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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철학ㅣ사상

철학 산책: 실천으로서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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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1-09 ㅣ No.141

[신승환 교수의 철학 산책] 실천으로서의 철학


흔히들 사람들은 이론과 실천을 구분해서 생각한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같지 않다는 것이다. 지식이 뛰어난 학자가 반드시 도덕적인 사람이 아니듯이, 철학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곧 윤리적인 사람인 것도 아니다. 이것은 유명한 신학자가 곧 신심이 깊은 영성가나 성인이 아닌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철학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의 모습을 돌아보면 이것은 잘못된 생각인 듯하다. 일반적으로 철학이 시작된 때를 기원전 6~7세기 정도로 추정한다. 동아시아에서는 물론이고 유럽철학의 뿌리인 그리스 철학도 이 시기에 이르러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이때 철학은 분명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 인간이 지닌 지성을 사용했다. 그러기에 철학은 이론적 형태를 띠게 됐으며, 철학적 사유가 발전해감에 따라 점점 더 체계화되고 개념화됐다. 현대 철학은 2500여 년에 이르는 이러한 생각과 이론의 결정체이기에 무척 난삽하고 복잡하다. 그래서 철학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이 이론의 역사는 무척 당황스럽고 생소하며, 그래서 마침내 철학을 포기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이 당면하는 근본적 질문에 대해 이해하고 해석하는 사변적 체계였던 만큼, 철학은 이것을 일상적 삶에 뿌리내리게 하고, 실제적인 행동으로 구현하려 했던 실천과 함께했다.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철학적 작업을 수행했던 이들은 대부분 형이상학적 이론이나 교리적 체계를 세우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이들은 구체적인 삶의 과정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행동하며, 자연이나 사물, 또는 다른 사람과 맺어가는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뇌한 사람들이었다. 초기 철학자들은 구체적인 행위와 분명한 실천을 통해 자신이 이해하고 해석해왔던 것, 이른바 철학을 구현해 갔던 것이다.

영원의 철학으로 불렀던 이 학문은 분명 근원적 세계에 대한 이론이며 그러한 학문적 체계란 특성을 지니지만, 그럼에도 결코 실천을 배제한 채 이루어진 순수한 사변의 결과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로 초기 철학자들은 올바르게 행동하고 참되게 살기 위해 본질을 따지고, 근원적 세계에 대해 생각했으며, 어떻게 자신의 삶과 일상을 이런 세계에 일치시켜나갈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이다. 근원적으로 철학은 실천적 행위와 별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철학은 이해하고 실천하는 인간의 생각과 명상, 그를 위한 깨달음이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철학은 결코 일면적인 이론이나 체계, 즉 사물을 인식하는 이론, 또는 논리적이며 사변적인 체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온몸으로 행하는 깨달음과 이것을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구현하려 했던 것이 철학이란 말은, 올바르게 이해되는 철학은 인간의 몸과 마음 모두로 이루어가는 존재론적 행위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는 철학을 인간의 존재 전체와 연결지어 이해하고자 한다.

[가톨릭신문, 2012년 6월 17일, 신승환 교수(가톨릭철학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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