.

〈간행사〉에서는 세 가지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우선 치우치지 않은 연구 성과를 깊이 있게 종합하는 개론서들을 쌓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성서신학, 역사신학, 조직신학, 실천신학, 철학이라는 고전적인 분류를 큰 줄기로 삼되, 각기 여러 과목이 굵은 가지로 유연히 뻗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전의 《신학 총서》에서 제외되었던 성서신학과 철학이 새롭게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저자도, 독자도 반드시 천주교에만 닫혀있지는 않고 방향과 전망을 가진, 또는 가지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자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다른 총서의 발간과 마찬가지로 이 땅에 뿌리를 내리는 우리 신학을 가꾸는 한 터전으로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현재 10권이 나와 있는데, 그 대부분이 역사신학과 관련이 있다. 이때 교회사에 대한 도서가 집중적으로 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공의회사에 대한 책들도 포함되지만, 1~3세기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역사를 다룬 《교회사 1》(2007), 개정 증보된 《세계교회사》(2001), 《그리스도교 본질과 역사》(2002) 등이 나온 것이다. 이 밖에 한국 천주교회의 건축사와 관련된 김정신의 《건축가 알빈 신부》(2007)도 교회사의 이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세계 교회사에 대한 이해만이 아니고, 중국의 천주교회사를 다룬 《20세기 중국 가톨릭 교회사》(2008)도 주목할 만한 도서이다. 이 책은 1900년부터 1990년까지의 중국 가톨릭에 대한 연구서이다. 중국 가톨릭 공동체가 우여곡절 끝에 진정한 지역 교회를 형성했던 발달 과정을 추적하였다. 19세기부터, 때로는 그전부터 주시되었고, 또 선교지에서 활동한 당사자들과 교회 당국자들의 관점에서 감지되었던 중국 가톨릭의 발전과 연관된 자료들을 최대한 탐구한 것이었다. 이는 분도출판사가 그동안 보여 주었던 중국의 신학이나 문학이나 철학에 대한 관심이 역사 방면으로도 방향을 전환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중국과 관련된 것으로, 국내 연구자들에 의하여 중국 문화와 관련된 《시련과 적응》(2001)과, 《역경의 ‘생생’ 사상》(2001)이 출간되었다.

2001년은 27년의 노력 끝에 《200주년 신약성서 주해》가 완간된 해이다. 우리말로 번역된 신약성경에 주석까지 달린 것이다. 이로써 한국 천주교회는 성경 원문에 더욱 충실한 번역본, 그러한 성경의 이해에 도움이 될 주석이 실린 번역본을 비로소 갖게 되었다. 이는 한국 천주교회의 성경 연구 수준을 보여 주는 기념비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분도출판사가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 우리 신학의 형성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분도출판사는 《분도 신약성서 상해》 총서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가톨릭과 개신교 연구자를 아울러 더욱 심도 깊고, 본격적인 신약성경 주석서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약성경에 대한 주해 사업은 고대 그리스도교의 성경에 대한 주해서에 대한 번역으로 이어졌다. 2008년에 처음 나온 《교부들의 성경 주해》 총서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교부학연구회에 의하여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도교 시대에 활동한 교부들을 발췌한 총서로서 모두 30권으로 이루어졌다. 신약성경이 마무리되는 시기부터 존자 베다를 포함하는 8세기 중엽까지 7세기에 걸친 성경 해석을 다루고 있다. 이때 총서는 그 목표로 설교에 생명력과 쇄신을, 평신도들이 성경을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역사학 · 성경학 등의 학문에 동기를 부여하는 세 가지 이유를 밝히고 있다. 현재 두 권이 나와 있는데 그 첫 번째 권인 《창세기 1~11장》과 두 번째 권인 《이사야서 1~39장》(2009)이 나와 있다.

《교부들의 성경 주해》는 1990년대에 집중적으로 추진된 《교부학 문헌 총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는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국내 신학자들의 구약성경 주해에 대해 관심을 촉진시키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한국 . 천주교회사에서 신약에서 구약으로까지 주해의 범위를 크게 확장시켜 주고 있다. 그러나 〈머리말〉에서 지적되고 있는 사항으로서 우리나라의 평신도 일반으로까지 여기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의문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신학자들이 추진하였던 신약성경 주해 작업과는 또 다른 차원의 출판이기 때문
이다.

