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성경자료

[구약] 하느님의 남다른 백성: 여섯 번째 이야기, 율법의 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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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2-19 ㅣ No.6835

[빛이 되라] 하느님의 ’남다른‘ 백성 : 여섯 번째 이야기, 율법의 백성

 

 

그동안 잠시 우리는 본토를 떠나 바빌론과 디아스포라에 살았던 유다인들의 이야기를 나눴다. 타지에 살면서도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색깔을 찾아, 거룩한 백성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본토의 상황은 어땠을까? 페르시아가 바빌론을 정복하여 유배 중인 이들을 본토로 돌려보냈을 때, 그들이 목격한 본토인들의 처지는 어떤 것이었을까? 약속의 땅에 머물며 하느님의 백성답게 살고 있었을까? 무너진 예루살렘을 재건하며 하느님을 찾고 있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다. 본토에 남아있는 이들은 수적으로는 많았지만, 그들의 신앙은 약했다. 왕국 시대에서부터 이어온 변질된 신앙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종교적 충성심 또한 침체되어 있었다.

 

이스라엘의 미래는 그들 안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유배에서 돌아온 이들이 예루살렘을 바꾸어 갔다. 수적으로는 적었지만, 그들은 본토에 돌아와, 이스라엘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새롭게 유다인 공동체를 꾸려 나갔다. 그들은 하느님이 주신 약속의 땅에 머무는 모든 구성원이 ‘거룩한’ 백성으로 변화되어 새로운 법으로 살아갈 공동체를 꿈꾸었다. 유배 시기는 하느님 말씀으로 훈련받던 광야의 40년 세월과도 같았다. 그들은 제2의 출애굽으로 다시 약속의 땅에 다다른다. 돌아온 이 땅에서 조상들의 죄스러운 삶을 반복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제는 모두가 “새 마음과 새 영”(에제 18,31; 참조 에제 36,26)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들을 새롭게 변화시킬 주체는 이미 그들에게 주어져 있었다. 율법, 하느님의 말씀이다.

 

이 시기에 모세오경과 신명기계 역사서(여호수아, 판관기, 사무엘기, 열왕기)들을 비롯한 많은 성경들이 편찬되기 시작한다. 자신들과 조상들의 잘못을 돌아보고 새롭게 역사를 바라보며 자신들이 나아가야 할 ‘길’ 찾기 위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토라’(율법 혹은 모세오경을 이르는 말)라는 말이 ‘방향을 가리키다, 길을 인도하다’라는 의미의 히브리어에서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하느님 말씀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길’을 찾아갔다.

 

에즈라와 느헤미야는 그러한 움직임의 중심에 있던 이들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증언한다. “에즈라 사제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는 모든 이로 이루어진 회중 앞에 율법서를 가져왔다. … 그들은 그 책, 곧 하느님의 율법을 번역하고 설명하면서 읽어주었다. 그래서 백성은 읽어 준 것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느헤미야 총독과 율법 학자며 사제인 에즈라와 백성을 가르치던 레위인들이 온 백성에게 타일렀다. ‘오늘은 주 여러분의 하느님께 거룩한 날이니, 슬퍼하지도 울지도 마십시오.’ 율법의 말씀을 들으면서 온 백성이 울었기 때문이다.”(느헤 8,2.8-9)

 

백성들은 울었다. 자기들의 잘못과 조상들의 죄 때문이다. 그동안 자신들이 얼마나 잘못된 길을 걸어왔던 것인지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백성들은 자루 옷을 입고 흙을 뒤집어쓴 채 단식한다. 죄를 고백하고, 다시는 하느님의 길을 벗어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회개를 통해 하느님의 백성으로 거듭난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의 종 모세를 통하여 주어진 하느님의 율법에 따라 걷고, 주 우리 하느님의 모든 계명과 그분의 법규들과 규정들을 지키고 실천하며, 어기면 저주를 받겠다고 맹세하였다.”(느헤 10,30)

 

나라도 없고 왕도 없던 시기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오히려 하느님의 백성이 탄생한다. 하느님의 말씀이 그들을 남들과는 다른, 거룩한 공동체로 만든다. 이제 이스라엘은 왕정 시대 이전으로 돌아간다. 하느님께서 왕으로서 백성들을 다스리시던 시기,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광야를 걸었던 시기다. 처음부터 이 백성의 왕은 하느님이셨다. 처음부터 이 백성을 다스릴 법은 하느님의 말씀이었다. ‘거룩한’ 백성의 길이 어디에 있는지 묵상하게 하는 부분이다.

 

[2023년 12월 17일(나해) 대림 제3주일(자선 주일) 원주주보 들빛 4면, 정남진 안드레아 신부(용소막 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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