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월)
(백)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선교ㅣ복음화

전교주일 기획: 청년 냉담, 어떻게 풀 것인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0-19 ㅣ No.308

[전교주일 기획] 청년 냉담, 어떻게 풀 것인가 (상)

"복음의 씨앗, 언젠가는 싹이 튼다"



냉담하는 청년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오히려 신앙에 대한 목마름이 있을지 모른다. 이들의 목마름을 해소해 주기 위한 교회의 노력이 절실히 요청된다. 사진은 2011년 서울대교구 햇살청소년사목센터 '청소년ㆍ청년 기도모임'에 참석한 젊은이들이 십자가를 향해 손을 얹고 기도하는 모습. 평화신문 자료사진
 

교회에서 신앙적으로 가장 소외된 연령층은 누구일까? 아마 청년일 것이다. 학업과 취업, 현실과 신앙 사이의 갈등으로 교회에서 멀어지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회는 교구와 수도회를 중심으로 청년들 신앙생활을 돕고 있지만, 냉담 청년들은 쉽게 줄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전교주일(20일)을 맞아 청년들의 냉담 원인과 그들을 교회 구성원으로 다시 맞아들이는 방안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청년 냉담교우를 배출하는 교회 구조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한국교회 청년사목의 고민이 이와 비슷하다.

2011년 말 현재 한국교회 청년 신자는 115만여 명으로 전체 신자의 21.7%에 달한다. 문제는 청년(20~35세) 미사 참례율이 1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본당에서는 교리교사와 청년 전례자 등을 구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많은 청년 신자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장 양장욱 신부는 청년 냉담의 큰 원인으로 청년들의 중고등학교 시절, 부모들의 그릇된 자녀 신앙교육을 꼽았다. 양 신부는 "학업으로 힘든 시기에 신앙이 버팀목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부모들이 학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녀 신앙교육을 뒷전으로 미룬다"며 "대학 진학 후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면 된다고들 말하는 부모들 인식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사목 관계자에 따르면, 초등학생 신자는 35%가 주일학교에 나온다. 그런데 중학생은 14%, 고등학생은 7%로 급감한다. 대학생 미사 참례율은 7%로 고등학생과 비슷하지만, 이는 대학에서 세례를 받은 이들과 재수 후 대학 진학자를 포함한 수치다. 실제로는 고등학생이 대학에 진학해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비율은 절반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사목자들 의견이다.

부모들은 대학에 가서 신앙생활을 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머리가 큰 후(?) 신앙생활은 더욱 어렵다. △ 취업과 연애 △ 성직자와의 마찰 △ 믿음에 대한 의문 △ 일상 속 다양한 유혹 같은 요인들 때문이다. 더욱이 집과 멀리 떨어진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학교 인근 성당을 자발적으로 찾아가 신앙생활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대학 부근 본당의 한 보좌신부는 "인근 대학의 신자 청년들을 본당 활동에 포함시키고 싶어도 방학이면 고향으로 돌아간다"며 "신앙생활이 몸에 배지 않으면 냉담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마다 가톨릭 동아리가 있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취업 문제로 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교회의 청소년사목위원회 총무 박진홍(대전교구 청소년사목국장) 신부는 "청년 냉담 문제는 한 본당 차원에서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며 "뒤늦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중고등학교 시절 신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냉담 청년을 위한 본당 차원의 활동도 중요하겠지만, 사목자와 수도자들이 대학을 무대로 사목활동을 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를 수 있다

흔히 "복음의 씨앗이 뿌려지면 언젠가는 싹이 튼다"는 말을 한다.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냉담 중인 청년 마음속에서 언젠가 싹틀 수 있지 않을까.

