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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세계주교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 돌아보기(주제 - 가정사목과 복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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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2-15 ㅣ No.773

세계주교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 ‘돌아보기’

주제 ‘가정사목과 복음화’, 2014년 10월 5~19일,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


신음하는 가정, 교회적 사랑과 자비로 되살리자



시노드 참가자들은 가정이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실과 교회 가르침간 괴리를 줄여나가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대표로 참가한 강우일 주교(가운데 줄 왼쪽 세 번째)는 시노드 최종 보고서 작성단으로 활동했다. [CNS]


2014년 10월 5~19일 바티칸에서는 ‘가정사목과 복음화’를 주제로 세계 주교대의원회의(세계 주교 시노드) 임시 총회가 열렸다. 도전받는 가정사목 현황을 살피고, 사목적 대처 방안에 대해 격론을 벌인 주교들은 큰 숙제를 안고 각자의 교회로 돌아갔다. 이번 임시 총회에서 다뤄진 내용을 1년간 고민하고 연구한 뒤 2015년 정기총회 때 다시 만나기로 했다.

교황은 시노드를 통해 세계 교회에 가정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한국 교회도 시노드 임시총회 내용을 곱씹어 가정사목 현안을 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당시 주교회의 의장으로 시노드 임시 총회에 참석했던 강우일(제주교구장) 주교가 임시 총회에서 다뤄진 내용을 사목자들과 신자들을 위해 쉽게 정리했다. 다음은 강 주교의 글 전문이다.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이하 시노드) 제3차 임시 총회는 2015년 10월 4-25일에 있을 시노드 제14차 정기 총회를 준비하는 성격의 회의였다. 한 가지 주제를 두고 두 차례의 시노드를 열 만큼 현재 세계 여러 대륙의 가정이 당면하고 있는 사목적 상황과 사회적 환경은 과거에 없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교회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세상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하느님 백성의 현실과 무관하게 유리되어 갈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프란치스코 교종(교황)께서 인식하시고 전례 없는 관심과 철저한 준비로 가정에 대한 이 시대의 도전을 새로운 복음화의 계기로 삼고자 임시 총회를 소집하신 것이었다.


도전받는 가정 사목 현황

교종께서는 시노드 개막에서 “이번 시노드는 신학적 지식이나 말솜씨의 경연장이 아니라, 우리 가정들이 겪고 있는 사목적 문제점들을 주교들이 돌려서 말하지 말고 분명하게 용기를 내어 털어놓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주문하셨다.

각국 주교들은 개인 발표를 통해 이 시대 각 지역 가정과 사목자들이 당면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과 현황을 다양하게 전달했다.

1) 
이 시대의 가정들이 받는 가장 큰 도전은 근본적으로 개인주의와 물질주의 극대화로 인한 인간 관계의 고리가 약해진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 존재를 깨닫지 못하여 겪는 고독, 외로움이 이렇게 약해진 인간 관계를 더욱 느슨하게 한다. 또한 많은 가정이 가난과 실직 등의 사회 경제적 현실 속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허덕이며 살다가 보금자리에 금이 간다.

2) 유럽이나 미주 지역 참석자들은 젊은이들이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하여 매우 회의적으로 보고 있음을 증언했다. 평생을 한 배우자와 살아간다는 것이 바람직하고 아름다운 일임을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너무 힘든 일이며 본인은 그렇게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고백하는 젊은이들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3) 상당수 젊은이가 교회의 성사혼에 대해 꼭 해야 할 필요성이나 의무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고, 동거 생활로 만족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로 많은 아기가 성사혼, 민법상 혼인의 테두리 밖에서 태어나고 있는 현실임을 여러 나라에서 보고했다. 이러한 사조가 확산된 것은 유럽과 북미 대륙의 개인주의적 사고와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보았다.

4) 현대의 성에 대한 물질적, 향락적 해석과 포르노그래피의 확산은 오늘의 젊은이들이 성에 대하여 아무런 윤리적 인식을 갖지 않고, 오로지 탐닉하는 그릇된 풍조를 낳고 이로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생명이 파괴되고 있다.

