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사회교리 문헌 해설: 어머니요 스승(Mater et Magistra)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3-15 ㅣ No.1368

[사회교리 문헌 해설] 『어머니요 스승(Mater et Magistra)』

 

 

사회교리에 익숙하지 않은 신자분들은 교회가 사회문제에 관여할 때 ‘정치적 행동’을 한다고 불편해합니다. 어떤 분들은 교회가 특정 사회계층에만 유리한 발언을 한다고 ‘편파적’이라 비난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들은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교회는 모든 사회 세력에 대해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회칙은 이런 신자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교회는 정치 참여가 아니라 예언 직무를 수행합니다. 예언 직무는 미래를 예견하는 일이 아니라, 이 시대와 이 세상에 하느님의 뜻을 해석해 전달하는 일입니다. 대체로 권력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을 향하게 됩니다. 교회의 예언 직무는 회칙과 같은 교황 문서나 지역 주교회의, 각 교구에서 문서나 행동으로 보여주는 활동을 통해 이뤄집니다. 신자들에게 사회교리를 소개하고 가르치는 일도 예언 직무에 속합니다. 이처럼 가톨릭 신앙은 우리 각자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와 풍부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칙의 반포일과 이름

 

‘어머니요 스승’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개최한 교황이자 이제는 성인품에 오르신 요한 23세께서 1961년 5월 15일에 반포하신 사회 회칙의 이름입니다. 반포일은 레오 13세 교황님의 ‘새로운 사태’ 반포 7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어머니요 스승’ 역시 라틴어로 쓴 회칙의 첫 두 단어를 인용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어머니요 스승’은 교회가 하느님 백성을 ‘돌보고’(어머니 역할) ‘이끌’(스승 역할) 책임이 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회칙은 ‘그리스도교와 사회 진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데, 교황님이 이 회칙을 통해 사회의 참된 발전에 대한 교회의 의지를 보여주려 했기 때문입니다.

 

 

회칙의 반포 배경

 

사회 회칙이 반포되는 시기는 예외 없이 세계사적으로 중요하고 큰 사건들이 일어난 뒤라고 하였습니다. 이 회칙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는 1939년에서 1945년까지 제2차 세계대전을 치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전쟁이 있었습니다. 소련에서는 흐루시초프가 스탈린주의를 거부하고 있었고, 미국 앞바다에 있는 쿠바에서는 미사일 위기가 일어났습니다. 동서 냉전 중에 양 진영은 핵무장을 가속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의 가장 큰 흐름은 제3세계의 등장이었습니다. 제3세계는 제1세계인 자본주의 진영, 제2세계인 사회주의 진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려 했던 나라들을 가리킵니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식민지에서 해방되어 새롭게 국가를 건설하고 경제 발전을 이루고자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회칙의 두 가지 주제

 

이 회칙의 주요 내용은 제1세계를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당시 선진국에서는 경제 분야에서 국가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었고, 사회복지 제도 확충을 통해 사회관계를 안정시키고 있었습니다.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윤 중에 많은 부분을 재투자하고 있었지요.

 

교황님은 이러한 움직임을 전제로 레오 13세 교황 때부터 논의해왔던 ‘공정한 임금’(just wage) 개념을 ‘정의와 공평의 원칙’을 반영하여 ‘사회화’(socialization)라는 표현으로 확장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 주제였습니다. 사회화는 오늘날의 복지사회와 거의 같은 개념입니다. 교황님은 한 사회에서 빈부차이가 너무 커지면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임금보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일자리를 갖는 완전 고용이 더 중요하다고 보셨습니다. 거기에 충분한 임금과 사회복지 제도를 더해 모든 계층이 물질, 교육, 문화적 부를 공평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이렇게 가는 것이 ‘사회화’입니다.

 

두 번째는 ‘참된 발전’이었습니다. 이 주제는 주로 제3세계를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당시 제3세계에서는 도시와 농촌, 지역 간 불균형이 커지고 있었고 빈부 격차도 크게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들 나라에서 시행하던 경제개발계획이 모든 계층을 골고루 이롭게 하기보다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시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제3세계 국가들은 이 시기에 도시와 제조업 중심의 투자 정책을 경제발전 전략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도시를 성장 거점으로 삼아 여기에 먼저 부(富)가 쌓이게 한 다음, 이 부를 다른 지역으로 흘러가게 한다는 것이었지요. 이명박 정부 때 경제정책으로 삼았던 ‘낙수 효과’ 이론과 비슷한 이치였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실패했고, 빈부 격차만 더 벌여 놓았을 뿐입니다.

 

교황님은 이 정책을 비판했고 도시와 농촌 간 불균형 감소와 기본 공공시설(물질, 교육, 문화)의 균등화를 요청하셨습니다. 농민들이 자율적 협동조합을 통해 정치 세력화 하도록 격려도 하셨습니다. 각 국가에는 계층 간에 공정한 부의 분배가 이뤄지도록 보조성(補助性) 원리를 지키면서 누진세와 고용을 늘리는 정책을 시행하도록 요청하였습니다. 또한 국제식량농업기구(FAO)를 치하하면서 윤리적 방법으로 인구 성장률을 낮추는 방법을 권장하였습니다. 선진국에는 제3세계에 대한 긴급구호는 물론 과학기술을 이전하고, 재정원조도 해야 하며, 개도국을 종속시키지 않으면서 이런 일을 하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신자들에 대한 요청

 

요한 23세 교황님은 교회의 의무 부분에서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과제도 실천하도록 요청하셨습니다.

 

① 신자들끼리 소규모 공부 모임을 만들어 사회 현실을 충분히 관찰하고 분석하라.

 

② 해방된 마음으로 우리 주변의 문제가 바로 우리 문제이고, 가난한 사람의 문제가 곧 내 문제라고 생각하라.

 

③ 열린 마음으로 토의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으며, 실천에 옮길 때 선의를 가진 모든 사람과 협조하라.

 

교황님은 이런 활동을 교회의 예언 직무 가운데 하나로 보고 계셨기에 신자들에게 이런 요청을 하셨습니다. 이처럼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가톨릭 교회의 노선입니다.

 

[2017년 3월 12일 사순 제2주일 의정부주보 6-7면, 박문수 프란치스코 박사(사목연구소)]



2,19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