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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세계주교시노드와 한국교회 가정사목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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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07 ㅣ No.753

[세계주교시노드] 한국교회 가정사목 현황


급변하는 가정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목



가정을 주제로 한 세계주교시노드 임시총회가 열리면서 한국교회 내에서도 가정사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2011년 3월 원주교구가 실시한 아버지학교 참가가족들이 발씻김 예식을 하고 있는 모습. 평화신문 자료사진


전 세계 주교들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회 현안을 다루는 세계주교시노드(세계주교대의원회의) 임시총회가 5~19일 바티칸에서 가정을 주제로 열리면서, 교회 내 가정사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정사목 담당자들은 이번 시노드를 통해 교회가 가정문제와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위기의 가정에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가정 세계주교시노드를 계기로 한국교회 가정사목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한국 가톨릭교회가 가정사목 관련 기구를 설립하고 조직적으로 활동에 나선 것은 1970년대부터다. 당시 가정사목은 생명운동에 뿌리를 두고 낙태에 반대하며, 자연출산조절법을 널리 알리는 데 집중했다.

주교회의는 1975년 2월 주교회의 직속으로 ‘가정사목부’(현 가정사목위원회)를 설립하고 담당 주교를 선임했다. 또한 같은 해 6월에는 ‘한국 행복한 가정운동’(이하 행가운)을 승인, 자연출산조절법 보급을 위해 설립된 행가운 활동을 지원했다. 자연출산조절법은 점액관찰법(빌링스법), 기초체온법 등 자연적 방법으로 여성의 가임기와 불임기를 판단, 임신과 자녀 터울을 정하도록 하는 출산조절법이다.

교회가 자연출산조절법을 강조한 배경은 인구 증가를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여기고 낙태와 불임시술을 장려한 정부의 가족계획 정책에 있다. 정부는 1973년 모자보건법을 제정, 사실상 낙태를 법으로 허용했다.

이처럼 행가운과 자연출산조절법이 중심이 된 가정사목은 1980년대까지 이어졌다. 행가운은 전국 교구에 본부를 두고 자연출산조절법 전문가와 지도자를 양성하며 자연출산조절법 교육과 홍보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전국 주요 가톨릭 병원에는 행가운 가족 계획 상담실이 문을 열었다. 이와 함께 주교회의는 인공 유산과 불임 시술에 대한 교회의 반대 입장과 생명의 존엄에 관한 교회 가르침을 담은 성명서를 꾸준히 발표했다.

가정사목 영역이 행가운을 중심으로 한 생명운동에서 혼인과 출산, 부부생활, 자녀 신앙교육, 미혼모 문제 등으로 확대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인구억제7정책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소극적으로 바뀐 데다 핵가족화, 맞벌이 부부, 남아선호로 인한 여아 낙태, 이혼, 미혼모 등 다양한 가정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UN은 현대사회에서 가정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1994년 ‘세계 가정의 해’를 선포했는데, 가톨릭교회 역시 이에 발맞춰 1994년 한 해 동안 가정의 해를 지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또 1994년 「가정교서」를 발표, “수많은 길 가운데 가정이 첫째가는 길이요 가장 중요한 길”이라며 가정의 중요성을 천명했다.

이를 즈음해 한국교회는 교구마다 가정사목을 전담하는 부서를 설립하고 담당 사제를 임명했다. 또한 전국 가정대회, 가정과 생명 수호를 위한 미사 등 가정과 관련된 전국 및 교구 차원의 각종 대회와 미사가 열렸고, 가정성화사도직, 가정상담실, 참생명학교 등 가정 관련 단체 등이 설립됐다. 본당에선 가정미사, 가정교리, 혼인갱신식 등이 자리를 잡아갔다.

