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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동학대, 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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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9-27 ㅣ No.1265

[경향 돋보기 - 인간에 대한 인간의 횡포, 아동학대] 아동학대, 왜 어떻게



유토피아(Utopia)라는 말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이란 의미로 16세기 르네상스 초기의 천재였던 모어(More, Sir Thomas)가 그려본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이다. 인류는 역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유토피아를 실재하는 이상향으로 만들고자 부단히 노력해 왔으며, 다음 세대를 책임질 오늘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기대를 걸어왔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 세대가 가정에서는 학대와 방임으로, 학교에서는 폭력과 따돌림으로, 사회에서는 사이버 음란물을 포함한 각종 유해환경으로 시들어간다면, 이처럼 몸과 마음이 병든 어린이와 청소년들로 이루어질 우리의 미래 사회 또한 병든 사회가 될 것이다. 한 가정이 일어서려면 자녀들이 잘 되어야 하듯이 한 국가가 융성하려면 그 나라의 어린이들이 맑고, 밝으며, 반듯하게 성장해야 한다.


어린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책임

우리의 밝은 앞날을 위하여 서둘러야 할 일은 어린이가 행복하게 살아가게 하는 일이다. 어린이가 학대나 폭력, 위험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결정하며, 자신이 바라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가 존중되는 세상이 바로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이다. “어린이를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며, 부리지 말자.”라는 외침은 1920년대 소파 방정환 선생을 포함하여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려던 이 땅의 선각자들이 외친 어린이 사랑 운동의 구호였다.

어린이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약속으로 지난 1988년 개정된 어린이 헌장은 “어린이는 학대를 받거나 버림을 받아서는 안 되고, 나쁜 일과 힘겨운 노동에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9항)고 명시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여덟 살이 아무개 양이 계모의 구타로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고, 그 부러진 뼈에 심장이 찔려 삶을 마감했다. 지난 10년 동안 아동학대로 죽어간 어린 생명만도 97명이나 되고, 해마다 6천 명 이상이 ‘학대 피해아동’으로 판정되고 있다. 그 아이들의 피멍을 확인하고도 침묵했으며, 그 애절한 비명소리를 듣고도 외면하거나 무관심했던 이들이 있다.

학대 피해아동들의 가족, 친지, 이웃 그리고 아동의 보호와 안전을 책임진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들을 포함한 시민사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가해자를 비난할 권리를 내세우기에 앞서 신고 전화 한 통조차 하지 않은 책임, 그래서 이 어린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책임을 절실히 느껴야 한다.


아동학대의 요인

어린이는 굳지 않은 시멘트와 같아서 그 위에 무엇이 떨어지든 깊은 상처를 남긴다. 아동학대는 어린이의 성장과 발달에 극심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일생 지고 가야 할 무거운 짐처럼 그 후유증은 매우 심각하다. 따라서 아동학대는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적을 이기려면먼저 적을 알아야 하듯 아동학대를 예방하려면 그 원인을 알아야 한다.

아동학대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개인, 가족, 그리고 환경 등의 요인으로 얽혀있다. 크게는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으로 구분한다. 위험 요인에는 부모의 약물 남용과 정신장애, 가정폭력, 사회적 고립, 빈곤, 실직, 스트레스, 폭력과 체벌에 대한 문화적 규범 등이 포함된다. 보호 요인에는 부모의 아동발달에 대한 이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의사소통과 대처기술, 그리고 상담과 치료를 도와줄 수 있는 지역사회 관련기관의 활용과 정서적지지 등이 포함된다.