이 밖에 성경에 대한 관심으로 한님성서연구소의 정태현 · 강선남이 역주한 《칠십인 역 창세기》(2006)가 나왔다. 칠십인 역 성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전혀 없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성서학 발전에 초석이 되고자 계획한 성서 연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라고 한다.

《교부학 인명 · 지명 용례집》(2008) 역시 매우 의미 있는 도서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교부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공부할 때 부딪혔던 가장 큰 어려움과 혼란은 교부들의 인명과, 교부 시대와 연관된 지명들을 어떻게 표기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표기상의 차이 때문에 일반 독자들은 같은 인물을 전혀 다른 인물로 오인하는 혼란을 겪기도 하였다. 때문에 인명 · 지명의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였다. 이에 가톨릭 · 개신교 · 정교회 등 종교계뿐 아니라, 인문 · 고전 학계 및 언론 · 출판계에서도 보편타당하게 통용될 수 있는 통일안을 만들려고 노력하였는데, 이 책은 그러한 작업의 결과였다. 10세기 이전 교부 시대에 사용된 인명과 지명 각 5,000여 개, 관련 지도 40여 컷을 수록했으며, 고전 라틴어를 표제어로 삼고, 영어 · 독일어 · 프랑스어 · 이탈리아어 표기 용례도 병기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이는 앞으로 교부학 연구의 기초 자료집으로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이 밖에 《내가 사랑한 교부들》(2008)도 한국교부학연구회에서 펴낸 책이다. 한국교부학연구회의 꾸준한 활동을 계속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도서라고 할 수 있다. 《교부들의 사제 영성》(2008)도 2000년대의 교부학 연구와 관련된 것이다. 이는 2009년 사제의 해를 맞이하여 사제가 무엇인가라는 최근의 화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리라 생각된다.

2007년에는 수년간 준비해 온 《중세 철학 총서》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지성단일성》이 그 첫 번째 책으로 발간된 것이다. 총서 전 권에 라틴어-한글 대역 본문이 실려 있으며, 역자의 충실한 해제와 역주, 참고문헌과 색인은 본문의 이해를 돕고 있다. 《중세 철학 총서》는 대략 5세기에서 15세기까지 1,000년에 이르는 시기 동안 라틴어로 저술된 철학 문헌들을 원전으로 삼고 있다. 분도출판사가 발간하는 《교부 문헌 총서》가 1세기에서 8세기까지의 그리스도교 문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중세 철학 총서》는 기존의 《교부 문헌 총서》와 시대적으로나 사상적으로 밀접한 연계성을 지닌다 하겠다. 이러한 《중세 철학 총서》는 분도출판사가 추진하는 신학과 철학의 학제적인 연관 속에 이루어지는 출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중세 신학자인 마이스터 엑카르트에 대한 책들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출판되었다. 길희성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사상》(2003)은 이에 대한 매우 훌륭한 저서라고 할 수 있다. 정달용의 《중세 독일신비사상》(2007)도 이를 다룬 연구이다. 매튜 폭스의 《마이스트 엑카르트는 이렇게 말하였다》(2006)도 함께 나왔다. 《융과 성서》(2002)도 심리학자인 융 역시 엑카르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안셀름 그륀 역시 이러한 전통에 속한다.

2000년대는 분도출판사에서 기존의 어린이 서적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드러낸 시기로 주목된다. 《옹달숲 동물들》 1 · 2 · 3(2000)을 들 수 있다. 영국의 국영방송 BBC가 만든 것을 분도출판사가 번역하여 출간한 것이다. 사랑과 배려만이 폭력과 증오를 이기는 길이라는 옹달숲 동물들의 깨달음을 나누어 주는 책이다.