2000년대 와서 한국사회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 이혼율 1위, 낙태율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세웠다. 갈수록 심화되는 가정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는 2001년부터 성가정 축일 주간을 ‘가정성화주간’으로 지내며 위원장 주교 이름으로 가정성화담화문을 발표해오고 있다. 몇몇 교구는 사목국 산하에 있던 가정사목부를 가정사목국으로 승격, 가정사목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와 함께 가정사목 프로그램도 한층 다양해졌다.<표참조> 전통적 프로그램인 카나혼인강좌와 매리지엔카운터(M.E) 이외에도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부부여정처럼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생겨났고 가족관계 회복과 치유를 돕는 상담 프로그램도 그 대상과 유형에 따라 세분화됐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5일, 박수정 기자]

 

 

[세계주교시노드] 한국교회 가정사목을 위한 제언


정확한 현실 진단과 과감한 ‘투자’를



가정사목 담당자들은 교회가 가정사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인식하는 만큼 가정사목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거나 투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이야기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이다.

2003년 주교회의 사목연구소가 주최한 ‘가정의 미래, 교회의 미래’ 심포지엄 자료를 보면, 논평자로 나선 조옥진(부산교구) 신부는 “교회는 지금까지 가정사목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에 많은 가르침을 제시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론적인 이상론과 현실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 매우 이율배반적”이라면서 “가정사목에 대한 인적, 재정적, 시설적 투자에 소극적이고 교구 가정사목은 가정을 위한 대중적 특강과 행사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올해 5월 열린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다. 세미나에 참석한 정재호(의정부교구) 신부는 “애석하게도 현재 한국 가톨릭교회에서는 ‘가정 중심의 사목’을 실행해 본 경험이 없다”며 “주로 산발적인 프로그램으로 가정사목이 진행돼 왔거나 몇몇 사도직 단체활동으로 진행돼 왔다”고 했다.

가정사목 전문가들은 가정 중심의 통합사목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하며, 한국교회 가정과 가정사목에 대한 현실 진단을 병행하기를 당부했다. 이혼 및 재혼자 가정, 한부모 가정, 미혼모 가정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에 대한 사목 프로그램 개발도 제안했다. 이러한 당부와 제안 또한 십수 년 전부터 한국교회 가정사목의 ‘대안’과 ‘방향’으로 항상 논의됐던 내용이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5일, 박수정 기자]

 

 

[세계주교시노드] 한국교회는?


지난 한 해 혼인무효소송 606건, 사회의 재혼 건수에 비춰 미미



한국교회 상황은 어떨까.

2013년 교세통계를 보면 각 교구 교회법원이 진행한 혼인무효소송은 모두 606건이다.

한 해 11만 쌍이 이혼하고 이에 따라 재혼자가 급증하는 현실을 비춰볼 때 혼인무효소송에 참여하는 신자들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재혼한 이들 대부분은 신앙생활의 끈을 놓거나 아니면 재혼 사실을 숨기고 신앙생활을 한다는 뜻이다. 교회에 법원이 있고, 혼인무효소송이라는 제도와 절차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도 많다.

서울대교구 법원장 김효석 신부는 “혼인무효소송을 할 때마다 혼인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느끼게 된다”며 “일단 소송이 진행되면 교회는 신자들의 성사생활을 돕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고 말했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5일, 박수정 기자]

 

 

[세계주교시노드] 임시총회, ‘혼인’ 문제에 주목


재혼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 방안 적극 검토



가정을 주제로 한 세계주교시노드 임시총회에서 다뤄질 내용은 지난 6월 발표된 「의안집」에 담겨 있다. 「의안집」을 살펴보면 현재 가톨릭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정 사목의 여러 도전 과제들과 어려운 사목적 상황을 상세히 나와 있는데, 이 가운데 유독 ‘혼인’과 관련된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혼인’ 문제와 관련해 주교시노드 임시총회 개최 전부터 논쟁에 휩싸이고 있는 부분은 이혼한 뒤 재혼한 이들에 대한 영성체를 과연 교회가 허용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혼하고 나서 다시 혼인한 이들은 교회법적으로 이전 혼인을 무효화 하지 않으면 성체를 모실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주교시노드는 가정의 여러 문제를 다루는 자리”라면서 이번 임시총회에 대한 관심이 재혼자들의 영성체 허용 여부에 쏠리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러나 교회 관계자들은 현대 사회에서 이혼자와 재혼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의 요청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재혼자들의 영성체 허용 여부에 대한 관심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혼한 이들의 영성체 허용 문제

재혼한 이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문제는 올해 초 교황청에서 열린 추기경 회의에서 시작됐다.