5) 아시아,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는 상당수 젊은이가 경제적, 사회적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아 민법상의 혼인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6) 세계 여러 곳에서 이주로 인하여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이산가족이 되고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됨으로써, 가정이 흔들리고 파괴되고 고통받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보고가 많았다. 또한 실업 사태가 오래 지속되어 가정이 악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7) 중동 지역에서는 이슬람과의 혼종혼인이 많이 발생하는데 가톨릭 신앙을 포기하도록 강요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유럽에서도 개신교와 가톨릭, 정교회와 가톨릭의 혼종혼인이 상당수에 이르며, 가톨릭 교회가 엄격한 입장을 견지하는 데 비하여 다른 그리스도교는 관대한 입장이어서 대부분의 가톨릭 신자가 관대한 쪽으로 넘어간다고 했다.

8) 아프리카의 경우에는 일부다처의 문화 속에서 오래 살아온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미 여러 명의 아내를 둔 사람이 세례를 받을 때, 한 사람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포기하라는 교회의 권고가 아프리카의 문화적 현실을 도외시한 교조적, 독선적 율법주의로 비친다고 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전통적으로 마을에서 해오던 전통 혼례를 치르는 것으로 만족하고, 혼인의 민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할 필요성이나 의무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9) 많은 이들이 이혼하고 재혼하여 이른바 조당(혼인장애) 상태에 놓여 있으나 그중 상당수는 재혼한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고, 자녀도 여럿 출산하고 성장시켰지만 여전히 교회의 성사 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여기고 있고 미사에서 성체를 모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10) 어떤 이들은 첫 번째 혼인에서 배우자에 의한 폭력이나 불의로 너무 큰 상처를 입거나 트라우마 속에 살았으나, 재혼한 이후에는 평화스럽게 성공적인 가정생활을 꾸미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11) 혼인 무효 소송이 너무 까다롭고 오래 걸려서 포기 상태에 있는 재혼 부부가 적지 않다고 했다.

12) 부부간의 불화나 갈등에 문제가 있어 사목자에게 도움을 청하면 이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사목자가 아주 적고, 가정 문제, 성 문제에 대한 사목자의 전문적 양성이 매우 부족하다고도 했다.

13) 교회 내에서 일반적으로 혼인과 가정에 대한 교리적 양성과 교육이 아주 미흡하다는 데 인식을 공유하였다. 지역에 따라 성직자들이 혼인 교리를 아주 소홀히 하고 있음이 지적되었다.

14) 교회법적인 절차는 밟았으나 혼인성사에 대한 충분한 준비와 양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형식만 갖춘 혼인은 유효하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 결혼에서조차 무조건 불가해소의 원칙만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15) 유럽이나 미주 대륙에서는 6개월,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3개월의 혼인 교리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현재의 한국 교회의 혼인 교리는 거의 포기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이들이 교회 안에도 있으나 교회는 현재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방침이나 사목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북미 대륙과 유럽 대륙에서는 이미 여러 정부가 동성애자들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동성애자들의 결합에도 결혼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을 통과시키고 있으나 교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특히 이들이 가정을 이루며 아이를 입양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는 동성애자들도 이성애자들과 똑같은 하느님의 자녀들로서 동등한 인권을 누릴 자격이 있으며 교회 공동체가 이들을 부당하게 차별하거나 단죄해서는 안 됨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17) 북미 대륙과 유럽 대륙에서는 젠더 이데올로기(Gender Ideology)를 적극 주장하고 확산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으며, 이들은 국제적인 원조 기관 등을 통하여 아프리카 정부에게 경제적 지원을 미끼로 자신들의 이념의 법제화를 강요하고, 아프리카 정부들은 이에 동조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사목적 대처 전망

교회는 오늘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급격한 변화 속에 도전받는 가정 현실을 직시하고, 복음적 전망에서 아량과 자비와 연민의 시선으로 백성들을 감싸 안으며 과감한 사목적 배려를 추진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1) 많은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 가운데서도 세계 곳곳에서 많은 부부가 가톨릭적인 가정을 꾸리며, 비록 삶의 여러 순간에 우여곡절은 있어도 부부로서의 사랑과 존중과 연민을 바탕으로 평생을 함께하며 자녀들을 올곧게 양육하고 성장시켜 온 사실을 평가하고, 이들에 대한 교회의 존경과 감사와 평가를 분명히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2) 가정이 위기를 겪는 것도 결국은 믿음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먼저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믿음이 올바로 전수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믿음의 전수가 올바로 이뤄질 때, 혼인 전의 양성도 올바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3) 신앙의 여정에서 올바른 양성 과정을 거칠 때, 혼인성사는 의무가 아니라 부부가 하느님께 받는 새로운 부르심임을 깨달을 수 있다.