2002년은 분도출판사가 어린이 서적에 대한 변화된 관심을 보다 구체화시킨 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그림 동화집으로 《시간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등 5권의 그림 동화책이 한꺼번에 나왔다. 그리고 만화 시리즈가 나왔다. 만화 동화는 1980년 정한교에 의하여 《예수》 1 · 2 · 3이 출간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분도출판사 설립 4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한 것이다. 《하느님의 사람들》 5권, 《평화의 사람들》 5권이 프랑스의 바이야르 쥬네스 사와의 독점계약으로 출간되었다. 그 내용은 위인에 대한 전기라고 할 수 있다. 간디, 마틴 루터 킹, 마더 데레사 등 평화를 위해 살다 간 사람들과, 예수를 비롯해서 성 베네딕도나 샤를르 드 푸코 등 하느님의 사람들이 포함되고 있다.

이는 분도우화 시리즈에 이어서 2000년대 분도출판사가 새롭게 시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분도우화 시리즈처럼 그러한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평화의 사람들》 가운데 《마하트마 간디》만이 교보문고가 선정한 2003년의 좋은 책 150선에 선정되었을 따름이다. 성인 일반까지를 그 대상으로 하였다고는 밝히고 있지만, 어린이 책의 발간에 보다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2000년대는 선교학에 대한 본격적인 출판이 있었던 시기였다. 《선교학 입문》(2001), 《현대 복음화: 교회의 선교학 총론》(2006)이 그것이다. 모두 《사목 총서》의 시리즈로 나왔다.40)

매튜 폭스의 영성 서적인 《원복》(2001), 《우주 그리스도의 도래》(2002)도 출간되었다. 이 책은 미래의 영성을 선도하고자 하는 뜻을 지닌, 그리스도교 영성을 넘어서는 다원주의적 특성을 지닌 문제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는 사실이 지적된다.41)

분도회의 영성과 관련된 ‘거룩한 독서’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도 있었다. 《말씀에서 샘솟는 기도: 거룩한 독서로 들어가기》(2001), 《말씀의 불꽃》(2002), 《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2003), 《향심기도 훈련》(2008)이 그것이다. 트라피스트 수도원의 《구심기도》(2003)도 나왔다.

이 시기의 저술로서 또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수도 생활의 재발견》(2008)이 아닐까 한다. 이 책에서 현대의 수도 생활이 그 특성과 의미를 점차 잃어 가고 있는 점에 주목하여 저자는 수도 생활의 새 모델을 찾는다. 개인과 제도 차원에서 나타나는 수도 생활의 위기와 어둔 밤을 진단하고, ‘예수 따름’의 확고한 기초에 근거한 해법을 제시한다. 수도 생활의 쇄신을 새롭게 다룬 도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2000년대에 들어와서 나타난 분도출판사의 출판은 교회의 출판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다방면으로 모색하는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다.


7. 바라는 말

지금까지 분도출판사의 도서 간행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았다. 이를 통해서 분도출판사가 좋은 책을 많이 만든 출판사, 주제나 내용에 있어서 선구적인 모습을 보여 준 출판사임을 살펴보았다. 그 무엇보다도 분도출판사를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추구한 많은 정신을 도서간행에서 충실히 추구한 출판사라고 정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몇 가지 바람으로 맺음말을 대신하고자 한다.42)

먼저 분도출판사의 도서를 독자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보다 많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2009년에 들어와서야 서울의 명동에 있는 가톨릭회관에 분도서점이 진출하였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장충동의 서울지사 건물에 분도서점이 있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변화이다. 2001년에 개설된 인터넷 서점인 분도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서점을 연 것이다. 분도출판사 역시 독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분도출판사의 책을 만나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사실 일반 신문의 서평란과는 그 수준이 다른 교회 신문의 신간 소개나, 인터넷 서점만으로는 책의 구입이 용이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에 독자들이 그것만으로, 책의 내용을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때 지방의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지방의 교회문화를 발전시키는 데에 서점의 증설이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에서는 분도출판사의 책을 직접 구입하기 어려운 실정이 계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든다면 필자가 살고 있는 대전의 경우 분도출판사 서점은 없을 뿐만 아니라, 바오로딸에서 운영하는 서점에서 분도출판사의 책이 진열되어 가는 현상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때 바오로딸의 서점에서 분도출판사 서적이 주된 비중을 차지하던 시대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어떤 의미에서 책의 판매를 그곳이 대행하는 기능을 하였던 점에서 분도출판사에게 이제는 직접이라는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하겠다. 최근에 들어와서 다른 가톨릭 출판사와 경쟁을 벌이게 된 분도출판사로서는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이 경우에도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 주문하면 되지 않는가라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책이란 직접 독자들의 손을 거치면서 만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새로운 서점의 운영에는 경제적인 요인이 뒤따르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현재의 제약을 극복하려는 분도출판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이 점과 관련해서 현재 개별 성당에서 교회 서적을 부분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성물판매소가 매우 제한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공간과 직접 연관을 맺는 방향도 필요함을 제안하고 싶다.