· 가정적 요인

아동학대 가해자의 81%가 그 부모이다. 따라서 아동학대의 발생 원인은 대부분 부모의 기질적 특성이나 그 부모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그리고 부모의 아동 양육기술이나 지식의 결핍, 자녀에 대한 비실재적 기대, 부모의 분노나 스트레스 조절 미숙, 부모와 자식 간의 부적절한 상호작용과 관련이 있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 실직, 주택난, 대인관계의 문제, 사회적 고립 등이 주요인으로 발표되었다. 부모의 알코올 의존증이나 증이나 약물중독 등은 아동학대의 결정적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학대부모의 특성으로는 불행한 아동기를 보낸 부모, 곧 어린 시절 아동학대나 폭력을 경험한 부모, 나이가 어린 부모, 정신병 증세를 보이는 부모 등이 포함된다. 배우자의 폭력은 아동학대로 연결되기 때문에 가정폭력도 아동학대의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학대받는 아동은 다음과 같다. 부모가 자녀에 대한 정서적 준비가 되기 전에 태어나거나 미숙아로 태어나 질병에 약하고 다루기 어려운 조산아. 질병이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동. 비정상적 임신이나 비정상적 진통과 출산으로 태어난 아동. 생후 6개월 이내에 부모에게서 분리된 아동. 아동이나 엄마가 아동의 생후 1년 안에 질병에 걸린 경우. 수유가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 원하지 않은 임신이나 원하지 않은 성별.

· 사회적 환경적 요인

아동학대를 일으키게 하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은 다음과 같다. 이혼과 편부모 가정의 증가. 젊은 부모로 이루어진 핵가족, 특히 조부모의 도움을 받기 어렵고 적절한 부모 역할을 학습하거나 훈련받을 기회의 상실. 재혼 가정의 증가.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부모의 서로 다른 관계 방식의 증가. 실업이나 고용의 불확실성. 장시간 노동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 상대적 빈곤 가정의 증가. 마약과 알코올 의존증의 증가, 텔레비전 · 영화 · 비디오와 같은 미디어상의 폭력의 증가.

또한 엄격한 훈육을 강조하는 가운데 훈육과 체벌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 문화적 환경도 아동학대와 폭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난하다고 모두 학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력의 부족은 열악한 주택, 자녀들의 외출 기회를 제한하기도 한다. 비위생적 환경이나 경제적 결핍은 부모나 자녀들의 만성적 질병에 대처하는데 더욱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쉽다.

· 심리적 요인

심리적 요인에는 다음과 같은 경우가 포함된다. 적대적인 가족환경에서 성장하여 애착관계의 형성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부모. 과도한 의존성으로 가정폭력을 포함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존의 관계유지에 집착하는 부모. 자녀가 많아 그 욕구를 적절하게 충족시킬 수 없는 부모. 자녀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지만 아동발달 형태나 제약 조건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부모. 일상생활에서 정돈과 가정환경에 지나치게 엄격하고 강박적인 반면 자녀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부모가 스트레스를 스스로 처리할 줄 모르는 경우. 부모가 정신적인 질병이 있거나 신경 안정제, 약물, 알코올에 의존하는 경우. 부모의 아동기의 경험으로 말미암아 폭력을 행사한 뒤에야 친밀감을 느끼는 경우.

아동학대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는 이론에는 학대가 부모의 심리적 기능의 결핍이라고 하는 심리역동적 이론, 학대부모의 자녀양육 기술이나 지식의 결핍으로 보는 학습이론, 부모의 스트레스를 둘러싼 환경적 이론이 있다.

또한 생후 6개월까지의 신생아와 주 양육자 간의 애착관계의 실패를 가장 큰 원인으로 보는 애착이론 등이 있다.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데 우선적 과제는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그러나 원인은 다양하며 중복되어 있어 사례별로 세심하고도 신속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동학대의 발생 현황

우리나라는 2000년 7월 전면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따라 중앙과 전국 시도(市道)에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설치되었고, 2014년 9월에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발효되면서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보건복지부가 해마다 발행하는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서는 2013년 현재 중앙과 16개 시도에 50개의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아동학대 121 신고전화와 인터넷 등을 통해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하고 있으며, 위기개입을 위해 24시간 대응하고 있다.