교황청 일치촉진평의회 의장을 지낸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이 회의에서 “교회가 이혼한 뒤 재혼한 신자들에게 영성체 허용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발표해 회의장을 술렁이게 했다. 카스퍼 추기경은 “이혼이나 재혼을 가정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고 긍정적으로 논의하는 출발점으로 삼아 가정의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다음날 교황은 “카스퍼 추기경의 신학은 어머니인 교회의 자비를 보여준다”며 카스퍼 추기경의 발언을 높이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의안집」은 어려운 사목적 상황에 처한 가정 문제를 다루면서 “가정 사목은 교회법적인 관점에서 한정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부름 받고 있는 위대한 사랑의 소명을 상기시키며 그 부르심의 존엄에 맞갖게 살아가도록 도와줄 사명이 있다”(80항)고 명시해 교회가 사목적 관점에서 재혼자의 영성체를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거세다. 카스퍼 추기경이 영성체 허용 문제를 거론했던 추기경 회의 내부에서도 혼인에 대한 교회의 태도 변화에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과 재무원장 조지 펠 추기경 등은 최근 재혼자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책을 잇달아 펴내며 혼인에 대한 가톨릭 교회 가르침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내비쳤다.

교황 최측근으로 꼽히는 펠 추기경은 “재혼자들에게 영성체를 허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교회 가르침과 사목적 방안이 충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뮐러 추기경 역시 “혼인 불가해소성은 변할 수 없는 교회 가르침이며, 혼인에 관한 교회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는 신자들을 올바로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일부 시노드 참석자들은 “이혼자와 재혼자 문제가 서구 유럽교회엔 심각할진 몰라도 전 세계 교회로 볼 땐 일부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시노드에서 다뤄질 가정 문제가 교회 내 영향력이 큰 서구 유럽 교회 현안에 집중되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냈다.


혼인에 대한 가톨릭교회 가르침

재혼한 이들의 영성체 허용이 왜 논란을 빚는지 이해하려면 혼인에 대한 교회 가르침을 알아야 한다. 가톨릭 교회의 혼인은 두 가지 근본적인 특징이 있다. 혼인의 단일성(單一性)과 불가해소성(不可 解消性)이다.

단일성이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을 말한다. 따라서 일부다처제나 일처다부제는 용납하지 않는다. 불가해소성은 혼인으로 맺어진 부부의 끈은 배우자 중 한 사람이 죽기 전까지는 결코 풀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이혼한 후 재혼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두 원칙은 신자들 간의 혼인에서뿐 아니라 신자와 비신자의 혼인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를 어기고 재혼하는 경우 간음죄에 해당하는 중죄를 짓는 것이 되고, 따라서 신자들은 성체를 모실 수 없게 된다.

이혼한 재혼자가 성체를 영하려면 이전 혼인이 무효하다는 판결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혼인무효소송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측면이 있어 재혼한 이들 대부분은 ‘성체를 모시지도 못하는데 미사에 갈 이유가 없다’며 성당에 발길을 끊는다.

「의안집」은 이에 대해 “문제는 영성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그들에게 공개적으로 영성체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그 결과 이 신자들은 그들이 불법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여겨지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혼한 후 재혼한 이들의 영성체를 찬성하는 이들은 혼인의 단일성과 불가해소성은 변할 수 없는 교회의 가르침이니 혼인무효소송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혼한 신자들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교회 안에서 성사생활을 하기를 원한다면, 성체를 모실 수 있는 길을 좀더 쉽게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소송을 간소화할 경우 따르게 될 위험성을 경고한다. 불가해소성이라는 혼인성사의 의미가 퇴색해, 혼인이 더 이상 평생의 약속이 아니고 혼인무효소송을 통해 언제든 풀 수 있는 것이라는 오해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이혼만 하고 재혼은 하지 않는 경우는 교회에서는 이혼이 아닌 별거로 보기에 신앙생활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5일, 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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