다음으로 분도출판사의 설립 목적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점을 들 수 있다. 그 첫 번째 목적으로 언급되는 전문 신학서적의 출간과 관련된 부분이다. 그동안 분도출판사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현대 신학의 동향을 더욱 쉽게 함께 알 수 있도록 해주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43) 분도출판사는 그동안 국내의 모든 출판에서 절반 정도가 되는 많은 양을 한때 출간하여 국내에 현대신학을 소개하고 보급하는 데에 큰 일익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현대 신학에 대한 출판 활동이 정점을 이루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서 약간 주춤해진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최근에 외국에서 출판된 우수한 신학서적들에 대한 보다 즉각적인 번역작업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그리고 각 책의 번역에서 해제라든가, 서평이라는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

이와 함께 분도출판사가 우리나라 신학자의 저술 발간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되풀이되는 당연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한국 천주교회가 외국에서 나온 번역서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신학 저술이 세계 천주교회의 학문발전에 기여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야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천주교회의 보다 완전한 학문적 자립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분도출판사의 총서시리즈에서 표현되었던 아시아 신학이라는 말과 관련시킬 때 우리나라의 신학이 아시아 신학에, 그리고 궁극적으로 세계 천주교회의 신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신학연구와 신학이론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44)

이것은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신학자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과 관련해서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이 그렇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분도출판사의 출판에서 우리나라 신학자들의 저술이 증가하는 추세나,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신약성경의 우리말 역주 작업은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단순히 한국 천주교회의 현실에 대한 고민이나 진단만을 언급하는 내용만으로는 올바른 대안이 되지 못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한 현실적 관심을 학문적인 관심으로까지 승화시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도출판사는 한국 신학연구의 수준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전문 연구자들을 확보하고, 그들이 오로지 학문연구에 매진하여 훌륭한 신학서적을 출판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한편 분도출판사가 신학의 대중화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신학 총서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 책들이 좋은 책이라는 사실을 넘어서 일반 신자들이 그 분량이나 내용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책에 접근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학이란 여전히 특정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영역으로 계속적으로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잘 지적되고 있듯이 사실 전문 서적의 초보 단계를 위한 서적은 전무하다.45) 따라서 내용 면에서 깊이 있는 전문 서적들을 초보 단계의 독자가 읽을 수 있도록 풀이해 주는 서적이 필요할 것이다. 꼭 전문 신학이 아니더라도 어떻게 하면 복음에 가까이 갈 수 있는가를 보여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것은 분도소책 시리즈의 새로운 변화를 통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분도출판사의 두 번째 목적인 시대의 표징을 읽는 데에 분도출판사가 더욱 더 노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와 달리 지금은 그렇게 잘 대응을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적응 방식은 그 역사적 역할을 충실히 다한 것으로, 이제는 새로운 방향설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그러한 거대 담론으로서는 더욱 복잡해진 오늘의 현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현상은 분도출판사가 과거와 달리 비신자의 관심을 더 이상 끌고 있지 못한 점에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사회문제와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서 그 하나의 예를 든다면 분도회의 영성 역시 역사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정주와 이주, 개인과 공동체, 침묵과 대화, 참여와 은둔의 상호관계와 같은 문제를 깊이 고민한 분도회의 영성은 그 자체만으로서 오늘 한국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도출판사가 발간하는 책들이 이 시대, 이 사회와 관련해서 무엇을 말하기 위한 것인가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끝으로 분도출판사의 성장과 관련해서 한 마디를 더 첨부하고 싶다. 분도출판사는 한국 천주교회의 출판계에서 가장 성공한 출판사임이 분명하다. 출간된 책의 반을 넘는 책들이 재판되었으며, 그 가운데에는 무려 50판을 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그러나 그러한 현상이 꼭 바람직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의 교회 출판에서까지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 ‘성공’이 꼭 출판의 목표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 오딜리아 연합회의 한국 진출 100주년을 맞이하여 총아빠스인 예레미아스 슈뢰더가 한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한국 선교는 안으로는 수도승, 밖으로는 사도라는 우리 연합회의 소명이 가장 잘 실현된 사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한 한국은 풍요로운 문화유산이 있었지만 미지의 나라였습니다. 초기에 파견된 수사들과 수녀들은 정말로 대단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로 말미암아 큰 결실을 보았으며 많은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한국인들이 신앙과 수도성소로써 충실하게 호응한 것도 성공의 한 요인입니다. 한편 선교사들은 폭력과 핍박을 당했고, 그 중에는 36분이 순교하여 신앙의 증인으로 선포되었습니다. 이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열망이 가시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마침내 그 열망은 왜관 수도원이라는 꽃을 다시 피워냈는데, 왜관 공동체는 우리 연합회에서 가장 큰 수도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사상가 마르틴 부버는 성공은 하느님의 이름이 아니라고 가르쳤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순교에 대하여 말을 할 때도, 이 단어는 성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한국 선교를 성공한 역사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우리의 소명이 충실하게 실현되었고, 그것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만은 말하고 싶습니다.”46)

