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일)
(홍) 성령 강림 대축일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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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지금, 가정이 흔들린다: 이들을 끌어안는 사목적 배려와 신앙인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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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2-11 ㅣ No.771

[교회와 사회 특집] 지금, 가정이 흔들린다


이들을 끌어안는 사목적 배려와 신앙인의 노력



무엇이든지 이유만 있으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

교회는 지금까지 교회법으로 혼인을 엄격히 지키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 왔습니다. 결혼을 통해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가 형성되는데, 저는 이 점을 묵상하기 위해 복음서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결혼’은 어떤 것일까요?
 
마태오복음 19장 1-12절에는 예수님과 바리사이들 사이에 오고 간 혼인과 이혼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이야기는 먼저 바리사이들의 물음으로 시작합니다. “무엇이든지 이유만 있으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 하자, 예수님은 “안 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자 바리사이들은 “그렇다면 어찌하여 모세는 ‘이혼장을 써주고 아내를 버려라.’ 하고 명령하였습니까?” 하면서 이것은 허용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모세는 너희의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너희가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하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라고 하십니다.

이 이야기 중에 예수님은 창세기(1,27; 2,24; 5,2)의 말씀을 인용하십니다. “너희는 읽어 보지 않았느냐 창조주께서 처음부터 ‘그들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시고’ 나서,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다.’ 하고 이르셨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4-6) 예수님의 말씀, 곧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는 이 구절이 지금 교회법에서 말하는 ‘혼인의 불가해소성’에 대한 근원이 됩니다.

예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니까 그분의 제자들도 ‘그렇다면 이제 결혼은 다 했습니다. 결혼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반응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모든 사람이 이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허락된 이들만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 모태에서부터 고자로 태어난 이들도 있고, 사람들 손에 고자가 된 이들도 있으며, 하늘나라 때문에 스스로 고자가 된 이들도 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받아들여라.”라고 말씀하십니다.


부부를 부르심, 새로운 존재론적 가치의 부여

저는 이 복음을 들여다보면서 예수님이 어떤 의도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 묵상했습니다. 이 대화를 전체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잘 읽어보면 예수님께 접근하는 바리사이들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바리사이들은 기본적으로 이혼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 시대의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단지 아내를 내보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내를 내보내도 됩니까?’라는 물음은 그들이 처음부터 가장으로서 얼마든지 아내를 내보내거나 그렇게 하지 않거나 이에 대한 모든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전제한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보여주신 태도는 그들과 다릅니다. 예수님은 ‘처음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해 주셨을 때, 남자가 부모를 떠나 여자와 하나가 되었을 때는, 그들은 정말 한 몸이 됩니다.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예수님은 서로 일심동체가 된 부부에게 이제 새로운 존재로 넘어가는 깊은 의미의 존재론적 가치를 부여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에게 접근한 바리사이들은 가부장적 측면에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율법 근거를 찾고 싶었던 것인데, 예수님은 오히려 태초에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원래 뜻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런 다음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를 말씀하시고 이어서 ‘알아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어라.’ 하십니다. 결국 ‘이 길은 누구나 다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를 따르고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정말 힘들 수도 있는 이 길을 가야 한다.’는 예수님의 부르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예수님이 제자를 부르시는 것과 똑같은 부르심으로 부부를 부르셨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혼인을 법제화했지만 저는 법으로 다루기보다는 근원적인 하느님의 부르심으로 알아듣고, 그런 차원에서 사목적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개인주의에서 탈피해야

왜 현대에 와서 결혼이, 가정이 문제가 많으냐는 물음 앞에서 가장 큰 원인은 현대의 극대화된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아닐까 합니다. 이것이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원의와 욕구를 최고의 삶의 기준으로 삼고 거기에 어긋나는 것은 일체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사조, 그러한 세계관이 부부관계를 파괴하고 가정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지 않나 합니다.

이혼 사유의 큰 원인 중에 하나가 성격차이라고 합니다. 자신이 자라온 배경과 세계관과 가치관, 자신의 취미 등이 배우자의 그것과 맞지 않기 때문에 결국 파탄에 이릅니다. 신앙인들은 ‘나’라는 성을 굳게 만들어 놓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그 누구로부터도 침입당할 수 없는 ‘자아’를 지키기 위해 모든 희생을 무릅쓰는 오늘의 극단적인 개인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출발점과 버팀목은 ‘나’와 ‘너’의 관계 속에서 가능합니다. 마틴 부버도 이야기했지만, 인간 인격의 존재론적인 근거는 ‘나’와 ‘너’를 똑같은 인격체로 주고받는 관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비로소 가능해지는데 ‘너’를 제외하고 ‘나’만 유아독존하겠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 무너지는 첩경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님이 마지막으로 남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라는 말씀이 아닌가 합니다. 가정도 결국 이 말씀으로 돌아가야 모든 어려움을 넘어서서 화목할 수 있고 부부 자신도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비의 시선, 연민의 시선

지난 10월 주교 시노드(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로마에 머무는 동안 우리 사회를 생각하면서 제 마음에 많이 떠올랐던 것은 이혼하고 재혼한 부부, 그 가정의 교회신앙 참여문제였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미 재혼해서 상당한 기간이 흘렀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성장한 상황이라면, 교회가 좀 더 그들에 대해 자비의 시선, 연민의 시선을 지니는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임시 주교 시노드는 현대 가정이 당면한 도전에 대해 교회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성찰해 보자는 의미에서 소집되었습니다. 시노드 기간에 세계 여러 나라, 대륙의 각 지역에서 가정이 겪는 다양한 문제점, 어려움을 교회가 어떻게 끌어안을 수 있는가를 논의했습니다.

여기서 많이 지적된 내용은, 신앙의 눈으로 본 결혼의 의미, 성의 의미를 깨닫기에는 결혼 전에 잠깐 받는 혼인교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과, 어렸을 때부터 포괄적이고 단계적인 신앙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또한 인간의 성이나 결혼, 그리고 가정과 같은 주제를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고 더 잘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통합적 양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습니다.

현대 가정에 대한 주제는 2015년 정기 주교 시노드에서 다시 다루어질 것입니다. 이처럼 한 주제를 가지고 두 번씩 연이어 시노드를 한 경우는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이 세상 현실, 특히 하느님 백성이 살아가는 어려움과 시련, 고통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빨리 응답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셨습니다.

마지막 말씀에서도 “여러분, 가야 됩니다. 지금 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나가셔야 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나가셔야 합니다.’라는 말씀은 힘겹게 살아가는 하느님 백성 곁에 사목자들이 찾아 나가라는 의미입니다.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아파하는지 교회가 제대로 알고 응답하기 위해 우리 사목자들이 찾아 나서야 한다는 교종의 강력한 권고입니다.

[야곱의 우물, 2014년 12월호, 강우일 주교(천주교 제주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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