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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간추린 사회교리: 사회교리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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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3-23 ㅣ No.919

[간추린 사회교리] 사회교리의 원리


병원에서 사람들을 진료하고 치료하려면 각종 의료기구가 필요하듯이 사회교리가 사회의 각 분야의 문제들을 관찰 · 분석하는 데에도 도구가 있어야 한다. 사회교리의 원리란 사회문제를 신앙과 윤리에 맞게 살펴보는 도구라 할 수 있다.

교황청 가톨릭 교육성에서 발표한 지침 「사제 양성과 교회의 사회교리」에서는 다섯 가지 원리, 곧 ‘인간 존엄성의 원리’, ‘공동선의 원리’, ‘연대성의 원리’, ‘보조성의 원리’, ‘참여의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인간 존엄성의 원리

인간은 참으로 존엄한 존재이다. 그런데 왜 인간은 존엄한가?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은 첫째,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으며, 둘째, 인간은 하느님에 의해 구원받았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곧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존재이며 구원받은 존재로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세상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 인간이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세상의 기초요 원인이며 목적일 뿐 아니라 인간은 언제나 모든 사회와 조직, 그리고 제도의 목적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사회 제도와 활동에 대한 윤리적 판단 기준은 존엄성을 지닌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인간 존엄성은 구체적으로 인권을 통해서 실현된다. 인권은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하는 생래적이고 기본적인 권리이며, 인간 존엄성을 실현하는 데 필연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권리이다. 이러한 인권은 역사의 발전과 함께 생명권, 자유권적 기본권, 생존권적 기본권, 사회보장권, 행복권 등으로 더욱 폭넓게 이해되고 있다.

사회교리는 사회의 모든 체제와 제도가 인간 존엄성의 실현, 곧 인권을 보호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며, 그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그래서 사회교리는 인간 존엄성, 구체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그 어떤 것도 정의와 선이 될 수 없다고 가르친다.


공동선의 원리

사회는 한 인간의 복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구성원 전체의 복리, 곧 공동선을 실현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공동선이란 집단이나 구성원 개개인이 더 완전하고 더 용이하게 자기완성을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사회 생활상 여러 가지 조건의 총체로 구성되는 인간(각 개인과 만인)의 선익을 의미한다.

인간은 다양한 차원, 곧 자연적 차원과 정신적·초자연적 차원을 지니고 있듯이, 공동선은 인간의 자아완성과 관련되는 물질적·경제적 차원과 더불어, 정신적 · 종교적 차원과 초자연적 차원, “영원한 내세의 목적”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공동선의 원리는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의 공동선에 최대한 부합하는 활동을 할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은 신분과 직책이 다를지라도 공동선의 발전에 기여하고 그 결실에 참여할 권리가 있기에 공동선을 수호하고 공동선에 따른 행동을 해야 한다.

특히 국가의 목적은 공동선을 증진하는 것이며, 공동선을 보살펴주는 것이 국가의 본분이며 권한이다. 국가 권력은 국가의 공동선을 위한 활동을 위해 존재하기에 국가 권력을 담당하는 통치자들은 공동선을 보장하고 증진할 의무가 있다.


연대성의 원리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하실 때 사회적 결합을 이루도록 창조하셨기에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적이며 인격적 존재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인간은 사회의 구성체인 다른 인간과 조직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곧 연대성이다.

모든 사람은 연대성에 따라 사회발전에 대한 연대적 책임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 연대적 책임이 있다. 따라서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불의, 전쟁, 인권유린, 빈곤, 착취, 폭력, 테러 등 인류가 겪는 모든 불행은 연대성 때문에 바로 나의 고통이며 불행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류가 겪는 고통과 불행을 극복하고자, 막연한 동정심이나 피상적인 근심이 아니라 “공동선에 투신하겠다는 강력하고 항속적인 결의”(「사회적 관심」, 38항)를 가지고 남을 위하여 자기를 잃을 각오로 투신하여야 한다. 연대성에서 유래하는 연대적 책임감에 따른 행동만이 세상의 ‘사악한 메커니즘’과 ‘죄의 구조’를 극복하게 만들고, 인류의 참된 발전과 평화를 위한 투신으로 이끌 것이다.


