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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한일관계: 친교와 화합의 다리 한일주교교류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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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돋보기 - 가깝고도 먼 한일관계] 친교와 화합의 다리 한일주교교류모임 새해 들어 아베 신조 총리로 대표되는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상황이 이러한 때라 지리적으로 바로 이웃하면서도 과거의 역사로 거리가 생긴 한국과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인식을 극복하여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되고, 함께 손을 잡고 아시아 평화, 나아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길을 열고 있는 한일 양국 가톨릭교회의 노력이 더욱 뜻깊게 보인다. 올해로 19회째가 되는 한일주교교류모임은 한일 양국 신자들은 물론 양국 국민들의 감정의 골을 메우고 튼튼한 친교와 화합의 다리를 놓는 징표가 되고 있다. 양국 현황의 이해를 위해 역사의 공동 인식이 필요하다 “1996년 2월 16일 ‘한일 교과서 문제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한국 주교님 세 분과 일본 주교님 두 분이 일본 가톨릭회관에서 첫 모임을 가진 이래, 한일주교교류모임은 이제 참가 주교가 30여 명에 이르는 큰 모임이 되었고, 의제도 교과서 문제에서 양국의 사목 정보 교환과 각계 각층의 교류 지원 문제 등으로 확대되었다”(한일주교교류모임 자료집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최창무 대주교의 발행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02년 발행). 한일주교교류모임은 이문희 대주교와 하마오 후미오 주교가 1995년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제6차 정기총회에서 만나 한국과 일본 교회가 협력하여 동아시아 선교에 힘쓰자는 뜻에서 시작하였다. 1996년 처음으로 일본을 찾아간 한국 주교는 이문희 대주교와 강우일 주교, 고 박석희 주교(전 안동교구장)였다. 일본 주교는 하마오 후미오 주교와 오카다 다케오 주교였다. 이문희 대주교(전 대구대교구장)는 첫 모임을 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한국과 일본이 마주치는 곳에는 어디서나 늘 한국 사람에게는 지난날의 기억들이 따라다닌다는 것을 숨길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전후 세대들은 1945년 이전의 역사를 아는 이가 드물고 그래서 한편은 과거의 사실에 바탕을 두고 생각하는데 한편에서는 도무지 지난날의 일을 모르고 대화를 하게 되니 감정의 흐름이 막히기 쉽고 일치를 이루기가 힘들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 그래서 오래전부터 양국의 청소년 교류를 촉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 교류는 양국 현황의 이해를 추구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또한 역사의 공동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가톨릭신문, 1997년 1월 1일자 ‘특별기고’). 이 첫 모임의 결과로, 양국 교회가 양국의 역사에 대한 동일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과, 장래의 양국민의 우애를 위하여 2세들에게 같은 역사를 가르치고자 공동 역사 교재를 편찬할 목적으로 함께 노력하기로 하고, 연락 책임 주교를 선정하였다. 또한 한일청년교류모임을 시작하기로 하여, 1997년 8월 프랑스 파리 세계청년대회에서 첫 모임을 가진 이후 해마다 한일 양국을 오가며 지난해까지 18회째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한일 교과서 문제 간담회’에서 ‘한일주교교류모임’으로 두 번째 모임은 일본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1996년 12월 18일 하마오 주교와 오카다 주교는 한국을 방문하여 서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당시 주교회의 의장인 정진석 주교를 비롯해 모두 6명의 주교들을 만났다. 그런데 일본 주교가 한국 주교회의를 공식 방문한 것은 한일 교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모임에서 주교들은 한일 양국 역사 교육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한일 역사 문제와 교과서 문제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오카다 주교는 근현대사와 일본의 제국 지배를 자세히 가르치는 한국의 역사 교육과 가해자로서 했던 일들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 일본의 교육에 너무 많은 차이가 있어 놀랐다고 당시를 회고하였다. 이 제2회 모임에서 이문희 대주교는 해마다 주제를 달리해 10년쯤 모임을 가져보자고 제안하였다. 10년쯤 모임을 갖고 나면 한일 역사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갖게 되고 양국 사이에 더욱 활발한 교류가 일어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1997년 제3회 모임에서는, 제4회부터는 이름을 ‘한일 교과서 문제 간담회’에서 ‘한일주교교류모임’으로 바꾸기로 하고, 역사 인식에 관한 문제뿐만 아니라 신앙과 사목에 관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기로 하였다. 이때부터 모임에 참석하는 한일 양국 주교들의 숫자도 크게 늘어났다. 이후 해마다 거르지 않고 다양한 주제로 모임을 이어 오고 있다(‘역대 한일주교교류모임 일정과 주제’,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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