4) 교회는 생명의 잉태와 출산과 관련하여 ‘자연법’에 입각한 실천을 가르치지만, 현대인 중에 ‘자연법’의 개념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극히 적다. 교회는 혼인과 성생활, 출산과 가족계획 등 생명과 관련한 가르침을 전할 때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새로운 언어와 논리를 찾아야 한다.

5)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이 버리고 차별하고 억압하는 모든 이의 보호자요 동반자로 활동하신 것을 상기하며, 교회법적 혼인의 테두리 밖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 이혼한 이들, 이혼하고 재혼한 이들, 혼인 없이 동거하는 이들, 동성애적 성향을 띠는 사람들에 대해 이들을 차별하거나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6) 교회는 교회법적 정당성을 얻지 못하는 부부들이 성사 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단일, 불가해소적 혼인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들도 성사적 은총 안에 초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자 신학적, 성서학적, 교회법적 연구를 지속하자는 의견이 다수 제시되었다.

7) 교회 법원의 절차와 수속이 너무 오래 걸리므로 2심제를 그만하고, 되도록 빨리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동유럽 지역에서는 정교회의 혼인 규정이 관대한 편이어서 가톨릭 신자와 정교회 신자가 혼인하는 경우 가톨릭보다 정교회 쪽으로 옮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였다.

8) 교회는 가정이야말로 교회의 가장 작은 단위이고 세포임을 확인하고, 가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과 보호와 가르침 안에 자녀가 성장하며 인간 관계를 배우며 인격이 성숙되고,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는 사회의 못자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널리 확산시키고 가르쳐야 함을 강조하였다.

9) 교회는 가정이야말로 인간 생명의 전수가 온전히 이뤄질 수 있는 현장이고, 가정을 지켜야 인류의 생명과 미래를 확보할 수 있음을 끊임없이 선포하고 알려야 함을 재확인했다.

10) 교회는 혼인과 가정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신장을 위하여 청소년기부터 통합적인 교육과 양성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이를 위한 전문적 소양을 갖춘 봉사자(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부부)를 배출해 나가야 함을 강조하였다.

11) 혼인 초기 몇 년이 가정의 먼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민감한 기간이므로, 혼인성사 이후에 혼인의 은총을 체험하도록 혼인 생활의 오랜 경험과 소양을 갖춘 평신도 지도자가 지속적으로 동반해 줄 필요가 있음이 지적되었다.

12) 지역 교회의 각 교구와 본당 등에서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고충을 듣고 도움을 주거나 화해에 이르도록 보조하는 사목적 동반 시스템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13) 결혼 생활에 실패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심리적, 사회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오랜 결혼 생활을 통하여 많은 경험과 지식을 두루 갖춘 부부들이 증언과 교육에 적극 동참하도록 권유하고 이들을 멘토로 양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14) 부모의 이혼을 겪은 자녀들이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교회가 동반하고 도움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15) 재혼자(교회법상 조당의 상태)들이 일반적으로 다 성체를 영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어려우나, 돌이키기 어려운 경우, 특히 재혼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부당하게 고통당하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교구 주교의 책임 아래 사안별로 조사하고, 참회의 과정 등을 거친 뒤 이들을 받아들이는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시노드를 마치면서 교종께서는 참석자 주교들에게 ‘제3차 세계 주교대의원회의 임시 총회 보고서’(주교회의 누리집 www.cbck.or.kr ‘소식’란에 전문이 실려 있다)를 내년도 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의 예비 문서로 주신다고 말씀하셨다. 각 지역 교회에서는 이 자료를 검토하고 충분한 논의와 숙고의 과정과 영적 식별을 통하여 더욱 발전시켜 내년도 세계 주교대의원회의를 위한 의견을 모아 주도록 당부하셨다.

한국의 각 교구는 이 예비 문서를 토대로 적절한 방법을 통해 혼인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성찰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한국의 가정이 마주해야 하는 많은 어려움과 도전들에 대한 사목적인 방향과 대안을 모색하고, 가정을 에워싸고 있는 여러 장애와 난관으로부터 하느님 백성을 해방하고 예수님의 연민과 자비의 시선으로 이들을 보듬을 수 있는 길을 찾아 나가면 좋겠다.

[평화신문, 2014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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