보조성의 원리

보조성(subsidiarity)이란 로마 시대의 군사용어로 전방에서 싸우는 부대와는 달리 일단 유사시에 전방부대를 돕고자 대기하는 예비부대를 일컫는 말이었다. 보조성이란 말을 사회에 적용시키면 더 큰 사회 구성체가 개인이나 더 작은 생활 단체를 위해서 취하는 보충적 · 응급책적인 도움을 일컫는 말이 된다.

공동선을 위하여 사회가 개개인을 서로 도와야 한다는 상호적인 결합과 의무를 강조하는 것이 연대성의 원리라면, 공동선을 원조 활동에서 유의해야 할 권한의 분할과 한계를 정하는 것이 보조성의 원리이다.

보조성의 원리는 개인이나 하위집단이 자신의 탓이든 남의 탓이든 자신의 역할을 자율적으로 수행하지 못할 때 국가나 상위집단이 공동선을 위하여 이들을 보조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국가는 국민들의 모든 활동이 공동선을 향해 일치하도록 통제하고 돕고 조정해야 할 사명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국가는 국민들의 생활에 개입할 수 있으나, 개인의 발전이나 인간 생활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되며, 개인의 의무와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방법으로 수행되어서는 안 된다.

달리 말해서, 보조성의 원리에 입각한 국가의 개입은 개인들이나 집단들의 권리를 제거함 없이 그들의 권리와 역할을 조정하고 촉진할 뿐 아니라, 그들 상호간에도 어떤 특권이 지배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또한 보조성의 원리는 국가가 모든 국민을 돌보아야 하지만 먼저 약자들과 빈자들을 보살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참여의 원리

참여는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이 자신이 속한 사회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주체성을 실현함을 뜻한다. 달리 말해서 참여는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을 인격체로 인정하고 스스로 삶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음을 인정하며 이러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참여의 원리이다. 이 원리는 요한 23세 교황의 문헌인 「지상의 평화」(1963년)에서 처음 제시되었다.

참여는 정치 공동체 안에서 정치적 활동에 참여함을 의미하는 참정권보다는 넓은 의미로 개인과 단체가 자신이 속한 사회를 발전시키고자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참여의 원리는 인간의 사회성에 바탕을 두고 공동선을 향한 활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의 실현과 깊은 관련을 맺고서 진정한 공동체를 형성해 가는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다.

참여의 원리가 가장 먼저 적용되어야 할 분야가 바로 정치분야인데, 국민들의 참여가 민주주의 체제의 기초를 형성하기에 참여의 감소는 바로 시민정신의 쇠퇴를 드러내는 것이며 민주주의 체제의 위기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또 참여가 강조되어야 할 곳은 노동자들의 기업활동에 대한 참여인데, 노동자들은 자신이 일하고 있는 기업의 활동에 기업주와 관리자와 함께 기업의 소유와 경영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이윤의 분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민주사회의 시민들은 사회활동, 곧 문화활동, 봉사활동, 지역사회 개발활동, NGO 활동 등을 통해 현세적 질서를 쇄신함으로써 유기적인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적극 참여하여야 한다(「민족들의 발전」, 81항 참조).

위에서 살펴본 다섯 가지의 원리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 존엄성의 원리는 사회교리의 근본적인 목적을 밝혀주는 것이며, 공동선의 원리는 각 개인과 단체와 국가가 사회활동을 하는 근본적인 행동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선으로 나아가려면 연대성과 보조성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연대성과 보조성은 공동선의 원리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수단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연대성의 원리는 모든 사람들 사이의 상호 의존성과 연대적 책임의식에 따른 행동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보조성의 원리는 연대성을 보완하면서 구체적으로 공동선을 실현하는 실천적인 기준이다.

마지막으로 참여의 원리는 개인이 사회 발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공동체의 삶에 자신을 내어놓는 것이다. 따라서 참여의 원리는 사회의 모든 조직과 체제가 유기적인 공동체로 성장하는 데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이상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 김명현 티모테오 - 대구대교구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이며 다문화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2년 3월호, 김명현 티모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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