8년째 냉담 중인 강 클라라(27)씨는 "일상이 바쁘고 성당 가는 게 습관화되지 않아 한두 번 빠지다 보니 냉담을 하게 됐다"며 "청년 중에 아는 사람이 없는 것도 이유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 성당으로 이끌어주고, 또 성당이 자연스럽고 따뜻한 분위기라면 다시 성당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대자를 셋이나 둔 회사원 황 요한(30)씨는 특별한 약속이 없을 때 이따금 미사에 참례한다. 황씨 어머니는 두 아들 모두 사제가 되는 게 소원이었을 정도로 독실한 신자였다. 황씨는 "한두 번 미사에 빠지다 보니 자연스레 성당을 안 나가게 됐다"면서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려면 동기를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백 레지나(34)씨도 학업과 취업으로 시간에 쫓기다 보니 냉담을 풀 수 없었다. 결혼 후 자녀 출산을 계기로 성당을 다시 찾기로 했다. 백씨는 "세례를 받은 신자라는 인식은 성당을 다니든, 다니지 않든 변함없었던 것 같다"며 "남편과는 종교가 다르지만 상의 끝에 아이에게 유아세례를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냉담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냉담교우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비록 냉담 중이지만 "기회가 되면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냉담을 시작한 남 요셉(39)씨는 결혼을 계기로 냉담을 풀었다. 배우자가 독실한 신자였다. 하지만 강압적(?) 과정은 없었다. 남씨는 "냉담을 오래 했지만, 언젠가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며 "연애할 때도 상대가 신자였다는 게 결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남씨는 "냉담 중에 주변에서 누군가 끌어줬다면 냉담을 더 일찍 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대교구 삼덕젊은이본당 배상희 신부는 "냉담 중인 청년들 역시 신앙에 대한 목마름을 간직하고 있다"며 "본당 청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뒤 그들 요구에 부응하는 사목활동을 펼침으로써 성당을 찾는 청년이 늘었다"고 말했다. 본당은 20대와 30대 청년 모임을 따로 진행하는 한편 청년 나이에 맞게 전례를 특화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세분화함으로써 큰 성과를 얻었다.
 
배 신부는 "쉽지 않겠지만 본당 차원에서 청년 냉담 문제 해결에 힘을 쏟는다면 더 많은 청년을 교회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신문, 2013년 10월 20일, 백영민 기자, 임영선ㆍ강성화 기자]

 

 

[전교주일 기획] 청년 냉담, 어떻게 풀 것인가 (하)
 
복음의 씨앗 싹틔울 마중물을 붓자



냉담 중인 청년 마음 속에 복음의 씨앗을 싹틔우는 것은 결국 교회 공동체 모두의 몫이다. 사진은 2009년 서울대교구 성내동본당 청년 성령세미나에서 청년들이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 평화신문 자료사진
 

청년들 미사 참례율은 7%에 불과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학업에 밀려 꺼진 신앙의 등불은 대학에 진학하고 성인이 돼서도 다시 살아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냉담 중인 청년을 다시 교회 공동체 품으로 이끌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교회는 청년사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한다. 교회의 허리인 청년 신앙 활성화를 위해 땀 흘리는 본당과 대학생 사목현장을 소개한다.
 

청년이 모이는 본당 공동체
 
"돌이켜 생각해보면, 항상 교회로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마음 깊이 있었던 거 같아요."
 
서울 무악재본당(주임 조재연 신부) 청년회장 백민경(루피나, 23)씨는 "중학교에 올라가고 친구들이 냉담을 하면서 수능이 끝날 때까지 성당에 나가지 않았다"며 "학생들 숫자가 많아 교사들이 학생 개개인의 신앙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당과 멀어졌다"고 말했다.

백씨는 수능 전날 본당에서 마련한 '수험생을 위한 미사'를 기점으로 냉담을 풀었다. 무악재본당 사목 코디네이터(일종의 사목 협조자) 천진아(미카엘라)씨는 "냉담 청년들은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냉담을 풀기 쉽지 않다"며 "본당은 입시와 입대, 혼배 등 인생의 중요한 기점을 활용해 냉담교우를 교회로 초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임신부와 수도자가 냉담 중인 청년들을 직접 교회로 초대하고 격려 문자를 보내는 등 꾸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더불어 부모에게 자녀를 성당으로 이끌 것을 권유한다.

