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 (목)
(백)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서울 주한 교황대사관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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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7-17 ㅣ No.269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24) 서울 주한 교황대사관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성경 말씀과 성 베네딕도수도회 정신 구상적으로 표현

 

 

- 알빈 슈미트, ‘기도하고 일하라’, 서울 주한 교황대사관 성당, 1970년대 초.

 

 

서울 궁정동의 주한 교황대사관 성당에는 1970년대 초에 제작 설치된 두 점의 스테인드글라스가 남아 있다.

 

성 베네딕도수도회 소속 알빈 슈미트 신부의 작품으로, 그가 한국 교회에 남긴 여러 점의 벽화와 마찬가지로 보이론(Beuron) 화풍을 보이고 있다. 보이론 미술은 19세기 독일 보이론에 위치한 수도원에서 시작된 교회 미술이다. 그리스도교적 신비주의를 바탕으로 하면서 이집트 미술에서 표출되는 기하학적 원리에 기초한 추상적인 작품 경향을 종교적 영성을 표현하는 이상적인 방법으로 삼은 게 특징이다. 이와 같은 보이론 화풍에서 비롯된 간결하고 기하학적인 작품들은 사실적인 표현에서 오는 직접적인 감정 전달과는 다른 절제된 종교적 감성을 제시하고 있다.

 

주한 교황대사관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성 베네딕도수도회의 정신과 성경 말씀에 기초한 구상적인 표현으로 이뤄져 있다. 작품 제목은 따로 정해진 바가 없으나, 작품에 표현된 라틴어 문구에 따르면 그 주제는 ‘기도하고 일하라(ORA ET LABORA)’와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FACAMTE PISCATOREM HOMINUM)’이다. 이탈리아에서 제작되었다고 전해지는 이 두 작품은 모두 가로 1.78m, 세로 3m의 창에 설치되어 있다. 작품에 사용된 색유리들은 대부분 반투명과 불투명으로 바깥 풍경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푸른색, 흰색, 갈색을 주조로 하면서 부분적으로 붉은색을 포인트 색채로 사용하여 자칫 경직되고 지루해 보일 수 있는 화면에 긴장과 변화를 준 작품이다.

 

제대를 향하고 봤을 때 왼쪽 창에 설치된 ‘기도하고 일하라’는 성 베네딕도수도회의 정신을 집약적으로 나타낸 라틴어 문구인 ‘ORA ET LABORA’를 작품 왼쪽 위에 적어 넣음으로써 작품의 메시지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작품 중앙에는 성 베네딕토와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등장하는데, 배경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 도식화된 형태로 표현되었다. 이목구비가 생략되어 단순하게 그려진 인체는 화면 전체 구성에 나타나는 수직, 수평선의 연장 선상에서 표현되어 절제된 보이론 미술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성 베네딕토의 얼굴과 손가락의 세부적인 표현을 위해서만 흑유(黑釉) 페인팅을 사용했고, 나머지 선묘에는 모두 납선을 사용해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다.

 

- 알빈 슈미트.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서울 주한 교황 대사관 성당, 1970년대 초.

 

 

오른쪽 창의 작품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에는 중앙에 물고기들로 가득한 그물을 끌어올리는 베드로를 사선 구도를 이용해 배치하고 있다. 작품 상단의 라틴어 문구 ‘FACAMTE PISCATOREM HOMINUM’과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표현했다.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에 붉은색 후광을 표현해 보는 이의 시선을 끌고 있다. 또 작품의 중심 부분에 과감하게 28㎜의 굵은 납선을 사용해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작품에 변화를 주고 있다. 알빈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작가 자신의 화풍인 보이론 미술 경향을 반영하면서 그리스도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인 이미지로서 존재하고 있다.

 

[평화신문, 2016년 7월 17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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