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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교회사 에세이2: 출발의 상황 - 자기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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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5-25 ㅣ No.694

교회사 에세이 (2) 출발의 상황 : 자기 인식

 

 

처음 교회의 모습은 나자렛 예수님의 친구들과 가족들 그리고 추종자들로 이뤄진 유대교 내의 작은 그룹이었습니다. 이들은 스승님의 죽음 이후에도 계속해서 존재합니다. 아니 오히려 갈릴래아와 예루살렘에서 더욱 활기를 띠게 됩니다. 이 그룹의 특별한 점은 예수님의 죽음 이전부터 존재했으며, 스승의 절망적인 처형의 경험 이후에도 해체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한 공동체적 모습으로 선교활동의 공동체로 태어났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이런 활력적인 모습을 띠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 스승의 실패에 직면한 그들은 충격으로 모든 것이 마비되는 경험을 하고, 이런 실패에 대한 근심과 걱정은 이 작은 그룹 전반에 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근심 걱정’이 새로운 흥분으로 변해버리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그들이 증언하기를 ‘자신들의 스승이 나타났고, 그것도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한 새로운 존재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경험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그룹에서 벌어진 엄청난 사건을 역사적으로 재구성해 낼 수는 없습니다. 이유는 역사를 기술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역사적 사료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이 작은 그룹에게 중요했던 것은 역사적 사실을 전하는데 있지 않고, 오히려 자기들의 신앙 체험을 전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 공동체의 자기 고백만을 갖고 있기에 역사적으로 이 사건을 재구성하는데 어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몇 십 년이 흐른 1세기와 2세기 초에 다른 그룹의 저술가들이 등장하는데 소위 말하는 ‘교부’들입니다. 하지만 이들 그룹의 저술 목적도 ‘신앙 고백과 선교’이지 ‘역사적 저술’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쉽지만 우리는 그 엄청난 역사를 온전히 복원해 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그들의 신학과 믿음에 관한 소식들을 통해 그 상황에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초기 이 작은 그룹의 근본적인 분위기는 “hic et nunc”, 즉 ‘지금 여기’에서, 세상 구원의 새로운 소식에 대한 감동적이고 경이로운 체험에 대한 흥분입니다. 그들은 이제 '마지막 날'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 마지막 날이란 유다적 개념으로 본다면 '세상의 끝에 하느님께서 힘있게 개입하시고 새로운 땅을 창조하실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세상의 종말에 대한 기다림 속에 살았고 그 기다림의 시간은 인류적 그리고 우주적 전환을 기다리는 짧은 기간으로 이해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곧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다림의 시기는 지나가 버립니다. 1세기 말에 이르면 세상의 종말에 대한 실제적 기다림을 이 그룹에서 찾아보기는 어려워집니다. 초기 이 작은 그룹과 2세기의 교회와는 많은 부분에서 다른 모습을 띄게 됩니다. 그들은 작은 그룹이었고 아직 본격적인 의미의 조직도 없었고 ‘조직과 체계’에 대한 큰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삶의 회개와 우상을 버리는 것, 죄로부터의 해방을 위해 세례를 받는 것 그리고 공동체에 들어가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부활하신 그리고 구원할 수 있는 오직 한 분이시고 참된 하느님과의 통교를 통해 마지막 시대의 잔칫상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구세주의 두 번째 오심(Parusia)과 구원을 위한 심판을 확신 속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작은 공동체는 이 세상과 역사는 지나갔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므로 남겨진 이 짧은 시간에 가능한 한 아직 오류와 무지에 빠져 있는 많은 이들을 불러 모아야 하는 사명감으로 무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의식은 저항에 부딪치고 그들은 회개하지도 않고 오히려 이 ‘거룩한 이’들을 박해하는 이 세상에 아무런 기대도 갖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신화적 영향으로 마귀와 악마, 그리고 도덕적 악습과 죄 그리고 믿음 없음이라는 하느님의 적들의 개념으로 변하게 됩니다.

이런 초기 교회의 자기 인식의 본질적 요소들은 그룹의 구성원들이 사회와의 비교 안에서 갖게 되는 태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 결과 그들은 스스로 ‘소외’되기를 원합니다. 그들은 어느 누구도 주시하지 않는 작은 그룹으로 사회의 가운데 둥지를 틀게 되고, 이들은 자신들이 종교적 도덕적으로 다른 이들과 구별되기를 원했고, 이 공동체 구성원들은 세상을 위한 결정적인 사건의 완성에 대한 굳은 확신으로 뭉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세상의 절망적인 상황은 스승님을 통해 인류 전체를 위한 구원의 상황으로의 전환이 이뤄졌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이제는 이들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이런 자기 인식을 현실화해 가는지, 그것은 어떻게 교회라는 구체적인 모습을 띄어 가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2015년 4월 5일 예수 부활 대축일 청주주보 2면, 김종강 시몬 신부(계명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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