· 발생 건수

성장 발달기에 있는 영유아들을 포함한 아동들에게 심각한 상처와 후유증을 남기는 아동학대의 발생 건수는 2013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13,076건이 신고되었다. 이 가운데 아동학대로 판정된 사례는 6,796건이었다. 학대 피해아동의 성별 분포는 여아가 60.7%로 남아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만 13-15세(22.0%), 만 10-12세(20.8%), 만 7-9세(17.4%) 순으로 학령기 아동이 전체의 60.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취학 아동의 경우 전체의 31.5%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에도 4-6세가 14.8%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 가족 유형

피해아동의 가족 유형으로는 친부모 가족(38.0%), 한 부모 가족(34,4%), 재혼가족(7.0%), 친인척 기타(6.8%), 대리양육(5.9%), 미상 기타(5.7%)로, 72.4%가 부모 또는 부모 가족이었다. 한 부모 가족의 경우 부자(父子) 가정(20.0%)이 모자 가정 또는 미혼부모 가정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학대 가정 가운데 국민기초생활 수급권 대상자가 28.2%로, 가정의 경제적 상황이 아동학대 발생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학대 행위자는 부모 80.3%, 아동복지 시설 종사자 5.3%, 보육 교직원 3.0%, 친인척 5.2%, 기타 1.3%였다. 행위자의 성별은 남성 52.6%, 여성 47.2%였으며, 연령은 만 40-49세 40.3%, 만 30-39세 31.5%, 만 50-59세 11.8%로, 주로 초등학생의 학부모 나이에 해당하는 30-40대로 나타났다.

· 발생 장소

아동학대의 발생 장소는 가정 내에서 발생한 사례가 5,564건으로 81.9%를 차지하고 있어 대부분 가정에서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밖에 아동복지 시설(5.6%), 집 근처(1.2%), 어린이집(3.4%), 기타(7.9%) 등에서 발생하였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분류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아동복지 시설이나 보육 교직원을 포함한 아동관련 시설 종사자들에 따른 학대는 8.7%로, 이들이 모두 아동학대의 신고 의무자라는 점에서 예방교육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동학대 사례의 유형으로는 부모의 아동 양육 태만이나 무관심인 방임(26.2%), 심한 언어폭력이나 무시하는 행위 등 정서적 학대(16.2%), 구타 등 신체적 학대(11.1%), 성적 학대(3.6%) 순으로 나타났다. ‘방임’이란 자녀의 의식주를 해결해 주지 않거나 아플 때 병원에 보내지 않는 것, 그리고 학령기 아동을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아동을 유기하는 것 등을 말한다.


폭력의 예방대책

아동학대가 주로 가정에서 부모에게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학대 부모에 대한 이해와 그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를 말리면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왜 간섭하느냐?”며 대드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자녀가 부모의 소유라는 유교 문화권에 보편화되어 있는 잘못된 생각이다. 자녀를 보살피고 보호하는 것은 당연히 부모의 책임이며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아동의 권리를 무시하고 아동의 선택권이나 자발적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부모들은 학대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거나 ‘자식을 사랑한다면 매로 길러야 한다.’는 그릇된 양육방법이나 폭력이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문화권에서 성장한 부모들이 자녀에게 폭력의 가해자가 되기 쉬운 것으로 보고된다. 무엇보다도 학대의 다양한 발생원인 가운데 동서양을 막론한 가장 큰 문제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학대나 폭력을 경험한 성인이 자녀를 학대하며 배우자를 폭행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세대로 이어지는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것이 시급한 예방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동의 성장 발달 속도나 행동의 특성은 조금씩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처럼 아동발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무지한 부모는 자녀의 공통적인 특성을 자기 자녀만의 문제로 오해한 채 강제로 통제하려고 한다. 심한 경우 폭력을 휘두르거나 학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부모를 위하여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교육기관이나 종교시설에서 정기적으로 부모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예방을 위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 이배근 - 평택대학교대학원 외래교수로 있으며, 서울시아동학대사례심의위원회 위원장과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사회복지학 박사로 숙명여자대학교와 숭실대학교 겸임 교수도 지냈다. 저술로는 「아동학대의 이론과 실제」가 있다.

[경향잡지, 2015년 9월호, 이배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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