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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5주간 수요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예화ㅣ우화

[자선] 기부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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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1 ㅣ No.479

기부하는 사회

 

 

우리 돈으로 5천억원이 넘는 엄청난 재산을 몽땅 사회에 기부하고 죽은 한 미국 기업가의 소설같은 이야기가 온통 우울하고 짜증나는 소식들뿐인 신문 지면 한 귀퉁이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타계한 존 홀링스워스 2세라는 이름의 사업가가 남긴 유언이 엊그제 공개됐는데 부동산을 포함해 4억 달러 상당의 전 재산을 대학과 자선단체 등에 기부하는 내용이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그는 유일한 혈육인 외동딸에게조차 한푼의 유산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외손자, 손녀의 대학학비를 위해 1인당 25만달러의 신탁기금을 적립해 놓은 것이 전부라니 '부(富)의 대물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생전에 그는 공장 뒤편에 있는 초라한 트레일러 속에서 살 정도로 검소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사업에 성공해 돈을 번 사람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전통을 미국에 세운 주인공은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였다. 1901년 카네기는 철강회사를 매각한 뒤 공공도서관 건립을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부의 사회환원은 성공한 기업가의 도덕적 의무로 굳어져 록펠러 재단. 포드 재단 등 수없이 많은 자선재단의 창설로 이어졌다.

 

세계 최고의 갑부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은 지난해 50억 달러를 자신과 부인이 만든 재단에 기부해 세계 고액기부자 명단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돈을 번 사람의 기부는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제'(가진자의 의무)로 돼 있다. 약육강식과 빈익빈 부익부의 신자유주의 논리의 발원지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뿌리는 자원봉사와 함께 기부 문화라는 분석도 있다.

 

99년 미국의 자선기부금은 총 1천 9백억 달러로 미 국민 1인당 평균 70만원을 기부한 꼴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전체 기부액 가운데 재단 등을 통한 거액기부는 2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개인의 소액기부라는 사실이다. 미 국민의 98%가 매년 어떤 형태로든 기부행위에 참여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벤처업계의 대부'로 통하는 정문술(鄭文述) 미래산업 사장이 전격 은퇴하면서 경영권 세습을 포기하고 여생을 자선사업에 바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편법상속 시비와 '왕자의 난' 이 횡행하는 세태에서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욕심과 함께 근심도 버렸을 것이다. 나누고 베푸는 삶은 그래서 아름답다.

 

[중앙일보, 2001년 1월 6일, 배명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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