그렇다면 분도출판사 역시 도서 간행의 본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잘못된 방향을 보여 주고 있는 특정 교회 출판물의 베스트셀러 양산과 같은 흐름을 따르기보다는 팔리지 않는 책을 오히려 더 많이 만들고, 꾸준히 팔릴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분도출판사는 어떤 책을 지금, 왜 출판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물음을 다시, 계속적으로 던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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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수태, 〈한국 천주교회 출판의 역사〉, 《한국사회와 천주교》, 2007.
2) 선지훈, 〈‘선교 베네딕도회’의 한국 진출과 선교활동〉, 《교회사연구》 29, 2007.

3) 백운철, 〈가톨릭 출판사 간행 성서 관련 도서의 성격과 분류〉, 《창사 12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 가톨릭 출판 문화의 어제와 오늘》, 2006 및 박일, 〈가톨릭 출판사 120년, 그 영성 분야 서적들의 영성신학적 의미〉, 앞의 책과 박준양, 〈현대신학〉, 앞의 책, 그리고 박승찬, 〈가톨릭 철학 관련 서적의 출간 현황과 가톨릭 출판사의 역할〉, 앞의 책.

4) 장정란, 〈외국의 한국 선교〉, 《한국 근 · 현대 100년 속의 가톨릭 교회》 (하), 2006. 

5) 이밖에 박문희, 〈한국 교회 출판물의 동향〉, 《한국 천주교회 총람》, 2004도 참고가 된다.

6) 여기에는 분도출판사의 40주년 기념식에서 언급된 2장 분량의 〈분도 40년〉과 3장 분량의 〈분도 출판사 연혁(1962~2002)〉이 많은 참고가 되었다.

7) 4장 분량의 〈분도 출판사 연혁(1962~1982) - 20주년 행사(1982) 때 발표된 것〉의 2~3쪽. 왜관의 분도 수도원을 안내하는 팜플렛인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 2007, 51쪽에서도 1960년으로 서술하고 있다.

8) 김수태, 앞의 논문, 468~469쪽.
9) 선지훈, 앞의 논문, 93~94쪽.
10) 카스파르, 〈덕원 및 연길의 베네딕트 선교단의 간행물〉을 참고할 것.
11) 카스파르, 위의 글을 참고할 것.
12) 카스파르, 위의 글에는 국민 계몽 출판물, 계몽지 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13) 〈분도출판사 연혁(1962~1982)〉, 3쪽.
14) 〈분도출판사 연혁(1962~1982)〉, 3쪽.
15) 카스파르, 앞의 글에서는 분도회가 종교적인 계몽지를 기획 시리즈로 발간하고자 하였음을 말하고 있다.