성당을 찾은 청년에게 바로 청년 활동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천 코디네이터는 "청년미사 후 짧은 다과회를 마련해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며 "어느 정도 친교가 쌓이면 공동체 행사를 계기로 더욱 가까워질 수 있게 힘을 기울인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교회로 돌아온 청년은 청년 활동을 통해 다시, 냉담 중인 청년을 교회로 이끈다. 공동체의 이런 노력으로 조 신부 부임 당시 2~3명에 불과했던 청년 신자는 현재 40여 명을 훌쩍 넘겼다.

조재연 신부는 "한 청년을 교회로 초대하고 그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은 결국 복음화이며 구원으로 이끄는 길"이라며 "교회로 돌아온 청년 스스로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의견도 내며 능동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사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회로의 초대와 환대하는 분위기, 능동적 참여 유도가 큰 성과를 본 것이다.

대구대교구 삼덕 젊은이본당(주임 배상희 신부)은 청년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청년사목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2008년 본당에 부임한 배 신부는 "내가 무엇을 해주면 행복하겠니?"라는 질문을 청년들에게 건넸다. 청년들은 "스무 살부터 마흔 살에 가까운 청년들이 함께 활동한다는 게 불편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같은 청년으로 묶이지만 관심사가 다른 것이다.

배 신부는 청년회를 20대를 위한 청년회와 30대를 위한 윤일회로 나눴다. 두 단체는 따로 미사를 봉헌하고 단체활동도 개별적으로 한다. 지금은 30대 청년 신자가 8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됐다. 배 신부는 "전례에 필요한 음악도 연령대별로 원하는 것을 참고하기에 미사를 때로는 활기차게, 때로는 감미롭게 진행하고 있다"며 "신자들이 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사목계획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소년사목 한 관계자는 "대부분 본당에서 임기가 2년에 불과한 보좌신부가 청년을 사목하고 사목 전권도 없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은 교회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신자를 하나로 묶는 대학생사목부 가톨릭학생회
 
"대학생활에 바쁘고 등록금 벌려고 아르바이트도 하다 보니 신앙생활을 할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어요."

인천교구 대학생사목부 담당 서인덕 신부는 인천교구 내에 있는 대학에 가톨릭학생회를 세우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냉담 중인 학생을 생각하면 피곤해도 거를 수 없는 일이다. 바쁜 총장이나 학생처장과는 약속 잡기도 어렵고, 가톨릭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미사부터 학생회 활동까지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런 노력이 없다면 청년 스스로 교회로 돌아올 확률은 지극히 낮다.

서 신부는 "고등학생 때까지 냉담한 친구들이 대학에 진학하며 냉담이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가톨릭만의 성격이 두드러지는 가톨릭학생회를 설립하고 그 수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 인근 본당에 가톨릭학생회 활동을 홍보하고 있다.

가톨릭학생회들도 냉담 중인 학생들에게 조용하지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다. 숙명여대 가톨릭학생회 한지혜(아기 예수의 데레사, 22) 회장은 "냉담 중인 학우들에게 무조건 성당에 나오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며 "그들에게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대학생사목부 담당 은성제 신부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학생이 많고, 가톨릭학생회는 그 친구들이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개강미사와 종강미사를 통해 고해성사를 보고 냉담을 풀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런 관심은 냉담을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3학년이 돼서 가톨릭학생회를 찾는 학생도 많다. 군 제대 후 오는 학생도 있다. 별도 단체인 '청년성서모임' 역시 이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청년 신앙을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은 신부는 "말씀으로 하느님을 체험하고 나의 시간과 땀을 하느님께 봉헌해 이웃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며 "기도와 봉사로 신앙을 다지는 대학생 봉사단체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화신문, 2013년 10월 27일, 백영민 기자, 강성화 기자]



3,986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