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 (월)
(백) 부활 제6주간 월요일 진리의 영이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예화ㅣ우화

[부부] 여보, 사랑하오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493

여보, 사랑하오!

 

 

여보, 당신 눈가에 잔주름을 보니 처녀 시절 그리도 고왔던 당신이 나를 만나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 그지없소. 그때와 변함없이 당신을 사랑하지만 그걸 표현하기가 너무나 어렵소. 어쩌다 거나하게 취해 술 힘을 빌어 사랑한다 말하면, 당신은 늘 맨 정신에 해보라고 핀잔주지만, 무뚝뚝한 경상도 사내라 어쩔 수가 없구려.

 

머리에 새치가 많고 귀에 귀지가 있다면서 내가 당신 무릎을 괴고 누우면 당신이 꼭 어질 적 내 어머니같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편히 잠들곤 한다오. 얼마 전 내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일 때 새벽 3시임에도 일어나 앉아 내 머리를 무릎에 누인 채 새치를 뽑는 당신을 보고 속으로 한없이 울었다오. 당신도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지 못하였을 텐데….

 

작년 여름이었던가, 계곡으로 물놀이 가서 당신이 물에 빠진 일이 있었지. 허우적거리는 당신을 구하려고 맥주병인 내가 무작정 물에 뛰어들어 당신에게 다가갔을 때, 수없이 물을 먹으면서도 당신은 절대 나를 잡지 않았지. 내가 잡으려 하자 그 와중에도 내 손을 뿌리치며 당신 힘으로 나무토막처럼 밀치고 나왔잖소. '내가 만약 당신을 죽기살기로 잡았더라면 당신도 나도 모두 죽었을 걸' 하며 혼자 죽기를 바랐던 당신. 그런 당신이기에….

 

부부의 정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주 작은 것에도 둘이서 믿음과 희생을 주고받는 것이라 생각하오. 하지만 내겐 그런 재주조차 없구려. 그래도 다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당신이 고맙기 그지없다오. 오늘은 기필코 당신을 꼬옥 안아 주리다. 신혼 때 처음 당신을 대하듯 신비하고 소중하게. 그리고 그토록 하지 못했던 말, 그 말을 꼭 해야겠소.

 

"여보, 내 영원히 당신만을 사랑하겠소."

 

[서정교 님, 좋은 생각, 2001년 6월호, p.31]



4,29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