16) 김윤주에 대해서는 〈진리의 양식을 나르는 심부름꾼, 김윤주 아우구스띠노〉, 《경향잡지》 1339, 1984년 4월호. 일제 강점기 대구 출신이 평양교구의 출판에 관여하였던 것과 달리 김윤주는 평안북도 출신으로 6 · 25 전쟁 때 남하하여 왜관에 정착한 뒤 교직 생활을 하다가 분도출판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17) 백운철, 앞의 논문, 94쪽.
18) 〈분도출판사 연혁(1962~2002)〉, 1쪽.
19) 박준양, 앞의 논문, 222~223쪽.
20) 박준양, 위의 논문, 222쪽.
21) 박준양, 위의 논문, 229쪽.
22) 박준양, 위의 논문, 209쪽.
23) 박승찬, 앞의 논문, 248쪽.
24) 〈분도 40년〉, 1쪽.
25) 장정란, 앞의 논문, 55쪽.
26) 물론 해방신학에 대한 책들이 1990년 및 1901년까지 나오지만 그 정점은 1980년대까지이다.
27) 백운철, 앞의 논문, 102쪽.

28) 신약성경의 전체 주석판이 나오기까지의 자세한 과정은 김구인, 〈《200주년 신약성서 주해》 완간에 부쳐〉, 《200주년 신약성서 주해》, 2001을 참고할 것.

29) 박준양, 앞의 논문, 223쪽.
30) 《분도출판사 도서목록》, 2007을 참고할 것.
31) 《사제 - 그는 누구인가》(1994)와 《사제는 사제를 필요로 한다》(2001) 등이 그러한 예이다.
32) 《원시인의 신앙》(1972)도 이와 관련된 도서라고 할 수 있다.

33) 1990년대에 나온 주성도 신부의 《하느님의 자비를 영원토록 노래하리라》(1993), 《북한에서의 시련, 독일인 선교사의 보고》(1997)도 같은 성격의 도서라고 할 수 있다.

34) 김구인, 앞의 글을 참고할 것.
35) 박준양, 앞의 논문, 216쪽.
36) 그의 저술은 《기후 변화》(2008)로 이어진다.

37) 이러한 작업은 새천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민경석, 《한국교회 2000 - 권위주의와 교회 중심주의를 넘어서 봉사하는 교회를 위한 신학과 제안》(2000), 이제민의 《교회는 누구인가? - 사목적 교회를 위하여, 교회의 사목을 위하여》(2001) 등이 그것이다. 또한 황종렬의 《신앙과 민족의식이 만날 때: 안중근 토마스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에 대한 신학적 응답》(2000)도 그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8) 2000년대에 들어가면 《한국 무교와 그리스도교》(2003)도 나온다.
39) 비교적 이른 시기의 저술로서 이성배, 《유교와 그리스도교》(1979)도 참고가 된다.
40) 《새로운 가톨릭 복음 선교》(1997)도 함께 참고가 된다.
41) 박일, 앞의 논문, 179쪽.
42) 김수태, 앞의 글, 483~488쪽도 함께 참고할 것.
43) 박준양, 앞의 논문, 227쪽.

44) 우리 신학 혹은 한국 신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분명한 설정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한국 신학의 계발은 한국 가톨릭 신학계와 한국 가톨릭 출판계에 주어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만일 한국 신학자나 한국 출판사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다면 그것은 오로지 한국 신학의 계발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라는 박준양의 지적은 매우 의미가 있다(앞의 논문, 232쪽). 그러나 반드시 한국 신학의 계발에만 매달릴 수는 없을 것이다.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자가 나타난다면 오히려 이를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개신교의 민중신학과 관련된 것을 통해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자체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한국 개신교의 민중신학이 세계에 널리 알려졌지만, 해방신학의 퇴조와 더불어 민중신학에 대한 관심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감소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실정(박준양, 위의 논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분도출판사에서 강조하고 있는 우리 신학이라는 용어 역시 정확한 개념을 설정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45) 박문희, 앞의 글, 81쪽.
46) 〈오딜리아 연합회를 이끄는 예레미아스 슈뢰더 총아빠스와의 인터뷰〉, 《분도》 6, 2009.

[교회사 연구 제33집, 2009년 12월(한국교회사연구소 발행), 김수태(충남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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