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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세계] 교회사 에세이1: 들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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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25 ㅣ No.693

교회사 에세이 (1) 들어가면서

 

 

먼저 지면으로 여러분을 만나게 됨을 대단히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또한 큰 짐을 등에 지고 집을 나서는 사람처럼 무거운 발걸음이기도 합니다. 부족한 제가 감당하기엔 사실 너무나 힘겨운 주제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도전과 새로운 시도에 대한 설렘 또한 갖고 이 글을 시작합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수많은 정의들이 회자됩니다. 우리들도 서너 개 쯤은 듣고 알고 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등… 굳이 역사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은 피하기로 하겠습니다. 짧은 소견으론 그 정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라는 학문이 어떤 학문인지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역사라는 학문은 과학입니다. 역사는 문학과는 전혀 다른 분야입니다. 과거의 어떤 사실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역사 소설과는 다른 분야입니다.

과학이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역사는 이성을 중요시 합니다. 기록하고자 하는 역사가 우리의 이성에 합치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성이 받아들이기 위해서 역사가는 끊임없이 역사 자료, 즉 사료를 발굴해 내고 그 사료의 진위를 검증하고, 확실한 토대 위에 한자 한획 씨줄과 날줄을 그려가는 것이 역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생기는 논쟁은 ‘역사적 사실이 중요한가?’ 아니면 ‘그 역사를 기술하는 사람이 중요한가?’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이 서술하고자 하는 바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사건’이고, 그들은 우리에게 그 진위를 말해주지 않고 우리는 그것을 해석해 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시대에 따라 그 역사를 인식하는 방법은 변화해 왔습니다. 역사가는 철저히 배제된 채 사료만을 메마르게 정리해 나가는 것이 옳다고 바라보던 때도 있었고, 그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때도 있었습니다. 금세기에 와서는 그 둘이 조화를 이루는 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저와 함께 보게 될 교회사도 큰 범주에서 이 역사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만나게 될 교회사는 흔히 생각하는 신앙의 기록(?)이나 흔적 같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교회를 이루는 구성원이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에 그들이 남겨놓은 흔적은 그리 아름답지도 또 거룩하지도 않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빠뜨릴 수 없는 하나는 ‘교회사의 특수성’입니다. 교회사는 인간적 삶과 기록의 흔적 위에, ‘하느님 섭리’라는 혼이 서려있는 역사를 쓰려고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인간 문명이 만들어 낸 역사와는 또 다른 시각을 갖고 바라보아야 합니다. 바로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역사하심을 통해 사람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그것이 더해질 때 교회의 역사는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인간의 삶과 그들이 엮어낸 사건들 속에 들어와 계시는 하느님 섭리의 흔적을 함께 통찰하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교회사’입니다.

이제 여러분과 함께 교회사라는 ‘시간의 여행’을 시작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시간의 여행에 ‘에세이’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여러분께서도 금방 그 이유를 알아차리셨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딱딱한 서류봉투와 같은 역사의 기록에 몇 개의 그림으로 수를 놓는 에세이를 선택했습니다. 그것은 서류를 뒤적이는 지루함과 인내로운 작업을 조금은 덜기 위함이라 생각됩니다. 모쪼록 편안한 읽기가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실은 위험한 시도(?)를 해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역사가 지닌 의미를 가볍게 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고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과거의 기록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기 위함’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사란 어찌보면 ‘오래된 오늘’이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오늘’을 바라보면서 ‘지금이란 오늘’을 우리가 지혜롭게 걸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역사를 아는 것은 소중한 것입니다.

자! 그럼 저와 함께 ‘오래된 오늘’,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살아냈던 교회의 역사라는 유구한 시간 속으로 들어가실까요?

[2015년 3월 29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청주주보 2면, 김종강 시몬 신부(계명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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