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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와 제8차 정기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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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7 ㅣ No.77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와 제8차 정기총회

 

 

1. 설립 배경과 과정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FABC, 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s)의 발족은 1970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동남아시아 지역의 주교 180여 명이 교황 바오로 6세가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회의를 가지게 된 것이 그 계기였다. 이 회의에서 여러 가지 결의사항들이 논의되었는데, 이 결의사항들을 효과적으로 실천하려면 영구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그래서 바로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가 탄생한 것이다.

 

1971년 3월 아시아 11개 주교회의 대표들이 홍콩에 모여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의 조직을 논의하고, 이 회의에서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규약 초안을 작성하기 위한 실행위원회(위원장 김수환 추기경)를 구성하였다. 1972년 12월 교황 바오로 6세가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규약을 승인함으로써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가 정식으로 설립되었다.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의 정관 제1조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아시아주교회의 연합회(FABC)는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주교회의들의 자발적인 협의체로서 교황청의 인준을 받아 설립되었으며, 아시아 교회와 사회의 번영을 위하여 회원들 간의 연대와 공동책임을 강화하며, 선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모든 것을 장려하고 보호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2.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의 임무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1)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공의회 공식 문헌들에 비추어, 아시아 지역에 맞는 사목을 촉진하는 수단과 방법을 연구한다.

2) 아시아 민족 전체의 발전에 교회가 역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3) 아시아 교회의 공동 관심사 연구에 협력하며 공동 노력을 강구한다.

4) 아시아 지역 교회와 주교들 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을 증진한다.

5) 아시아 주교회의들이 하느님 백성의 요구에 더욱더 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6) 국제적 차원에서 교회 기구들과 운동단체들의 조직적인 발전을 강화한다.

7) 교회일치와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을 증진한다.

 

 

3. 역대 정기총회

 

1) 제1차 정기총회는 1974년 4월에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렸다. 주제는 “현대 아시아에서의 복음화”였는데, 이는 이후에 로마에서 있을 주교 시노드와 일치하려는 뜻에서 택한 주제였다.

 

2) 제2차 정기총회는 1978년 인도 캘커타에서 열렸으며, 주제는 “교회 생명인 기도”였다. ‘기도는 우리의 공동체와 활동뿐 아니라 우리의 온 생명을 살찌우고 생동하게 하는 힘과 빛이 흘러나오는 원천으로서 우리의 마음이 돌아가야 하는 곳’이라는 뜻에서 이 주제를 택하여 성찰하였다. 특히 고대문명의 나라이며 위대한 종교의 요람인 인도에서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정기총회를 가졌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3) 제3차 정기총회는 1982년 8월에 태국 방콕에서 열렸으며, 주제는 “믿음의 공동체로서의 교회”였다.

 

4) 제4차 정기총회는 1986년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렸으며, 주제는 “평신도의 소명과 사명”이었다. 이 주제 역시 뒤에 있을 주교 시노드의 주제와 맞추어 정한 것이었다.

 

5) 제5차 정기총회는 1990년 7월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렸으며, 주제는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이었다.

 

6) 제6차 정기총회는 1995년 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으며, 주제는 “생명에 봉사하는 제자”였다. 이때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제10회 세계 청년의 날’ 행사에 참여하시고자 마닐라를 방문하신 시기이기도 했다.

 

7) 제7차 정기총회는 2000년 1월 태국 삼프란에서 열렸으며, 주제는 “아시아 교회의 쇄신:사랑과 봉사의 사명”이었다.

 

 

4. 제8차 정기총회와 생명 문화를 지향하는 주제

 

제8차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정기총회는 8월 17일부터 23일까지 대전 가톨릭대학교와 정하상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아시아 각국에서 추기경, 대주교, 주교, 신부, 평신도들이 한자리에 모여 심도 있게 주제를 논의하며, 각 나라의 현상을 나누고 사목적인 대안과 아시아 가톨릭 교회의 공동사목 방향을 모색하는 뜻 깊은 회의였다.

 

이번 정기총회의 주제는 “생명 문화를 지향하는 아시아 가정”이었다. 정기총회 주제를 이렇게 정하게 된 것은,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정문제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해체 문제와 생명경시 풍조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도 죽음의 문화가 날로 번성하고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생명의 문화를 일깨우는 교육을 하고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아시아 안에서의 가정문제는 이미 20년 전 도쿄에서 열린 제4차 정기총회 최종 보고서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아시아에서 교회에 대한 가장 커다란 도전은 아마도 아시아 가정이 제기하는 도전일 것입니다”(‘FABC 제4차 정기총회 최종 성명서’ 중에서 ). 20년 전부터도 문제가 되어왔던 가정문제는 이제 그 심각함이 최고도에 달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아시아 교회가 안고 있는 이러한 과제를 여러 가지 각도에서 고민한 것을 각 나라의 대표가 발표하고, 이에 대한 토의를 종합하여 문서로 정리하였다. 이렇게 공통으로 인식된 내용들을 이제 각 나라가 실정에 맞게 적용하거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 데 이용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 주교회의가 설립된 지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이번 제8차 정기총회는 참으로 뜻 깊었다고 하겠다.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아시아 지역이 독특하게 가지고 있는 문화와 전통, 그리고 최근에 나타나는 세계화와 세속화의 현상 속에서 아시아 가정이 겪고 있는 어려운 문제점들이 새롭게 사목적으로 다루어지는 좋은 기회였다. 가톨릭 신자 수는 아시아 대륙의 3%도 안 되지만, 아시아 모든 나라의 가톨릭 교회가 사목과 선교의 사명을 더욱 깊이 다져, 아시아 안에서 더욱 확장되어 나가며 새롭게 변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사목, 2004년 9월호, 이기헌(FABC 제8차 정기총회 지역조직위원회 위원장, 군종교구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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